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토막' LX인터내셔널…구본준 회장 일가 '고배당'은 불변

이창훈 기자 2024. 3. 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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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LX인터내셔널이 2021년 출범 이후 고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지난해 배당금 총액이 1079억원에 달했던 LX인터내셔널이 올해에도 고배당 기조를 이어간다. 이에 따라 구본준 회장과 그의 자녀인 구형모 부사장, 구연제 씨 등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챙길 수 있다.

15일 LX인터내셔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보통주에 지급된 배당금 총액은 107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가배당률(배당금이 배당 기준일 주가에서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비율)로 환산하면 7.3%다.

배당금은 전년 실적을 토대로 산정한다. 이에 LX인터내셔널이 2022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9655억원)을 기록하며 배당금도 크게 늘렸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이후 LX인터내셔널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 대비 크게 나빠졌지만 올해 시가배당률은 여전히 높은 3.8%로 책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2년보다 55% 감소했는데도 여전히 고배당 기조는 유지한 셈이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물산과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비교해도 한 단계 높은 고배당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2022년 영업이익(2조5285억원)보다 13.5% 증가한 2조870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올해 시가배당률은 2.0% 정도다.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올해 시가배당률은 마찬가지로 2.0%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2년보다 줄었지만, 과거 실적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치”라며 “매년 전년도 실적을 토대로 배당금을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는 경기 변동에 민감해 고배당을 매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계는 LX인터내셔널의 이 같은 고배당 기조는 오너 일가 현금 몰아주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LG그룹에 속했던 LG상사 시절과 배당 성향이 확연히 달라졌다.

LX인터내셔널은 2022년 시가배당률을 8.6%까지 끌어올렸고, 지난해 시가배당률도 7.3%로 정했다. 통상 시가배당률이 5%를 넘으면 고배당으로 불린다.

반면 LG상사 시절이던 2021년 시가배당률은 1.6%에 불과했다. 2020년 영업이익(1598억원)이 2019년(1348억원)보다 18.5% 증가했지만, 배당금 총액은 144억원에 그쳤다.

LX인터내셔널의 고배당 기조로 LX그룹 지주사인 LX홀딩스에 흘러가는 배당금 규모는 한결 커졌다. LX홀딩스의 LX인터내셔널 지분율은 24.69%다. LX홀딩스가 LX인터내셔널로부터 받은 배당금 규모는 2022년 204억원, 2023년 266억원으로 추산된다.

계열사로부터 배당금을 챙긴 LX홀딩스는 지난해 2월 처음으로 보통주 1주당 31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지분율 20.37%)은 약 48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구 회장의 아들인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 부사장(지분율 12.15%)과 딸인 구연제 씨(지분율 8.78%)의 배당금 규모는 각각 29억원, 21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LX홀딩스는 올해에도 보통주 1주당 27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731억원)이 2022년(1589억원)보다 54% 급감했지만, 배당은 줄이지 않았다. 영업이익 급감으로 직원들의 복지 축소 등 마른 수건 짜기 식으로 초긴축 경영에 나섰지만 오너 일가에 지급하는 배당만큼은 함부로 줄이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배당으로 오너 일가는 구본준 회장 42억원, 구형모 부사장 25억원, 구연제 씨 18억원을 각각 챙길 수 있다.

LX인터내셔널로부터 거액의 배당금을 받은 LX홀딩스가 다시 오너 일가에 배당을 해주며 구 회장 일가가 거액의 현금을 거머쥐는 구조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LX인터내셔널이 실적 개선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고배당 기조를 지속하는 것은 오너 일가에게 배당금을 몰아주려는 혜택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LX인터내셔널은 이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배당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n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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