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곳만 된다’ 청약 양극화 심화… “개별 단지 경쟁력이 결정”

방재혁 기자 2024. 3.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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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단지보다 저렴한 분양은 성공
높은 분양가·불리한 입지는 저조한 성적
전문가들 “경기 침체땐 분양가가 성적 좌우”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시스템 개편 앞두고 분양을 앞당긴 다수의 지방 단지들이 흥행에 실패했다. 수도권 일부 단지도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개별 단지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15일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동 ‘더샵 둔촌포레’가 지난 12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47가구 모집에 총 4374명이 접수돼 평균 9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 단지로 더샵 둔촌포레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13억 6000만~13억 9000만원 선이다. 인근 단지 중 올해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최근 입주권 실거래가가 18억~19억원 선에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다.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단지들은 인근 단지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강점으로 꼽힌다. 경기 성남 분당구 금호어울림 그린파크도 지난 11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74가구 모집에 3385명이 신청해 45.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금호어울림 그린파크는 분당구 야탑동에 들어서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인근의 구축 아파트보다 저렴하다. 해당 단지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7억원 대로 인근 구축 단지인 SK뷰(2003년 11월 입주)의 같은 면적 최근 실거래가인 7억7000만원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입지에서 강점을 보인 단지도 흥행에 성공했다. 경기 안산 단원구 고잔동 ‘한화포레나 안산고잔2차’는 같은 날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92명 모집에 1171명이 신청해 12.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안산에서 교통과 교육 등 주거 환경이 좋아 주거 선호도가 높은 고잔동 도심에 조성됐다. 도보권에 신안산선 성포역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5억4000만원 대다. 지난해 12월18일 인근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시그니처중앙의 같은 면적 분양가(6억2800만원~6억40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낮다.

반면 수도권 내에서도 일부 단지들은 불편한 입지와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으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경기 용인 처인구 역북동 ‘역북 서희스타힐스 프라임시티’는 지난 11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주요 타입 대부분이 미달하면서 1.03대 1(92가구 모집 95건 접수)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5억6000만원 선이다. 인근 ‘서희스타힐스 포레스트’의 같은 면적 최근 실거래가 4억원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약 1억6000만원 비싼 편이다.

평택 가재지구 도시개발사업으로 공급되는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 플레이스’는 같은 날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0.32대 1(1158가구 모집 376건 접수)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교통 인프라 등 경기 평택 가재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GTX 호재가 있다고 하는데 개통되기 전까지는 가장 가까운 역인 평택지제역과 3km 가까이 떨어져 있어 사실상 교통편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극화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26일 청약을 진행한 충남 천안 ‘힐스테이트 두정역’은 0.69대 1(945가구 모집, 접수 654건), 지난달 27일 청약을 진행한 제주 ‘제주 중부공원 제일풍경채 센트럴파크’는 6개 주택형 중 3개 미달하며 1.18대 1(653가구 모집, 접수 776건)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청약을 진행한 경북 울진 ‘울진후포 오션더캐슬’도 7개 주택형 중 5개가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경쟁률은 0.2대 1(123가구 모집, 25건 접수)이었다.

고금리·고분양가 등으로 인한 청약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방 단지들은 미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분양 시점을 청약홈 개편 이후로 미루기 어려워 건설사들이 분양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청약홈은 지난 4일을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홈페이지 개편작업을 진행한다. 시간을 더 지체하면 분양 시점이 4·10 총선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승부수를 띄운 셈이지만 결국 흥행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청약시장 양극화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양극화 심해질수록 지역 단위 수요가 아닌 단지 단위 수요가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양극화가 심한 시장 상황에서는 같은 지역이어도 더 입지가 좋거나 분양가가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가 유리하다”며 “같은 단지 내에서도 상품성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했다.

또 다른 분양시장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분양가나 금융 혜택에 따라 분양성적이 크게 좌우된다”며 “같은 수도권이라도 공공분양,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입지도 차이가 나면서 성적이 갈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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