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 현종과 함께 성장한 '고려 거란 전쟁'[TF인터뷰]

공미나 2024. 3.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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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8대 왕 현종 역 맡아 연기 성장 보여줘
"최수종은 연기의 교과서…NG도 안 내"

배우 김동준이 K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메이저나인

[더팩트 | 공미나 기자] '고려 거란 전쟁'은 거란족 요나라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고려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지만, 고려 8 대왕 현종의 성장 서사를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아무 것도 없던 위치에서 나라를 지켜낸 명군이 된 현종의 이야기처럼, 현종을 연기한 배우 김동준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뤘다.

김동준은 1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KBS2 대하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김한솔·서용수) 종영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은 내게 '성장'이었다"며 "왕순(현종)을 연기하며 저도 왕순이 돼갔다"고 말했다.

'고려 거란 전쟁'은 지난해 11월 11일 방송을 시작해 지난 10일 시청률 13.8%(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으로 자체 최고 기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1월 군 전역 후 배우로서 고민이 깊었던 김동준은 운명처럼 '고려 거란 전쟁'을 만났다.

"군대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전역한 뒤 어린 나이도 아닌데 '배우로서, 인간 김동준으로서 어떻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라는 고민이요.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이 작품을 만났어요. '고려 거란 전쟁'은 배우로서 제가 한 단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김동준은 '고려 거란 전쟁'에서 고려 8대 왕 현종 역을 맡았다. /KBS

그의 말대로 32부작 '고려 거란 전쟁'에는 김동준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방송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점차 이를 호평으로 바꿔갔다. 특히 꾸준히 작품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논란이 일었던 초반 연기조차 '돌아보니 현종 그 자체'였다는 반응을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수룩한 왕순이 한 나라의 왕이 돼가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준은 "왕순이 왕이 되기 이전부터 작품이 시작된다. 극 초반 그런 모습들을 보여는 게 나중에 왕이 되고 성장하는 모습도 폭이 크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대중도 알아봐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겸손히 말했다.

김동준은 '고려 거란 전쟁'을 한 마디로 "성장"이라고 표현했다. /메이저나인

'고려 거란 전쟁'은 작품 자체도 굴곡이 많았다. 방송 초반 고려의 개방적인 문화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고, 감각적인 연출과 생동감 넘치는 전투신들로 대하 사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흥화진 전투, 귀주대첩 등 전쟁신들은 큰 화제를 모았다. 또 강감찬과 더불어 현종, 양규 등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영웅들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중반부 역사 왜곡 논란과 이에서 비롯된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와 제작진의 갈등이 대중의 피로를 유발했다. 또 17회부터 전쟁 보다는 궁중 싸움과 암투가 더 중점적으로 다뤄지며 '고려 궐 안 전쟁'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주연 배우인 김동준도 이러한 잡음을 모르진 않았을 터다. 다만 그는 "한 작품을 만들 때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조금 있을 수 있다"면서 "저는 배우로서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하는 게 임무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동준(오른쪽)은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 최수종을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친구 같다"고 말했다. /KBS2

현종에게 강감찬이라는 좋은 정치 스승이 있었다면, 김동준에게도 최수종(강감찬 역)이라는 좋은 연기 스승이 있었다. 김동준은 "최수종 선배님은 연기의 교과서"라며 "NG도 내지 않는 완벽하신 분"이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늘 긴장감을 갖고 누가 되지 않으려 했다. 1분 1초라도 더 준비해 가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덕분에 지난해 최수종과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다. 김동준은 "이 상을 받고 정말 좋았다"며 "최수종 선배님에게서 많이 배웠다. 최수종 선배님은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친구 같았다"고 말했다.

베스트 커플상과 더불어 김동준은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수상의 기쁨은 배우로서 더 나은 연기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기기도 했다. 김동준은 "그전부터 작품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상을 받으니 그 생각이 뿌리내리듯 더 깊게 박혔다"고 전했다.

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마지막 회 강감찬을 떠나보낸 신이다. 이 신에서 강감찬에게 "살펴가시오"라는 대사를 하며 김동준은 감정이 울컥했다고 한다. 그는 "대사 자체가 모든 것을 마무리 짓는 대사였다. 최수종 선배님의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왕순도 강감찬을 보내기 힘들어했지만 저도 마찬가지였다. 최수종 선배님과 작품을 보내기 아쉬웠다"고 떠올렸다.

김동준은 "차기작에선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바랐다. /메이저나인

2010년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해 곧바로 연기 활동을 병행한 김동준. 제국의 아이들 해체 후에도 여전히 멤버들이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며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이 중 임시완, 박형식 등 배우로 자리 잡은 멤버들과는 서로 연기 고민을 나누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요. 15년 넘게 함께 했으니 가족 같은 멤버들이죠. 시완이 형은 이번 작품을 할 때 '동준아 선택 잘했다. 이 얘기를 해주려고 전화했다'라고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이번 작품으로 김동준은 정통 사극이 가능한 배우라는 좋은 수식어를 얻었다.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차기작에서 듣고 싶은 수식어는 이미 생각해 뒀다. 배역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는 것이다. 김동준은 "캐릭터 그 자체로 불리는 것만큼 배우에게 좋은 칭찬이 없는 것 같다"며 "다음 작품에선 김동준이 아닌 그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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