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박살내는 그 무기…한국도 만들어 군함에 싣는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4. 3. 1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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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대 한국 해군 함정들을 보호할 요격무기 개발이 본격화된다. 

방위사업청은 14일 LIG넥스원과 3306억원 규모의 함대공유도탄-Ⅱ 체계개발 사업 계약을 맺었다고 15일 밝혔다. 

호위함에 탑재되어 적 대함미사일이나 전투기 공격을 저지하는 해궁 함대공미사일 개발에 이어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2030년까지 함대공유도탄-Ⅱ 개발이 성공하면 북한 대함미사일을 멀리서 요격하는 미국산 SM-2 함대공미사일을 대체할 국산 무기를 얻게 된다. 

북한이 신형 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을 선보이며 한국 해군을 공격할 능력을 키우는 상황에 맞대응할 전력을 추가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해군의 새로운 주력함정으로 활동할 차기구축함(KDDX)에 쓰일 국산 전투체계와 통합되어 KDDX의 방공작전능력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 구축함 강감찬함에서 지난해 12월 1일 SM-2 함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해군 제공
◆KDDX와의 조합으로 시너지 극대화

6.25 전쟁 이후 미국의 군사원조에 의지했던 한국 해군은 1980년대부터 주요 장비를 국산화하며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함대공미사일 분야는 예외였다. 광개토대왕급과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세종대왕·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은 모두 미국산 미사일을 사용했다.

미국 레이시온(현 RTX)이 만든 SM-2는 한국 해군이 쓰는 대표적인 미국산 미사일이다. 

사거리는 약 150㎞로서 함정의 다층방공체계 중 가장 외곽에서 미사일과 항공기 위협을 저지한다. 가격은 1발에 약 20억원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SM-2의 오작동이었다. 2004~2022년 발사된 SM-2 36발 중 11발은 요격에 실패했다. 실패한 11발 가운데 6발은 미사일 결함이 원인이었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국내 첫 SM-2 실사격은 성공적이었지만, 과거의 사고가 재발할 위험은 늘 남아있다. SM-2를 대체할 국산 중거리 함대공미사일 개발 소요가 나왔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군은 지난 2017년 4월 함대공유도탄-Ⅱ 장기신규 소요결정을 하면서 개발 관련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 2021년 5월에는 중기전환 소요결정이 내려지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됐다. 

2022년 3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고 지난해 3월 체계개발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하면서 개발 프로그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해 7월 공개된 입찰공고문에 따르면, 함대공유도탄-Ⅱ 체계개발은 2030년 12월까지다. 예산은 3306억원, 사업방식은 업체 주관 국내 연구개발이다. 개발 완료 후 품질인증사격시험을 실시, 성능이 검증되면 양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함대공유도탄-Ⅱ는 항공기 요격용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AAM) 등의 기술을 활용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함대공유도탄-Ⅱ 상상도. 방위사업청 제공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함대공유도탄-Ⅱ 형상에 따르면, 미사일 후미엔 부스터가 장착된다. 수직발사관에서 발사된 직후 충분한 고도를 확보하면서 작은 선회반경으로도 표적이 있는 방향으로 급선회를 할 수 있다.

동체에는 조종날개와 추진기관, 탐색기 등이 장착된다. 이를 통해 해면에 가까이 접근해서 저고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아군 함정이 탐지하면, 멀리 떨어진 거리까지 날아가 표적을 찾아내 요격한다.

함대공유도탄-Ⅱ는 KDDX 및 KDDX 전투체계와 더불어 ‘한국판 미니 이지스’ 체계의 핵심 장비가 될 전망이다. 

정조대왕급 이지스함과 더불어 차세대 주력함정으로 쓰일 KDDX은 함대공유도탄-Ⅱ를 사용해 방공작전을 실시한다. 

HD현대중공업이 제안하는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KDDX는 함대공유도탄-Ⅱ 개발의 필요성을 뒷받침한 요소 중 하나다.

KDDX에는 주요 장비가 국산으로 채워진다. KDDX 함교 위에는 피라미드처럼 생긴 통합마스트가 설치된다. 마스트의 4개면에는 수백㎞ 떨어진 표적을 탐지하는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가 장착된다.

레이더는 장거리 대공 표적과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S-밴드와 단거리 대공 표적 및 해면 표적 탐지·추적용 X-밴드를 함께 운용한다. 동시에 레이더를 가동해 감시능력을 높일 수 있다.

레이더와 더불어 조기경보통제기, 해상초계기, 해군작전사령부와 합참 등을 통해 수집된 적 미사일과 항공기 정보는 전투체계에 의해 융합·정제되면서 위협이 큰 순서대로 표적 식별이 이뤄진다.

