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측정 거부했는데...법원 “면허취소는 부당” 대체 무슨 일? [도통 모르겠으면]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4. 3. 16. 17: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측정 일러스트[챗GPT 생성]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람은 실제 음주여부와 상관 없이 자동차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지난달 공포됐습니다.

통상 음주운전을 하던 중 사고가 나면 피해자 보상에 있어 자동차보험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요. 아예 측정을 거부해 음주운전이 증명되지 못하면 규제가 무력화되는 맹점이 있었죠. 이를 악용한 사례 등 음주 측정에 불응한 건수가 2022년 들어 3920건에 달했다고 합니다.

음주운전이 금기시돼야하는 일인 만큼 경찰의 음주운전 측정에 불응하는 일도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인데요. 도로교통법 제93조에서도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를 운전면허 취소 또는 정지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주운전이 명확한 상황에서 측정을 거부하고도 결국 대법원에서 면허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며 음주운전자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있는데요. 해당 사건과 함께 음주운전에 따른 면허 취소에 관한 최근 판결 동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주차장서 길 비켜주려 25m 운전...대법 “교통안전, 위험 방지와 무관”
지난 1998년 대법원 판결(97누20755) 사건에서 원고인 음주운전자는 민박집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통로가 잘 정리된 주차장이 아니었던 탓인지 다른 차량의 진로를 열어주기 위해 자신의 차를 25m가량 운전하던 중 다른 차량 운전자와 시비가 붙었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 출동했던 경찰이 음주 측정을 시도하자 거부한 탓에 면허 취소처분을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광주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이어진 2, 3심에서 전부 면허취소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게 됐는데요.

음주 측정 거부를 근거로 면허를 취소하려면 도로교통법 제41조(현행 44조)의 “(음주 측정이)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돼야 하지만, 당시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청했던 것이 음주 시점으로부터 상당시간이 지난 후였던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음주 운전자가 운전직 지방공무원인 탓에 면허가 취소될 경우 지나치게 가혹한 피해를 입는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법원은 “원고는 운전원으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으로서 아무런 교통사고 없이 근무하여 오다가 이 사건 처분으로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 점 등을 감안”해 “운전면허를 취소함으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막대하여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부터 판결 달라져...“음주운전 면허 취소는 당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위의 사건처럼 법원이 음주운전에 따른 면허 취소를 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현범 변호사(법무법인 율우,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 심의위원)는 “과거에는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음주량, 운전거리, 생계, 면허가 취소되었을 때 운전자에게 발생할 불이익의 정도 등을 고려해서 취소처분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대법 91누2083, 91누1417 등).

그러나 이후로는 음주운전의 폐해를 지적하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며 법원의 판단도 많이 달라진 상황입니다.

신 변호사는 “대법원은 2000년대 들어서는 대부분 음주운전 면허취소 처분을 정당하다고 보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됩니다”라며 “음주운전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법원의 입장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면허 취소가 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조금이라도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도로교통법 모르겠으면’은 손해보험협회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분쟁심의 사례와 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흥미로우면서 전문적인 교통사고 해설을 전합니다. 과실비율을 명쾌히 내놓을 수는 없지만, 여러분의 운전생활에 도움이 될 지식을 담겠습니다. 구독자분들이 교통법규를 몰라서 위반하는 일이 사라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래의 기자페이지와 연재물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손쉽게 건강한 운전습관을 기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