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강남보다 비싸다… '임대료 1위' 북창동 다녀와 보니 [밀착취재]

이강진 2024. 3. 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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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북창동
“임대 가능한 가게 없어…상권 좋아”
작년 서울 통상임대료 1위 차지
전년 조사 때보다 2배 넘게 올라
현장선 “그렇게 오르진 않아” 목소리도
상권 회복에 매출도 3배 이상 상승
전문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임대료 1위, 명동이 재탈환할 듯”

모든 직장인의 ‘유일한 낙’이라고 불리는 점심시간에 맞춰 지난 12일 방문한 서울 중구 북창동 음식거리 일대는 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오전 한때 비가 내려 흐린 날씨임에도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음식점을 찾아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북창동 맛집으로 유명한 한 순댓국집 앞에는 오전 11시30분쯤 서른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동료들과 북창동에서 자주 점심을 먹는다는 30대 A씨는 “회사에서 멀지 않은 데다 여러 음식점이 모여 있어 다양한 메뉴를 고를 수 있는 북창동 쪽으로 많이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북창동 먹자골목은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인근 회사 및 한국은행 직원들이 이동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데다 여러 호텔도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외국인들도 찾는 지역이다. 민병렬 북창동상가번영회장은 “(외부에서) 가게를 얻으러 오는데 (임대 가능한) 가게들이 없다”며 “상권이 굉장히 좋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서울 중구 북창동 음식거리로 들어서고 있다. 이강진 기자
◆명동·강남역 제치고 ‘통상임대료 1위’ 올라서

최근에는 북창동이 명동·강남역 등 쟁쟁한 상권들을 제치고 ‘서울 시내 주요 상권 통상임대료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 ‘2023년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북창동의 지난해 월평균 통상임대료는 1㎡당 18만700원(1층 점포 기준)으로 서울 145개 주요 상권 가운데 가장 높았다. 월 통상임대료란 보증금 월세 전환액에 월세와 공용 관리비를 더한 금액을 말한다. 

시는 북창동의 통상임대료를 평균 전용면적(60.2㎡, 18.2평)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1087만원이 임대료로 지급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북창동 일대에서 음식점을 하는 B씨는 “(북창동) 임대료가 높긴 하다”고 말했다.

북창동이 서울 통상임대료 1위로 올라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조사 당시에만 해도 이 지역은 통상임대료 순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조차 들지 못했다. 2022년 조사에서 북창동 평균 통상임대료는 ㎡당 6만6100원이었다. 조사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1년 새 두 배 넘게 오른 셈이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1년 전과) 같은 점포들을 (대상으로 조사) 한 건 아니다”며 “전년과 비교했을 때 없어지거나 공실이 된 점포도 많고, 같은 영업장을 (조사) 한 게 아니다 보니 통상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짚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북창동 음식거리 일대가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강진 기자
◆‘꾸준한 직장인 수요’ 영향…“향후 임대료 오를까 걱정” 토로도

북창동 통상임대료가 명동 등을 뛰어넘은 데는 우선 ‘꾸준한 직장인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명동 상권은 공실률이 올라 임대료가 하락한 반면 북창동은 재택근무 해제 등으로 직장인 위주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임대료가 올랐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0∼2022년에는 동결하거나 깎아줬던 임대료를 지난해 올린 경우 등이 조사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북창동 지역은 일정하게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계속 유지됐고, 명동 거리 쪽 같은 경우는 외국인 대상이 중심이다 보니까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선 실제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른 사례는 많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 회장은 “임대료가 그렇게 높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조사에서) 높게 나온다고 하니까 의외였다”며 “건물주들이 그렇게 많이 올렸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C씨는 “코로나 기간 건물주가 임대료를 내려주는 데도 있었는데 이제 (상권이) 회복되니까 예전에 받았던 임대료로 환원하고, 상권이 좋은 데는 경쟁이 심하다 보니 임대료를 올릴 수도 있어서 (임대료) 낙폭이 큰 것으로 인식하는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메인통로가 아니라 뒷골목으로 가면 (임대료가) 싸고, 장사가 잘 안 되는 곳도 있다”며 “(임대료가) 엄청나게 오르고 그러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북창동 음식거리의 한 순댓국집 앞에서 대기 손님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강진 기자 
통상임대료가 높게 나타난 데는 북창동만의 특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전용면적이 작을수록 통상임대료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는데, 북창동의 경우 평균 전용면적이 30.15㎡로 전체 조사 대상 지역 가운데 5번째로 작았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북창동 일대에서 음식점을 해왔다는 D씨는 “코로나19 기간에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지 않았다”며 “곧 임대료를 다시 논의할 때가 됐는데,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 임대료를 올린다고 할까 봐 두렵다”고 토로했다.

◆매출 역시 가파르게 올랐지만…“인건비·물가 너무 올라 장사하는 사람도 힘들어”

북창동의 통상임대료만 오른 건 아니다. 매출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서울시 조사 결과 북창동의 지난해 1㎡당 월평균매출액은 84만3500원으로 전년 조사 때(25만3000원)보다 3배 넘게 올랐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 데이터베이스(DB)상 북창동 상권 매출 추이를 살펴봐도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핀다에 따르면 북창동 상권의 지난해 총 매출은 1191억2800만원, 결제 건수는 224만3234건으로 1년 전(913억1500만원, 210만2548건)보다 각각 30.5%, 6.7%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1113억7800만원, 193만6520건)보다 높은 수준이다. 오픈업은 카드사와 통신사, 국토교통부, 국세청 데이터 등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데이터를 결합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가공·학습시켜 매출을 추정한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북창동 음식거리 일대가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강진 기자
매출은 올랐지만 상인들 형편이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북창동 지역을 40년 넘게 봐 왔다는 부동산업 종사자 E씨는 “북창동 메인도로 상권은 좋다”면서도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랐고, 물가도 많이 올라 재룟값이 오르다 보니 장사하는 분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에도 북창동은 ‘통상임대료 1위’ 지위를 이어가게 될까.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렇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올해 북창동 상권을) 비슷한 수준으로 보기는 하는데, (임대료가) 계속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직장인들이 계속해서 소비할 수 있는 금액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광객 중심으로 해서 임대료와 공실률이 개선된다면 명동이 (1위를) 재탈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사진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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