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범인 쫓는 CCTV, 이제는 위험기상도 찾는다

유희동 기상청장 2024. 3. 1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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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 효과’, ‘사각지대 해소’, ‘증거확보’, ‘화면공개’, ‘화면 속 범인의 정체는….’ 인터넷 검색창에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이와 같은 내용이 표출된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미디어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각종 사건·사고 소식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거나 이슈화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만큼 방대한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키워드 역시 사건·사고의 기사 제목이나 방송 자막에 수시로 등장해 우리에게 익숙하다. 평소에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존재감을 뽐내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숨은 영웅 ‘CCTV’이다.

태풍이 영향으로 부산 기장군 이동항 앞 바다에 거센 파도가 치고 있다. 국제신문 DB


주로 생활방범, 도로·화재 감시 등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CCTV와 기상청의 관계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과연 날씨를 예보하는 기상청은 CCTV를 어떻게 활용할까. 사실 기상청은 CCTV의 역할을 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온, 습도, 풍향·풍속, 강수량 등 기상요소를 자동으로 관측하는 장비로, 전국에 670여 개가 12k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조밀도로 보면 공간해상도가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집중호우 등 이상기상현상을 감시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이다. 그리고 설령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촘촘하게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지형·지물, 관측환경, 면적 등 여러 제약이 있어 장비 간의 거리 공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상청은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CCTV를 활용하기로 했다.

우선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도로공사 등 관계기관에서 운영 중인 전국의 약 6,900대의 CCTV 영상을 예보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예보관과 관측자는 실시간 영상 감시를 통해 관측 공백 지역에서 발생하는 소나기나 우박 등 국지기상현상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도로에 설치된 교통 CCTV 영상에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적용해 도로에서 발생하는 비나 눈, 안개 등의 기상현상을 기상청 날씨마루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여, 교통사고 예방과 도로교통 관리기관의 제설작업, 도로통제 등 방재업무에 도움을 주고 있다.

CCTV의 활약은 해양에서도 이어진다. 삼(三)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운·수산업, 수상레저 등 해상활동이 활발한 만큼 해양기상정보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은 관측장비의 설치가 어려워 활용할 수 있는 장비가 많지 않으며, 사람이 눈으로 직접 관측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의 눈이 되어줄 수 있는 CCTV를 활용하면 어떨까. 기상청은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등표나 등대와 같은 시설물에 CCTV와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등표기상관측장비, 연안방재관측시스템, 해양안개관측장비 등 해상·수난 사고 예방을 위해 바다안개(가시거리), 기상해일(수위) 등 해양의 날씨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위험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22년 부산지방기상청은 통영시, 국립해양조사원 등 관계기관의 CCTV 자료에 인공지능 영상분석 기술을 적용하여 바다안개 탐지서비스를 개발하였다. 기존에 CCTV 영상을 사람이 일일이 감시하고 분석하던 것을, 이제는 인공지능이 대신 영상 내 목표물까지의 가시거리를 분석하여 안개 여부를 자동으로 탐지한다. 부산지방기상청은 통영시와의 협업을 통해 작년 1월 기술이전을 완료하였으며, 통영시는 추가적인 장비 설치 없이 기존의 CCTV를 활용하여 바다안개 발생 유무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CCTV가 해


양기상관측장비로 변신하면서 해안가 등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위험기상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치안 강국이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 치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안전한 나라로 꼽히는 데에는 문화와 법·제도, 민족성 등의 영향이 크겠지만, 전국에 설치된 수많은 CCTV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범인을 쫓기 위해 CCTV 영상을 분석하는 경찰관처럼, 기상청도 CCTV를 활용하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기상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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