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신세 ‘티빙’, 인재 영입 1순위가 ‘OOO 직원’이라고?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4. 3. 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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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이 지난 9일 KBO 중계 다시보기에서 메인스폰서인 신한은행 로고를 가림처리하고 야구 용어 ‘희생플라이’를 ‘희생플레이로’ 잘못 표기한 모습. [사진출처=티빙]
“지금 티빙이 영입해야 할 인재 1순위는 네이버 스포츠 편집자예요.”

야구에 진심인 지인이 말했습니다. 기자를 만나자마자 최근 티빙이 야구의 기본도 모르는 중계를 했다며 어이없는 실수들을 지적했죠. 그러면서 농담반 진담반, 위와 같은 충고를 티빙 측에 꼭 좀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오는 23일 열리는 2024년 한국 프로야구(KBO) 개막전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9일 시범경기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독점 중계를 맡은 티빙의 어설픈 중계에 수많은 야구팬들은 뿔이 나 있습니다.

그 동안 PC와 스마트폰 등 유무선 기기를 통해 프로야구를 무료 관전하던 것과 달리 티빙은 유료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러고도 돈을 받는다고?”라는 말이 쏟아졌죠.

티빙은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프로야구 시청자들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유입시켜 수익성을 높인다는 구상입니다. 가능할까요?

용어 틀리고 콘텐츠 편집도 엉망
경기장 내부 리모델링을 마친 고척돔. [사진출처 = 서울시]
토종 OTT 사업자인 티빙은 이달 초 한국야구위원회와 프로야구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올해부터 3년간 총 1350억원, 연평균 450억원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프로야구 중계를 보려면 기존 포털과 통신사를 통해선 볼 수 없고 오직 티빙에 가입을 해야 시청을 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 9일 첫 중계 방송을 한 티빙 측에서 야구에 대한 기본조차 모르는 콘텐츠 편집 능력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일례로 티빙은 시범경기 영상 자막에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희생플라이(fly)를 ‘희생플레이(play)’로 잘못 표기했습니다.

2루 주자가 무사히 안착한 것을 두고 티빙이 야구 정식 용어인 ‘SAFE’가 아닌 ‘SAVE’를 자막으로 내보낸 모습. [사진출처 = 티빙]
또 ‘3회말 22번 타자 채은성’과 같이 선수 등번호를 타자 번호로 표시하는 실수를 했고요. 키움과 두산의 경기임에도 양팀과 전혀 상관없는 NC선수들의 이름을 중계화면에 띄우기도 했습니다.

티빙 사이트에 올라온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정렬 방식 역시 뭇매를 맞았습니다. 프로 야구 영상은 기본적으로 어떤 경기인지, 영상에 등장하는 선수는 누구인지 확인 가능하도록 제목을 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티빙은 마치 드라마처럼 하이라이트 영상을 1화, 2화로 표기하고 다음 에피소드 보기 식으로 정렬해 영상을 찾기조차 어려웠습니다.

한 야구팬은 “이건 드라마 콘텐츠 포맷에 야구 영상을 얹은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티빙 개발팀이나 편집팀에는 야구팬의 수요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야구 중계권 따내려고 ‘통 큰’ 베팅...왜?
한화 이글스와 8년 최대 총액 170억원에 계약한 류현진이 지난달 23일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2차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티빙이 오는 2026년까지 리그 유무선 중계권을 따내는 조건으로 지급한 1350억원(연평균 450억원)은 직전 계약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입니다.

지난 5년간 중계권을 갖고 있던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이 KBO에 지급한 금액은 연평균 220억원이었습니다.

통신·포털 컨소시엄 역시 이번 중계권 경쟁 입찰에 참여했습니다만 막대한 금액을 적어낸 티빙에 상대가 될 수 없었죠.

그만큼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따기 위해 통 큰 베팅을 한 것인데, 이는 고정 팬층이 확고한 스포츠를 통해 구독자를 늘리면 이득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2021년 762억원의 적자를 낸 티빙은 2022년 1192억원까지 영업손실 규모를 키웠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적자만 1177억원 가량에 달해 만년 적자 신세를 면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토종 OTT 중 처음 선보이는 ‘광고요금제’
지난 12일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언하는 최주희 티빙 대표. [사진출처 = 티빙]
티빙은 프로야구 개막과 맞물려 토종 OTT 사업자 중에선 처음으로 광고요금제를 도입합니다.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를 낮춰주는 겁니다.

티빙에 따르면 새로운 광고요금제의 스탠더드형 가격은 월 5500원. 기존 티빙의 최저가 요금제인 베이직보다 4000원 저렴합니다.

구독자들은 월5500원으로 야구 경기는 물론 드라마와 영화 등 티빙이 보유한 16만개 이상의 콘텐츠를 즐길 수가 있습니다.

물론 티빙은 그동안 포털 등을 통해 무료로 야구중계를 보던 야구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4월말까지는 KBO리그 경기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게 했지요.

앞서 해외 OTT인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이 광고요금제를 도입해 실적 등에서 일정 부분 효과를 본 만큼 티빙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달 7일 CJ ENM의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광고요금제를 3월에 시작하면 이 시점에 맞춰 프로야구 독점 중계가 시작되기 때문에 광고 사업에 굉장히 호재”라며 “가입자 전체의 20∼30%를 광고요금제가 차지하면 매출이 대략 10% 정도 늘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포츠 중계 통한 성장전략 성공하려면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화면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삼성 라이언즈’로 틀리게 표기한 모습. [사진출처=티빙]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강력한 스포츠 팬덤을 기반으로 한 유료 가입자 확보를 위해섭니다.

스포츠 중계 방송은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나 팀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락인(LOCK-IN)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트래픽을 유발해 광고 수익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콘텐츠에 지속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쿠팡플레이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8월부터 토종 OTT(티빙·쿠팡플레이·웨이브) 가운데 티빙을 제치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OTT 중 처음으로 K리그 전 경기 중계를 시작한 데 이어 미국프로풋볼(NFL) 등 스포츠 콘텐츠 라인업을 선보인 것이 쿠팡플레이가 이용자수를 늘린 비결로 꼽힙니다. 쿠팡플레이는 올해 하반기부터 4년간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독점중계도 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번 티빙 사례에서 보듯 스포츠 중계를 위한 서비스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상황에서 어이없는 자막 실수가 발생하자 야구팬들 사이 티빙에 대한 원성이 자자합니다. “차라리 야구를 끊겠다” “무료보다 어떻게 못하냐” 등의 얘기가 들립니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 “시범경기 중계 서비스와 운영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공감하고 인지했다.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바로 해결 가능한 부분은 조치를 취해서 마무리했고, 남은 부분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본 시즌에서는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가지고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지요.

광고요금제 도입도 그렇고 프로야구 KBO 독점 중계건도 그렇고 여러 측면에서 시험대에 오른 티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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