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블로그 글쓰기가 어렵다면…나의 장점을 하나씩 지워보세요

한겨레 2024. 3. 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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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손소영의 짧은 글의 힘
게티이미지뱅크

요 근래 글쓰기 강의를 듣는 분 중에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하는 분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목적은 주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것, 나아가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셀프 브랜딩 혹은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이 있어서인데, 에스엔에스(SNS)나 블로그, 유튜브 등을 이용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고자 하는 글쓰기에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익혀온 짧은 글 쓰기를 어떤 식으로 적용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최소한의 단어로 나를 표현한다면

나 자신에 대해 쓰는 글만큼 어려운 글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자기소개서 쓰는 게 가장 힘듭니다. 일단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떠올리는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인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인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인지 의문이 들면서 헷갈리기도 하죠. 오히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나라는 사람에 관해 제대로 파악하려면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의 장점이란 타인과 비교했을 때 뛰어나고 우월한 점이 아니라 내가 가진 많은 것 중에서 좋은 무언가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장점을 나열할 때 명사·형용사·문장 등 여러 표현으로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나씩 써나가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보이기도 하고 나 자신과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충분히 열거했다고 느껴지면 이제 짧은 글 쓰기의 원칙을 적용해보세요. 너무 많은 걸 부각하려고 하면 그 어느 것도 살리지 못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자신의 장점들 중에서 적합한 걸 추려내서 최소한의 단어로 나라는 사람을 표현해보는 겁니다.

저는 ‘방송작가’, ‘글쓰기 강사’, ‘외향적’, ‘이에스티제이’(ESTJ), ‘꼼꼼하다’ 등등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어떤 측면에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낼 것인지를 정하고 하나씩 지워나갑니다. ‘방송작가’를 선택했다면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과정이 또 필요합니다. 누구나 내세우는 점들보다는 나만의 장점을 찾아내는 게 필요합니다. 차별화를 한다고 나만 아는 얘기로만 채우면 안 되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와 표현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첫 자이언트판다인 푸바오 열풍이 대단했습니다. ‘푸바오 할부지’로 잘 알려진 강철원 사육사의 얘기 중에 참 와닿았던 말이 있습니다.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동물을 잘 케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도록 하려면 그 한마리 한마리만의 스토리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 생각이 바탕이 되어, 힘든 시기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푸바오 스토리가 생겨나고 그렇게 탄생된 이야기에 각자의 스토리까지 더해져 모두에게 특별한 판다가 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라는 브랜드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으려면 이런 ‘푸바오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혹시 ‘이름 붙이기’ 효과를 아시나요?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한명 한명에게 별명을 붙여서 부르다 보면 캐릭터가 생겨나고 같은 단어를 공유하면서 친밀감이 싹트게 됩니다. 푸바오 팬들 사이에도 용인 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 수많은 별명이 공유되면서 퍼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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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에스엔에스나 블로그 글에는 적절한 전달·표현방법 역시 중요합니다. 단순명료해야 전달력이 좋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의도에 따라 구성과 배치도 달라지겠죠. 글과 이미지가 함께 들어간다면 어떤 것을 먼저 보여주는 게 좋을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본인의 의도를 명확히 전제하고 싶다면 글로 먼저 설명을 한 뒤 그림을 배치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저 보는 사람의 느낌에 온전히 맡기고 싶다면 그림부터 넣어주면 됩니다. 사진이나 그림만으로 충분하다면 글은 사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원리로 방송에서 자막의 역할은 영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영상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조적인 수단입니다.

강의를 하면서 많은 분들의 글을 읽다 보면 말보다 글이 더 솔직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글에는 자기 자신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글쓴이의 성격과 직업이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감정과 어떤 생각으로 그런 글을 그렇게 쓰게 된 건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나라는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나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딱 맞는 단어와 적확한 표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 감정과 생각을 새삼스럽게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한 자기 성찰이 나에 대한 글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방법으로 글쓰기가 참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이름 붙이기’에 대한 얘길 했었는데, 내가 느끼는 기분에 이름을 붙여서 단어로 직접 써보면 막연하던 것들이 구체화되면서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그냥 ‘기분이 안 좋다’가 아니라 분노·슬픔·외로움 이런 식으로 단어를 하나씩 써보면 내 상태와 감정이 어떤 건지 알게 되는 거죠. 내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내면의 걱정이나 외부의 문제, 타인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3월은 유엔에서 정한 행복의 달이라고 합니다. 나에 대한 글쓰기는 일차적으로 나를 가꾸고 변화시키지만 나의 변화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크든 작든 영향을 줍니다. 작은 변화가 쌓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긍정적인 변화의 선순환이 글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방송작가
물리학을 전공한 언론학 석사. 여러 방송사에서 예능부터 다큐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짧은 글의 힘’, ‘웹 콘텐츠 제작’ 등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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