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헤세디언’을 아시나요…“가볍고 쉬워요”

KBS 2024. 3. 16. 09: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 예술 무대를 지켜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골 악기가 있습니다.

바로 어디든 가지고 다니며 연주할 수 있는 아코디언입니다.

북한에선 손풍금이라고 부르죠.

학교 발표회는 물론 예술선전대원들의 이동 공연에서도 피아노 대신 아코디언으로 반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그만큼 북한 주민과 탈북민들에게는 친숙한 악기이지만, 무게가 무겁고, 연주법이 어려워 배우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아코디언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고, 또 쉽게 교육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 온 탈북민이 있는데요.

아코디언 연주가, 윤설미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아코디언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악기인 ‘헤세디언’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함께 만나보실까요.

[리포트]

거리에 경쾌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카리브해 연안 국가, 과테말라의 어느 골목길에서 펼쳐진 즉흥 공연 현장.

탈북민 윤설미 씨가 한국의 발명 악기를 알리는 자리인데요.

낯선 이방인들의 연주가 과테말라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설미 씨는 반주를 도맡은 이 악기를 직접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그녀의 작업실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윤설미/탈북민 : "(지금 연주하고 계신 건 뭔가요?) 이건 헤세디언이라는 악기입니다. (헤세디언, 처음 들어봤는데요?) 제가 직접 만들어서 특허까지 낸 발명 악기입니다."]

아코디언은 북한 주민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악기입니다.

헤세디언은 이 아코디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된 악기라고 하는데요.

아코디언 연주가 탈북민 설미 씨가 여러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겁니다.

설미 씨가 이 악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헤세디언은 약속과 자비를 뜻하는 히브리어 ‘헤세드’와 ‘아코디언’을 합친 말입니다.

헤세디언과 아코디언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소리를 내는 방식은 확연히 다릅니다.

아코디언은 바람통에 공기를 넣고 빼며, 건반을 두드려 소리를 냅니다.

[윤설미/탈북민 : "건반을 눌렀는데 소리가 안 나요. 원래 피아노는 (건반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잖아요. 아코디언은 안 나요. 이유는 바람이 안 들어가면 소리가 멈춰요."]

반면에 헤세디언은 전자 악기의 일종으로 버튼을 누르면 피아노, 기타와 같은 다양한 악기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윤설미/탈북민 : "(이게 보니까 전자네요.) 전자(악기)입니다. 악기 소리는 20개가 들어가 있어요. 가장 큰 장점, 세계적인 특허가 이거예요. 원하는 키 버튼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바뀌는 거예요."]

또 다른 점은 무게와 연주법인데요.

이 아코디언의 무게는 15kg입니다.

무거운 악기를 매고 양손을 활용해 연주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윤설미/탈북민 : "풍랑(바람)이 멈춰 서는 순간 소리가 안 나서 풍랑 신경 써야 되고, 왼손 박자, 리드(진동판) 신경 써야 되고 화음 신경 써야 되고 오른손 신경 쓰고 그래서 악마의 악기라고 아무나 연주는 못 하는 거예요.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체력이 힘들어요. 한번 들어보세요. 두 손으로 다 들어보세요. (들리지도 않네요.) 이걸 7살 때 들었습니다."]

7살 때 아코디언을 배운 설미 씨는 2014년 남한에 정착한 이후에도 아코디언 연주가로 활동했는데요.

좀 더 많은 사람과 음악을 나누고 싶다는 소망이 결국 악기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윤설미/탈북민 : "제가 유튜브에 아코디언 연주법을 업로드해서 올렸는데 그걸 보고 영상 보고 연주하기에는 너무 어렵다고 연락이 와서 ‘너무 힘들다’ ‘가벼운 악기가 없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설미 씨는 2020년부터 직접 도안을 그리고, 작업 과정을 기록하며 악기를 개발해 나갔습니다.

시행착오도 이어졌는데요.

["악기가 서지를 못 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이렇게 가기 전에 약간 실패작이네요.) 실패작, 지금 여기가 이 악기 내놓고요. 지금 여러 가지 실패로 거듭났던 거예요."]

아코디언을 비롯한 여러 악기 소리를 정밀하게 녹음해 헤세디언에 적용했고, 화음 연주법도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가벼운 게 장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윤설미/탈북민 : "4kg 정도고 여기에 배터리까지 다 들어가면 5kg 정도 돼요. (버튼) 하나를 올리면 옥타브가 나요, 소리가. 3옥타브."]

지난해 10월엔 드디어 특허 취득에 성공했는데요.

현재는 헤세디언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악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악기 개발에 반신반의했던 가상현 작곡가도 이제는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가상현/작곡가 : "현악기나 이런 것들은 사실 길에서 혼자서 연주할 수 있는 그런 악기들이 아니거든요. 그거에 비교했을 때 앞으로 엄청나게 경쟁력 있는 악기라고 생각이 돼요."]

헤세디언에 기대감을 품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이 작업실을 방문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분들은 누구세요?) 헤세디언 배우러 오신 분들이에요."]

오늘이 두 번째 수업이라고 하는데요.

인내 씨가 제법 능숙하게 동요를 연주합니다.

[장인내/탈북민 : "(악기가) 너무 쉬우니까 금방 이렇게 늘더라고요, 그리고 재밌어서."]

통일안보 교육가인 유리 씨는 헤세디언을 배워 강의에 활용할 계획인데요.

[최유리/탈북민 : "제가 강의를 다니고 있거든요. 강의할 때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면 좋을 것 같아서 제가 그 계획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누구나 악기를 익히도록 돼 있는 ‘일인일기’ 정책에 따라, 인민학교 때부터 아코디언 연주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설미 씨는 아코디언을 닮은 헤세디언이 탈북민 취업의 활로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윤설미/탈북민 : "아코디언이라는 악기가 북한의 중학생들 교과서에 사용법이 나올 만큼, 한국에서 학교 졸업한 애들이 리코더를 다 부는 것처럼 북한 사람도 그래요. 그래서 보니까 우리가 잘하는 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설미 씨의 가장 큰 소망은 고향 라선에서 연주하는 겁니다.

그날을 위해 탈북민 단원들과 함께 연주 실력을 갈고 닦고 있는데요.

헤세디언 밴드가 연주하는 고향의 노래, 함께 들어보실까요?

신명 나는 음악 소리를 따라 연습실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다가오는 5월 해외 공연을 앞두고, 호흡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량 악기인 소해금과 어우러진 헤세디언 연주는 이 악단만의 자랑이라고 합니다.

[최리나/소해금 연주가 : "소해금에서 다 치지 못하는 연주가 있어요. 아무리 연주를 잘한다고 해도 박자가 빠르고 하다 보면 할 수가 없잖아요. 헤세디언은 그 악기 소리를 연주할 수가 있더라고요."]

탈북민 단원들은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는 무대나 세계 각지의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윤설미/탈북민 : "남한에서 헤세디언 연주자들을 발탁해서 키워서 아예 공연 자체가 남북한이 같이 한 팀으로 가는 우리가 먼저 통일을 만들어내는 게 그것이 목표예요."]

언젠가는 고향 땅에서 헤세디언을 연주할 날을 기다리며, 통일을 향한 마음과 음악이 어우러진 하모니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