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향하는 사관학교 교육…초소형위성 통신교육, 우주정책 과목도 도입[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4. 3. 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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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초소형 위성으로 통신교육…항공우주과학인재 육성
해사, 2025년까지 스마트캠퍼스 구축…‘우주정책·전략’ 등 과목도 신설
육사 개교 73년 만에 첫 일반 대학생 학점교류 수강
초소형 위성 만든 공사 생도들. 공군 제공

장교 양성 요람인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미래전에 대비해 우주정책 과목을 도입하고 초소형 위성으로 통신교육을 하는 등 교육 과목과 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각 군 특성과 미래전 양상에 대응해 맞춤형 학과를 설치하고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는 한편 생도들이 개발해 우주 궤도를 돌고 있는 초소형 위성을 학습 교재로 이용하는 등 사관학 교육이 ‘우주로’ 향하고 있다.

수십 년간 반복돼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커리큘럼으론 군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고, 달라진 미래전 양상에 대응할 역량 있는 지휘관을 키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체계 개선에 변화를 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높게는 35∼40대 1을 넘었던 사관학교 남자 경쟁률이 몇 년 새 반토막이 나면서 실력 있는 인재를 끌어들이려면 시대 변화에 맞게 교육 내용과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공사에 따르면 ‘항공우주과학 인재 육성’ 목표에 따라 올해부터 새로운 교육과정을 추가하기로 했다. 졸업 후 임관과 동시에 항공우주 분야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이론 교육과 실습이 병행된다. 지난해 말 발사에 성공한 초소형 위성 ‘카파샛’(KAFASAT)을 활용해 위성 운용 및 실습수업을 4월 이후 시작한다. 전 생도가 교육 대상이며 개인별 2시간 이상 위성통신을 직접 수행하게 된다. 카파샛은 공군사관학교(Korea Air Force Academy)와 위성(Satellite)의 영문 머리글자 합성어로. 교육용 초소형 위성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생도들이 4년에 걸쳐 만든 카파샛은 지난해 11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고도 약 550㎞ 우주공간에 떠 있는 카파샛은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95분이 걸린다. 한반도 상공에 진입하면 공사 지상국과 정상적인 교신이 이뤄진다. 지상국에서 궤도 정보를 포함한 명령을 보내면 카파샛이 명령을 받아들여 궤도 정보를 최신화하는 등 양방향 교신이 진행되고 있다.

카파샛은 2020년 당시 4학년이던 공사 69기 생도들이 설계를 시작했고, 이듬해 70기가 시험평가용 모델을 제작했다. 71기는 실제 우주비행용 모델을 만들었고, 72기가 최종 모델을 조립하고 위성을 포장해 미국으로 운반해 우주 궤도로 올리는 성과를 냈다. 공사는 오는 2027년 발사를 목표로 ‘카파샛-2’ 개념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4학년 항공우주공학과의 우주 분야 전공생도 30명이 투입돼 시작한다.

생도들이 참여하는 무인기 연구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항공우주 분야 무기체계 개발에 힘을 보태거나 국방 관련 기관 연구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번 1학기부터는 전공 교수 연구과제에 생도가 연구원으로 참여한다. 공사에 설치된 중형 아음속 풍동실험실(ROKAFA Subsonic Wind Tunnel Laboratory)을 활용해 6세대 전투기와 무인 비행체 연구 개발 및 설계 실습도 진행한다. 항공공학과 전공 생도들의 항공공학 실험도 이 실험실에서 이뤄진다.

풍동실험실은 미국의 스버드럽사가 설계 시공을 맡았고 초음속 비행 때 나타나는 충격파 현상을 직접 관찰하고 실험하는 장소다. 전투기 공력 특성, 프로펠러 추력 시험, 무장 분리 실험 등을 할 수 있다. 규모는 F-16 전투기의 1/5 축소모형 실험이 가능한 가로 65m, 세로 23m, 높이 12m에 이른다.

