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납치해 성노예로 만든 집단···만화 ‘원피스’에 등장한다? [사색(史色)]
[사색-61]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요. 답은 50억권의 성경입니다. 만화책으로 범위를 좁혀봅니다. 왕좌는 ‘원피스’가 차지합니다. 1997년 첫 권 이후 무려 올해까지 5억권이나 팔렸기 때문입니다. 원피스가 ‘만화계’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원피스는 해적 루피가 보물 ‘원피스’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립니다. 27년간 연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을 모릅니다. 넷플릭스에 실화 영화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고무고무~”, “너 내 동료가 돼라.” 수많은 명대사가 여전히 남녀노소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지요.
로마는 제국의 전 거점에서 물류를 운송합니다. 이런 양질의 보물들을 해적들이 놓칠 리 없었지요. 로마의 군사들은 육지에선 무적이었지만, 해적의 홈그라운드인 바다에선 예외였습니다.
오스만 제국으로서는 동유럽과의 전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서유럽을 견제할 필요성이 있었지요. 바르바리 해적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면 서유럽이 해안을 통해 오스만 제국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금발, 흰 피부를 가진 여인들이 오스만제국의 군주들의 후궁으로 이름을 알린 배경입니다. 백인 여성들은 ‘화이트 골드’라고 통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지요. 오스만제국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로 통하는 술레이만 대제의 황후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록셀리나라는 여성이었습니다. 노예로 끌려와 황후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요.
술레이만이 그녀를 어찌나 사랑했던지. 그 세레나데가 지금도 전해집니다. “나의 동반자, 나의 사랑, 빛나는 나의 달빛이여.”
만화 ‘원피스’에서 밀짚모자 루피의 산하 해적단이 된 ‘거인’ 하이 루딘이 이 사내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입니다. 지금도 튀르키예에서도 하이르 앗딘은 ‘해군의 아버지’로 통하지요. 그를 주인공으로 한 사극 드라마까지 있을 정도입니다(바르바로사: 지중해의 검).
해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오스만의 전략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잉글랜드였습니다. 제국을 일군 스페인의 강력한 해군과 싸우기에 잉글랜드는 아직 미약한 나라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강 대 강’으로 맞붙으면 참패했을 게 자명했지요. 엘리자베스 역시 오스만제국의 지혜를 빌렸습니다. 해적을 육성해 스페인의 상선과 무적함대를 교묘히 괴롭히는 전략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프랜시스 드레이크를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여겼습니다. 물론 외교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임무는 비밀리에 또 은밀하게 수행됐습니다.
그가 엘리자베스에게 바친 재화는 30만 파운드에 달했습니다. 당시 잉글랜드 왕실의 1년 국고 수입보다 많은 액수였습니다. 원래 아메리카 대륙까지 제집 드나들듯 하는 그에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요. 마젤란 다음으로 세계 일주를 완수한 것도 드레이크였습니다.
드레이크는 완벽한 바닷사람이었습니다. 해류를 읽고 빠른 기동성을 보여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해적처럼 치고 빠지는 ‘아웃복서’ 스타일에 스페인 함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요. 안달루시아 함대를 포박해 항복을 받아낸 것 역시 드레이크였습니다.
대영제국의 시작을 알린 영웅이 ‘해적’이었던 셈입니다. 1596년 그가 열병으로 사망하기 직전 남긴 말입니다. “미래에 잉글랜드가 큰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면 자신이 전쟁을 지휘할 때 사용한 북을 울려 미리 알리겠다” 1914년 세계 1차대전 때도 이 북이 잉글랜드 함대에서 울렸다고 전해집니다.
보물이 있는 곳에 도둑이 있기 마련이지요. 해적들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인 캐리비언 해역을 본거지로 삼고 약탈을 일삼기 시작합니다. 18세기 캐리비언은 그야말로 ‘대해적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해적의 세상이었습니다.
영국 함대에 승선한 적이 있던 그는 전쟁이 끝난 뒤 본격 해적으로 ‘전업’을 결정합니다. 40척이 넘는 배를 약탈할 정도로 악명 높은 인물이 되었지요. 캐리비안에서 프랑스 국적 노예 운반선인 콩코드를 나포한 것도 그였습니다.
‘원피스’의 대해적 흰수염 에드워드게이트와 끝판왕 악당 검은수염 마샬 디 티치가 이 한사람으로부터 탄생한 캐릭터지요. ‘피터팬’의 후크 선장 역시 그의 외모를 기반으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한 해적이 엄청난 보물을 숨겨놓은 채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려지기 때문입니다. 17세기 영국 해적 ‘윌리엄 키드’가 그 주인공입니다(또 다른 별명은 캡틴 키드. ‘원피스’의 유스타스 키드).
착오로 인해 인도 무굴제국의 선박을 포획한 것이었지요. 외교적 문제로 비화하자 집권당인 휘그당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집니다. 야당인 토리당이 지속해서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지요. 휘그당은 궁여지책으로 ‘꼬리 자르기’를 결심합니다. 키드를 해적으로 몰아 사형시키고 자신들과 연관성을 끊어버리자는 것이었지요.
그가 죽은 뒤에도 전설은 살을 더해갑니다. 세상 모든 진귀한 보물을 그가 특정 장소에 숨겨뒀다는 내용. 보물섬과 원피스 등 각종 보물찾기 콘텐츠의 시작이었습니다. 실제로 발견된 보물은 거의 없다시피하지만, 그는 ‘이야기’라는 엄청난 보물을 남긴 셈입니다.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의 재산은 수천억원으로 추산됩니다(진정한 해적왕!!).
1위는 ‘블랙샘’으로 불린 새뮤얼 벨라미였습니다. 그는 50척이 넘는 배를 털어 1억 2000만달러를 손에 쥐었습니다. 프랜시스 드레이크를 가까스로 넘어선 수준이지요. 역사 속 진짜 해적왕인 벨라미지만, ‘원피스’에서 그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네줄요약>
ㅇ고대부터 해적은 존재해왔다. 바다까지 공권력이 미치지 못해서다.
ㅇ정치 권력은 해적과 손을 잡기도 했다.
ㅇ오스만 제국은 해적 하이르 앗딘을 이용해 기독교 세력을 견제하고, 잉글랜드는 해적 드레이크를 활용해 스페인 무적함대를 무찔렀다.
ㅇ두 사람은 모두 원피스에 나온다. 그래서 원피스가 재밌다.
<참고문헌>
ㅇ앵거스 컨스텀, 해적의 역사, 가람기획,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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