“제주여행 갔다고? 이건 꼭 사야해”…공항 줄 세운다는 ‘이것’ 뭐길래 [방방콕콕]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4. 3. 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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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약과 파운드케이크·인천안녕샌드…
김포·인천공항 한정판 상품 인기몰이
제주공항 내달 ‘가파도 청보리빵’ 출시
공항 매력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
임대 종료되면 상품 사라지는 건 문제
김포공항 국제선에서만 살 수 있는 ‘K약과 파운드케이크’. <한국공항공사>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2019년 8월 제주 특산물인 우도 땅콩을 넣은 ‘제주마음샌드’를 출시했다. 4년 넘게 문전성시다. ‘제주마음샌드’는 제주공항점, 제주공항탑승점, 제주공항렌터카하우스점 등 3곳에서만 살 수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제주도에 가면 꼭 사야하는 ‘필수품(must have)’이 됐다.

‘제주마음샌드’로 큰 성공을 거둔 파리바게뜨는 서울양양고속도로 가평휴게소에서만 살 수 있는 버터 쿠키 ‘가평맛남샌드’, 이모티콘 쿠키에 호스팅 호두와 버터크림, 캐러멜을 가득 채운 ‘판교호감샌드(판교테크원타워 랩오브파리바게뜨), 동·서양 만남을 콘셉트로 한 인천안녕샌드(인천공항 1터미널 3층 출국장)를 잇따라 출시했다.

각 샌드에 각별한 의미를 새겼다. 성남 판교에만 있는 ‘판교호감샌드’는 판교 IT분야 종사자들을 고려해 ‘개발자 콘셉트’로 만들었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파는 ‘인천안녕샌드’는 동서양 여객이 만나는 허브공항의 특성을 살려 조청으로 만든 카라멜·통들깨·버터·마카다미아로 만들었다. 쿠키 겉면에는 한국 전통 문양에서 착안한 디자인에 ‘안녕’ 문구를 새겼다.

오픈런과 품절 대란을 부른 파리바게뜨의 ‘샌드 시리즈’ 성공 비결은 ‘희소성의 법칙(Law of Scarcity)’에 근거한다. 구매 양과 파는 곳을 한정해 소비자의 마음을 급하게 만든다. 오픈런까지 하며 구한 샌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을 나는 얻었다”는 소비자의 성취감(?)을 높이고, 자랑거리가 된다. 지역과의 상생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 뭔가 지갑을 열어야 할 곳에서 연 것 같은 마음도 든다.

‘희귀템’...김포공항, 김해공항에도 있어요
희소성의 법칙을 활용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곳은 민간 기업뿐만이 아니다.

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공항공사(사장 윤형중)는 공항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정 공항에서만 살 수 있는 특화 상품으로 라인업을 구축해 공항별 인지도와 매력을 높이고, 지역과 협업하며 ‘상생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공항 상업시설 여객 만족도 조사에서 공항 특색을 반영한 상품 욕구가 높게 나타난 것도 배경이다.

김포공항 국제선에서는 신라면세점이 국내·외에서 유행하고 있는 K 디저트 약과를 이용해 개발한 ‘K약과 파운드케이크’가 인기다. K 컬처에 우호적인 외국인들의 관심이 크다. 제주공항 엔제리너스는 서울 서초구 유명 베이커리인 ‘메종엠오’와 협업한 우도땅콩 마들렌을 판다.

4월 초에는 신상품이 출격한다. 제주공항 특산품 판매점인 덕산은 제주 가파도 관광 상품인 청보리 함유 찰보리빵(가파도 청보리빵)을 개발해 손님에게 내놓을 예정이다.

공항 여객 반응도 뜨겁다. 우도 땅콩 마음샌드는 대기 줄이 길어져 ‘앱 사전 예약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우도땅콩 마들렌은 지난해 해당 베이커리 매출액의 20%를 차지했다.

공항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 상품은 외국 공항에서도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은 ‘조니워커 블루라벨 공항 에디션’, 일본 하네다공항 티아트(Tiat) 면세점은 일본 유명 화과자점인 토라야와 협업해 만든 양갱(羊羹)을 판다. 일본 간사이공항은 ‘킥스(KIX)면세점 한정판 사케’로 주목받고 있다.

‘롱런(장기흥행)’ 하려면 ‘지속 가능성’ 확보해야
한국공항공사가 주도하는 공항 특화 상품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공사는 2022년까지 업체와 개별 협의로 상품 개발을 하다 지난해부터는 공항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공모해 특화 상품을 발굴하고 있다. 전국 공항에 입점한 면세·판매·식음 시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대신 특화 상품 개발 기준이 까다롭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고, 로컬 브랜드와 협업이 가능해야 한다. 상품에 지역 이미지를 반영하고, 공항 배후 지역 특성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국내·외 공항과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않는 제품이어야 하고,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더라도 재포장을 통해 해당 공항에서만 구매가 가능해야 한다. 특화 상품은 6개월 내 출시하고, 1년 이상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에 맞춰 제안된 아이디어는 공사 내·외부위원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효용성, 희소성, 완성도, 매력성, 파급성 등을 평가해 최종 특화 상품으로 선정한다.

절차적 공정성이 확보되지만 큰 문제가 있다. 공항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특화 상품을 공모하다 보니 지속가능에 문제가 생긴다. 입찰을 통해 공항에 입주한 업체는 임대 기간이 지나면 떠나야 한다. 운이 좋아 재입찰에 성공하면 특화 상품을 계속 팔 수 있지만 떨어지면 상품도 같이 사라지는 구조다.

듀프리면세점(아이파베스)이 개발해 지난해 김해공항에서만 팔던 ‘카멜리아 초콜릿’은 지난 1월 임대 종료로 사라졌다. 부산 시화(市花)인 동백꽃을 형상화해 우유·딸기·녹차 맛을 낸 카멜리아 초콜릿은 해당 코콜릿 판매점 매출 비중의 71%를 차지(작년 9월 기준)하고, 입소문까지 퍼졌지만 과거의 영광이 됐다. 듀프리면세점이 부산 대표 커피브랜드인 ‘모모스커피’와 협업해 김해공항에 출시하려던 커피원두와 드립백도 없던 게 됐다.

김포공항 국제선에서 팔리고 있는 ‘K약과 파운드케이크’도 신라면세점이 입찰에서 떨어지면서 4월 16일까지만 판매가 가능하다.

희소성을 무기로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상품들이 발굴·시판 오류로 일회성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희소 가치가 큰 특화 상품이 특정 공항을 대표하는 핵심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장수(長壽)가 제1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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