이와함께 항공우주과학 교육 지원용 ‘스마트 팩토리’를 6월까지 구축해 생도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3D 프린터와 정밀가공 기계공작실, 인공위성 조립 및 시험을 위한 클린룸 등이 한 곳에 구축된다. 이곳은 첨단 무인기와 위성 개발 등에 사용될 교육 시설이다. 생도들의 창의·융합적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첨단 공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수 교과목으로 ‘국방무기체계연구’를 신설했고, 현재 컴퓨터과학과를 ‘컴퓨터·사이버과학과’로 변경했다. 인공지능(AI) 전문교육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학과’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생도들이 타군·우방국·적군·미래무기체계를 공부하고 AI분야 전문성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공사 측은 설명했다.

태블릿으로 강의 듣는 해군 사관생도. 해사 제공

해사는 스마트 교육 환경 구축에 나섰다. 학술용 유·무선 인터넷망을 내년까지 교내에 구축해 스마트 캠퍼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생도들이 교내에서 언제, 어디서든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교육 서비스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시간 원격화상 강의실과 온라인 교육콘텐츠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해양 교육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양 교육훈련 실습센터도 신축하기로 했다.

다영역 작전 등 변화하는 미래전 양상에 대비하고자 ‘첨단 IoT 공학개론’, ‘첨단 융합무기체계’, ‘항공우주공학’, ‘우주정책·전략’ 등의 과목도 신설한다. 이를 통해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와 해군 우주력 발전을 위한 기초 역량을 배양토록 할 것이라고 해사 측은 설명했다.

생도들의 국가·대적관 확립을 위해 6·25전쟁사 교육 시간을 현 19시간에서 21시간으로 확대했다. 연합작전 수행을 위해 필수적인 군사영어 교육도 강화했다. 교내 원어민 교사 인원을 늘리고, 영어 구술 교육 방식도 확대하기로 했다. 영어 작문대회, 원어민 초청 집중 교육, 미국 해사 공식 콘퍼런스 참가, 미국 해군학군단(NROTC) 생도 교류 등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해사 관계자는 "다변화하는 미래 전장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과학기술 기반 교과과정을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샌드허스트 경연대회에 출전하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지난해 2월 22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수중생존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육사는 학교장 권영호 중장 주관으로 지난달 28일 교수부의 학·처별로 신학기 교육 준비 토의를 했다. 학점교류 일환으로 일반 대학교 학생을 육사에서 공부토록 하는 게 눈에 띈다. 생도들이 일반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균형 감각과 유연한 사고력을 키우게 하자는 취지다.

1951년 4년제로 재개교한 이래 73년 만에 일반 대학교 학생 3명(고려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이 지난 4일부터 육사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사관학교에서 처음이다. 그간 육사 생도가 국내 대학교에서 학점교류 수강을 해왔지만, 일반 대학교 학생들은 학사 일정이 맞지 않아 육사에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육사에서 학점교류 수강을 하고 싶다는 일반 대학교 학생의 의견이 접수돼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올해 1학기부터 수업을 하게 됐다. 현재 학점교류 수강 신청은 매년 1학기에 한해 신청 대학별로 최대 10명까지 가능하다.

수강은 국방·안보·전쟁사 등 육사에 특화된 과목 위주로 개인별 최대 6학점(2과목)을 신청할 수 있다. 수강 대학생은 육사의 아카데미 특강도 받을 수 있고, 화랑의식 등 교내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육사 교학처장 백상호(대령) 교수는 "생도들이 학점교류 수강 일반 대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면서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균형 감각과 유연한 사고력 등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학점교류 제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사는 3군 사관학교와 간호사관학교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 사관생도를 대상으로 오는 5월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대학 교육에 필요한 학문적 글쓰기 능력 제고 차원에서 ‘글쓰기 센터’(Writing Center) 설립도 검토하고 있고, 챗지피티(ChatGPT) 등 ‘생성형 AI(인공지능) 관련 기술과 관련한 활용 가이드라인 수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 무기체계 교육 강화에 대한 교과목 설계 등도 연구하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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