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닥공’과 이재명의 ‘빗장 수비’…승자는?

성한용 기자 2024. 3. 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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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24
국힘, 표적·귀순·돌려막기 공천
‘여소야대’ 뒤집으려 총동원령
민주, 지도부 희생 없이 수성 태세
현역 밀어낸 ‘친명 후보’ 성적 주목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4·10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한달도 안 남았습니다. 3월21일과 22일 후보 등록을 하고 6일 뒤인 3월28일부터 선거일 전날 4월9일까지 공식 선거운동을 합니다. 4월10일 저녁 6시에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밤늦게 각 지역구에서 누가 당선됐는지, 여당이 이겼는지 야당이 이겼는지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국민의힘의 기본 전술은 ‘닥치고 공격’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기본 전술은 ‘빗장 수비’입니다.야당은 공격하고 여당은 수비하는 게 정상인데 공수가 뒤바뀌었습니다. 매우 심한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장면입니다.

공격 이끄는 한동훈의 입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더불어민주당 163+더불어시민당 17)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인 163석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총선에서 한 정당이 차지한 가장 많은 의석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103석(미래통합당 84+미래한국당 19)에 그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국정의 실패를 ‘거대 야당 탓’으로 돌려왔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총선의 현실적인 목표를 ‘1당’으로 잡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 한석이라도 이기면 승리라는 것입니다. “좀 욕심을 낸다면 151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당의 ‘닥치고 공격’ 전술은 우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정말 타고난 싸움꾼인 것 같습니다. 권투로 치면 쉬지 않고 파고드는 인파이터 스타일입니다. 말싸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이 대표가 한 위원장에게는 밀리는 것 같습니다. 이 대표는 선거 한달 전인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사면 공천’ ‘음란 공천’ ‘돈봉투 공천’ ‘친일 공천’ ‘탄핵 비하 공천’ ‘극우 공천’ ‘양평도로 게이트 공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종합적으로 ‘패륜 공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민주당 공천 파동 수세 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처럼 반격에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발언 중에서 ‘패륜’이라는 단어를 잡아챘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패륜 공천이라고? 패륜이 뭔가. 형수 욕설, 배우 관련 의혹, 검사 사칭, 대장동 비리, 음주운전, 정신병원 강제 입원. 너무 많아서 말을 못 하겠다. 친일 공천이라고? 일제 샴푸 법인카드 의혹. 극우 공천이라고? 일베 의혹. 대단한 건 이 모든 것을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이 다 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공천한 것이야말로 패륜 공천이라고 국민이 생각할 것이다.”

어떻습니까? 한 위원장의 말발과 순발력은 기존 정치인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본전도 못 건진 셈입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입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과 진보당의 비례대표 연합을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진보당이 201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는 겁니다. 종북 정당이라는 겁니다. 진보당은 민주적 기본 질서 안에 존재하는 대한민국 정당입니다. 원내 의석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위원장의 공세는 비열한 색깔론입니다. 더구나 최근까지 법무부 장관이었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닙니다. 선거에서 여당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입니다.