먼 거리에서 접근하는 표적이 있다면 함대공유도탄-Ⅱ를 쏜다. 함대공유도탄-Ⅱ는 SM-2처럼 KDDX와의 데이터링크를 통해 표적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표적을 파괴한다.

KDDX에서 발사된 함대공유도탄-Ⅱ가 적 미사일과 항공기를 격추하는 과정을 묘사한 상상도. 방위사업청 제공
일각에선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및 SM-6 함대공미사일과의 역할 분담 문제를 지적한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전투체계와 레이더를 탑재한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은 SM-6를 탑재, 방공작전과 더불어 제한적인 탄도미사일 요격도 가능하다. 

이지스함과 KDDX의 특성을 감안해 해전 시 임무 분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에서 KDDX의 역할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DDX가 이지스함과 함께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요격작전에 투입된다면, 탄도미사일 요격무기도 필요하다. 협소한 함정 공간과 무게중심 등을 감안하면 함대공유도탄-Ⅱ의 배치 수량과 위치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M-6처럼 함대공유도탄-Ⅱ에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추가하는 방안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유도무기 기술 발전 효과도

함대공유도탄-Ⅱ의 개발은 국내 유도무기 기술 수준을 더욱 높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앞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넥스원은 1617억원을 들여 2011~2018년 해궁 함대공미사일을 개발했다.  

해군 이지스함 서애 류성룡함에서 SM-2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음속의 2배에 달하는 속도로 최대 20㎞ 떨어진 적 항공기나 순항미사일 등을 격추한다. 초음속 미사일도 파괴할 수 있다. 1발당 가격은 10억원 정도다.

해궁은 무선주파수(RF), 열영상(IIR) 탐색기가 함께 장착돼 있다. 

해면은 파도 등으로 클러터가 많이 생긴다. 무선주파수 탐색기만 사용하면 해궁이 빗나갈 위험이 있다. 미사일은 높은 열을 방출하는데, 차가운 바다에선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두 가지 탐색기를 함께 쓰면 명중률을 높일 수 있다. 

근거리 표적탐지용 신관센서에 밀리미터파 레이더 반사기술을 국내 미사일 중에서 최초로 적용, 표적 탐지율을 높였다. 체계개발 과정에서 주요 구성품을 국산화해 국산화율이 86%를 넘어섰다. 

해궁은 우수한 성능을 지녔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외국의 경쟁 기종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프랑스의 미카 VL은 유효사거리 25㎞, 속도 마하 3에 달한다. 해궁보다 더 빠르고 멀리 날아간다. 이스라엘 바락-8도 유효사거리가 70㎞에 달한다. 

사거리가 늘어나고 속도도 빨라지는 대함미사일 기술적 추세를 감안하면 해궁의 한계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해궁보다 훨씬 고가인 미카 VL이 중동 등에 수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함대공유도탄-Ⅱ가 개발되면, 대함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면서 국내 함대공미사일 기술 수준을 한층 높이고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옵션을 제시하는 효과도 있다.

방위사업청과 LIG넥스원은 국산화율을 90% 이상으로 설정하고, 정밀유도와 탐색기능에 첨단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해궁과 함대공유도탄-Ⅱ 개발 경험이 축적되면, 향후 함정 탑재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 개발 또는 기존 유도무기의 성능개량 등도 쉬워진다. 

해궁과 함대공유도탄-Ⅱ를 패키지로 묶어서 국산 함정을 도입하려는 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제안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국내에서 만든 선체와 전투체계에 무장까지 더한다면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해군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에서 SM-2 함대공미사일 2발이 연속으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함대공유도탄-Ⅱ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높이려면 발사체계와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대공유도탄-Ⅱ는 KDDX에 설치될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에서 쏘아올려진다. 함대공유도탄-Ⅱ가 제 성능을 꾸준히 발휘하려면, 미사일과 더불어 KVLS 성능개량도 제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함대공유도탄-Ⅱ 개발 종료 이후 양산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미사일과 KVLS의 통합 성능개량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해군의 운용자들도 KVLS와 함대공유도탄-Ⅱ 운용 경험이 쌓인 시기이므로, 성능개량 소요를 더 많이 제기할 수 있다. 성능이나 운용 편의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도 더 많다.

업체 입장에선 일감이 끊어지지 않음으로서 기술 노하우와 연구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수출 시장에서 잠재적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도 갖추는 효과가 있다.

함대공유도탄-Ⅱ는 국내 유도무기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진 상태였던 해상 분야의 기술력을 높일 기회다. 또한 SM-2를 대체하면서 해상 방공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함대공유도탄-Ⅱ 개발이 완료되어 KDDX에 탑재되면, 이지스함과 더불어 한국 해군의 해상작전을 주도하는 핵심 전력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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