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인문대 신입생 절반 이상이 이과 출신

윤상진 기자 2024. 3.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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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거세지는 ‘문과 침공’

2024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서울대 인문대 신입생 중 52%(최초 합격자 기준)가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문과 계열’로 여겨지는 인문대에서 이과 합격생이 문과 합격생보다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문대의 이과생 최초 합격자 비율은 2022학년도 44.3%, 2023학년도 42.7%였다가 올해는 절반을 넘긴 것이다. 정치외교학부·사회학과 등이 있는 사회과학대학은 정시 최초 합격생 중 63.8%가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회과학대 이과생 최초 합격자 비율도 2022학년도 37.4%, 2023학년도 61.5%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번 정시모집에선 문·이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학부(학과)에 최초 합격한 535명 중 243명(45.4%)이 이과생이었다.

그래픽=이철원

15일 국회 정경희(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과생 최초 합격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생활과학대학(70.6%)이었다. 그다음은 사회과학대학(63.8%), 경영대학(55.4%), 인문대학(52.0%), 사범대학(47.9%), 농업생명과학대학(35.7%), 음악대학(20.5%), 미술대학(14.4%) 순이었다. 식품영양학과 등이 속해 있는 생활과학대뿐 아니라 인문대나 사회과학대마저 최초 합격자 절반 이상이 이과생인 것이다.

인문 계열 학부에 이과생이 많아지며 강의실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한다. 한 인문대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선 학생들의 역사 지식이 전과 비교해 부족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반면 “인문학이라도 디지털 기술이나 통계 등 수학·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과목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진 편”이라고 했다. 파이선(프로그래밍 언어)이나 데이터 분석 기법을 익히고 온 학생들도 최근 많아졌다고 한다. 서울대 문과 계열 신입생 중 입학하자마자 그만둔 학생 상당수는 의대 입시를 노리는 이과생일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서울대 인문대에 다니는 한 재학생은 “작년 학과 신입생 한 명이 ‘의대에 도전하겠다’며 2학기에 휴학을 신청했다”며 “전문직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며 로스쿨 진학을 노리고 서울대 인문사회계열을 선택한 이과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수능은 2022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고 있다. 통상 수능 수학 선택과목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은 이과생으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면 문과생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통합 수능 시행 이후 상위권 대학에선 인문사회 계열의 이과생 합격 비율이 높아지는 ‘문과 침공’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미적분’과 ‘기하’ 과목의 표준점수가 문과생이 고르는 ‘확률과 통계’ 과목보다 높기 때문이다. 표준점수는 과목 난도에 따라 원점수(100점 만점)를 보정한 점수로, 시험이 어려우면 최고점이 올라가고 쉬우면 내려간다. 난도가 높은 이과 수학을 고르면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어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입시에서 유리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4학년도 수능에서도 사회탐구보다 과학탐구의 표준점수가 높고, 이과 수학 과목 표준점수가 문과 수학보다 10점 이상 높았다”며 “이젠 최상위권 학생은 처음부터 이과를 선택하는 추세라, ‘문과 침공’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종로학원이 이과 수험생 20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5%가 “문과로 교차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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