사람 부족한 여당의 고육책

그런데도 일단 기세 싸움에서 한 위원장이 민주당에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쩔쩔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닥공’ 전술은 공천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첫째,‘표적 공천’입니다. 이 대표를 잡기 위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인천 계양을에 공천했습니다.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을 잡기 위해 운동권 출신 함운경씨를 서울 마포을에 공천했습니다. 언론계에서 영입한 호준석씨를 이인영 의원의 구로갑에 공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4년 전 경기 수원 다섯개 선거구를 민주당에 모두 다 내줬습니다. 이번에는 거물급 인사들을 수원 지역구에 대거 공천했습니다. 김현준 전 국세청장을 수원갑(김승원 민주당 의원)에 공천했습니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수원병(김영진 민주당 의원)에 공천했습니다. 방문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에 내보내기 위해 겨우 3개월 동안 장관을 시킨 사람입니다. 수원정에는 박광온 의원을 겨냥해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공천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에서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박광온 의원을 꺾는 바람에 김준혁 교수와의 대결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둘째, ‘귀순 공천’입니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넘어온 사람들을 곧바로 그 지역에 국민의힘 후보로 내세운 경우입니다. 민주당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영주 의원은 서울 영등포갑에서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과 대결합니다. 민주당 비이재명계 중진이었던 이상민 의원은 대전 유성을에서 민주당의 과학기술 영입 인재 황정아 박사와 겨룹니다. 민주당 시흥시장 출신으로 민주당 검증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윤식 전 시장은 경기 시흥을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서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과 운명의 결전을 벌입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남양주시장을 지냈던 조광한 전 시장은 경기 남양주병에서 김용민 의원과 겨룹니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곧바로 넘어온 사람들의 득표력이 얼마나 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셋째, ‘돌려막기 공천’입니다. 국민의힘은 낙동강 벨트 탈환을 위해 ‘텃밭’ 지역구 의원들을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로 차출했습니다. 부산 부산진갑 서병수 의원을 전재수 의원이 있는 부산 북갑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의 김태호 의원을 김두관 의원의 양산을로 돌렸습니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조해진 의원을 김정호 의원이 있는 김해을로 옮겼습니다. 작전이 성공하면 민주당 의석을 빼앗고 ‘텃밭’에는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는 ‘일석이조’가 되지만, 실패하면 당과 차출된 의원 모두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국민의힘은 또 서울 강남을 박진 의원을 서대문을(김영호 민주당 의원)로, 강남갑 태영호 의원을 구로을(윤건영 민주당 의원)로 이동시켰습니다. 서울 영등포을을 두드리던 박민식 전 의원을 강서을(진성준 민주당 의원)로, 서울 양천을 출신 김용태 전 의원을 경기 고양정(김영환 민주당 후보)에 공천했습니다. 모두 돌려막기 사례입니다. 국민의힘에 ‘귀순 공천’과 ‘돌려막기 공천’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인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윤석열의 국힘 vs 이재명의 민주당

민주당 공천은 국민의힘과 매우 대조적입니다. 의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빗장 수비’ 전술을 무리하게 쓰다 보니 두가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첫째, ‘지도부 무희생 공천’입니다. 국민의힘은 친윤석열 성향의 중진 의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이 거의 다 영남과 강원 등 이른바 ‘텃밭’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은 대부분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입니다. 당선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의 공천을 먼저 확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지도부 무희생 공천’이 됐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대전 지역 국회의원 후보, 중구청장 후보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경직된 시스템 운용으로 인한 공천 파동’입니다. 정당 공천은 선거 승리를 위한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미리 마련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경험 부족과 욕심으로 공천 파동이 벌어졌습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회와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편향성, 현역 의원 평가단의 편향성, 하위 평가자에 대한 무리한 감점,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 대한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거부감, 친이재명 성향 당원과 열성 지지층의 집중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누가 봐도 ‘친명횡재-비명횡사’라고 비판할 수밖에 없는 공천이 이뤄졌습니다. 민주당 지역구 현역 의원을 밀어내고 친이재명 인사가 공천을 받은 사례는 너무 많아서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서울 은평을 김우영 전 강원도당위원장, 인천 부평을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 인천 서병 모경종 당대표비서실 차장, 경기 수원정 김준혁 한신대 교수, 경기 성남중원 이수진 의원(비례), 경기 안산갑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 경기 남양주을 김병주 의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김해영 전 의원은 민주당 공천 결과에 대해 지난 14일 “드디어 이재명 사당화가 완성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본선 경쟁력입니다. 호남은 누구든 민주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크지만, 수도권과 충청권 등 다른 지역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만약 현역 의원을 밀어내고 공천을 받은 친명 후보가 본선에서 낙선하면, 당장 “잘못된 공천 탓”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입니다. “공천혁명”이라며 흥분할 때가 아닌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국민의힘은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권성동(강원 강릉),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박성민(울산 중) 의원 등 ‘윤핵관’들을 당선이 쉬운 자기 지역구에 다시 공천했습니다.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부산 해운대갑,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경기 용인갑에 공천했습니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을 경기 성남분당을,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을 충남 홍성·예산에 공천했습니다. 아무리 뜯어봐도 ‘도로 윤석열당’을 만들기 위한 공천입니다.

결국 이번 총선은 ‘윤석열의 국민의힘’과 ‘이재명의 민주당’의 정면충돌입니다. 2022년 3·9 대선의 연장전인 셈입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누가 이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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