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울림] 알고리즘 추천 음악, 진짜 내 취향일까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3. 15. 17: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노래가 있을까.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등록된 곡은 1억개가 넘고, 매일 하루에 등록되는 신곡이 10만개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한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K팝 댄스곡을 즐겨 듣는 이용자라면 남성 발라드곡을 보고 뜬금없이 차트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곡은 올해 초 노래방 차트에서 꾸준히 인기가 있었다"며 "연령대별, 성별 등 지표가 천차만별인 만큼 서로 다른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노래가 있을까.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등록된 곡은 1억개가 넘고, 매일 하루에 등록되는 신곡이 10만개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인공지능(AI) 활용으로 창작 문턱이 낮아졌으며 각양각색의 음악이 넘쳐난다. 개인이 취향을 탐색하기 어려워지니 플랫폼마다 음악 추천 AI도 탑재했다. 한 번 들은 음악과 같은 가수나 장르, 비슷한 분위기로 끊임없이 음악을 틀어준다. 일일이 곡을 고를 번거로움도 줄었다.

'톱100' 등 유행곡 차트도 많은 이에게 여전히 중요한 선곡 지표다. 그런데 요즘도 차트를 둘러싸고 '사재기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2019년 특정 음원 순위를 조작해주는 브로커가 있다는 사재기 정황이 구체적으로 보도됐고, 이후 플랫폼마다 차트 개편 노력 등은 있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수사 기관이나 담당 부처, 플랫폼 차원에서 사재기 의혹을 입증해낸 사례가 한 번도 없기에 음모론만 떠돈다. 한편으로는 사재기로 몰렸다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수도 많다. 소송을 벌여 의혹 제기자에게서 손해배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음원 차트에 부정한 방식으로 순위를 올리고 수익을 취하는 사재기는 분명 근절돼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가 플랫폼의 불투명한 시스템, 플랫폼을 통해 강화된 확증편향의 영향으로 그저 '다름'을 배척하고 의심하게 되는 상황은 아닐지 우려도 든다.

한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K팝 댄스곡을 즐겨 듣는 이용자라면 남성 발라드곡을 보고 뜬금없이 차트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곡은 올해 초 노래방 차트에서 꾸준히 인기가 있었다"며 "연령대별, 성별 등 지표가 천차만별인 만큼 서로 다른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음원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 요소도 많아졌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도 일상화됐다. 숏폼 배경음악에 쓰이거나 인플루언서가 언급하면 유행을 탄다. 무엇보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불투명하다. 오로지 내 취향만 보고 맞춤형 추천을 했다는 보장이 없다. 광고비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알고리즘을 좌우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용자는 내막을 알 길이 없다. 뉴스, 정보, 소통 등 많은 부분에서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대사회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은 AI 시대에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모든 이해관계를 초월해 왜곡 없이 그야말로 시대의 거울이 돼줄 플랫폼을 꿈꿀 수 있을까. 공교롭게 잇단 소극장 폐관 소식을 들으며 우리가 점점 문화 터전을 잃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개관 33주년을 맞은 15일 문을 닫은 대학로 학전은 고 김광석, 윤도현 같은 뮤지션과 배우 황정민 등 많은 문화예술인에게 '첫 무대'가 돼준 문화의 산실이었고, 관객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2004년부터는 어린이극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아무런 제한 없이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거대 플랫폼을 헤매다가도 대학로 한복판의 좁고 작은 객석이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을 향한 향수일까.

[정주원 문화스포츠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