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차출' 시골보건소 찾은 환자 노발대발…60대 막내 의사도 진땀[르포]

연천(경기)=김미루 기자 2024. 3. 1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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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기 연천군 연천군보건의료원 가정의학과 진료실.

공보의가 자리를 비운 첫 주 내과에는 가정의학과 환자를 포함해 하루 100여명의 환자가 몰리는 날도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공보의가 떠난 뒤 연천군의 유일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된 박현수 과장(75)은 "환절기에 소아 환자가 많을 때는 하루 50명씩 진료를 본다"며 "지역에 다른 소아청소년과가 없기 때문에 소아 장염 환자 진료, 작은 수술 등을 하며 아이들이 큰 병원 가기 전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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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쌓이는 CT 장비, 가정의학과 진료실 불 꺼졌다…발걸음 돌리는 환자들
15일 경기 연천군 연천군보건의료원 가정의학과 진료실 불이 꺼진 모습. 지난 4일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공보의가 차출된 후 휴진에 들어갔다. /사진=김미루 기자


15일 경기 연천군 연천군보건의료원 가정의학과 진료실. 이날은 물론 이주 내내 이곳 불은 꺼져 있었다. 청진기는 책상 위에 놓였고 진료 일정을 안내하는 화이트보드에는 가정의학과의 무기한 휴진을 의미하는 빨간 표시만 남았다.

이달에만 연천군보건의료원 공보의 9명 중 3명이 전공의가 떠난 서울 병원들로 차출됐다. 지난 4일 유일한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차출된 것을 시작으로 11일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공보의, 마취통증의학과 공보의가 서울로 파견됐다.

차출 첫 주, 64세 병원 막내 비뇨기과 과장이 감기 환자 봐
15일 경기 연천군 연천군보건의료원. 문이 닫힌 가정의학과 진료실 옆 내과 진료실의 불이 켜져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현재 병원의 막내 의사인 64세 비뇨기과 과장이 가정의학과 대신 감기 환자 진료를 본다. 소아 환자 예방접종 업무도 맡는다. 74세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성인 결핵 환자 진료를 함께 본다. 공보의가 자리를 비운 첫 주 내과에는 가정의학과 환자를 포함해 하루 100여명의 환자가 몰리는 날도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공보의가 떠난 뒤 연천군의 유일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된 박현수 과장(75)은 "환절기에 소아 환자가 많을 때는 하루 50명씩 진료를 본다"며 "지역에 다른 소아청소년과가 없기 때문에 소아 장염 환자 진료, 작은 수술 등을 하며 아이들이 큰 병원 가기 전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전문의 부재 상태인 가정의학과의 한 3년 차 간호사는 "CT(컴퓨터 단층촬영) 장비가 있어도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찍을 수 없다"며 "엑스레이(x-ray) 촬영이 되는 의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려도 환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기침이 끊이지 않아 병원을 찾은 80대 할아버지 환자에게도 이같은 사정을 최대한 설명했지만 '병원까지 어떻게 왔는데'라며 노발대발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공보의가 떠난 빈자리도 크다. 병원 관계자는 "저녁에 소아 응급 환자를 봐줄 수 없어 돌려보낸다. 환자들은 소아 응급 진료가 가능한 남양주, 양주, 의정부로 가거나 다음날 다시 와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사태가 커지며 환자들이 수긍하는 반응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취약지 보건의료원장 "남은 의사에게 매일 미안해"
15일 경기 연천군 연천군보건의료원 바깥. 보건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법 제12조에 따라 의료취약지로 지정한 연천군의 유일한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사진=김미루 기자

연천군보건의료원은 보건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법 12조에 따라 의료취약지로 지정한 연천군의 유일한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인근 의원급 의료기관이 오후 5시쯤 문을 닫으면 연천군민 4만3000여명이 의사를 볼 수 있는 기관은 이곳 하나다. 외래 환자도 전문의를 찾아 방문한다. 오전 8시쯤부터 하루 14회 운영하는 순환버스를 타고 연천군 곳곳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병원을 찾는다.

의사는 늘 부족하다. 수도권 병원에 비해 환자가 적어 월급도 절반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봉직의를 채용하기도 어렵다. 의료공백을 메우려면 공보의 배치를 기대하는 게 최선이지만 지난해 전국 의과 공보의 수는 1400여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979명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지역 의료기관에 배치되는 신규 공보의는 470명가량이다.

최병용 연천군보건의료원장은 "연천군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은 여기 하나고 입원실이 있는 곳도 여기뿐"이라며 "(의사가) 없으면 없는 대로 한 달은 하지만 몇 달 지속되면 못 한다. 남은 의사에게 매일 미안하다. 더 심해지면 이들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장기화됨에 따라 오는 25일까지 공보의 및 군의관 250명을 각 의료기관에 추가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11일부터 4주간 상급종합병원 20곳에 공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을 투입한 뒤 나온 추가 조치다.

최 원장은 "공보의 5명이 있던 연천군 보건지소 7곳의 운영은 이제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혹여 응급실에서도 1~2명 더 빠지면 응급실 운영도 멈춘다"고 말했다.

연천(경기)=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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