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드래곤볼><닥터 슬럼프> 작가의 작별 인사…“R.I.P” 토리야마 아키라

이승연 시티라이프 기자(lee.seungyeon@mk. 2024. 3. 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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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파워, 즉 문화 예술 산업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80~90년대 출판된 소년 만화다. 지난해 한국에 붐을 일으킨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를 비롯, 해적왕이 남긴 보물을 찾아 떠나는 대해적 시대를 그린 『원피스』, 그리고 중국의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어드벤처 만화 『드래곤볼』은 국내 문화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중에서도 『드래곤볼』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는 일본 만화계 거장으로 불리며, 창작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 넣었다. 지난 8일,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에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버드 스튜디오, 슈에이샤,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공)
전 세계가 사랑하는 캐릭터를 만든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鳥山明, Toriyama Akira, 1955.4.5~2024.3.1)는 아이치현 나고야시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광고디자인 회사를 거쳐, 1975년 일본 「주간 소년 점프」에서 『원더 아일랜드』라는 단편으로 정식 만화가로 데뷔하였다. 이후 장편만화 『닥터 슬럼프』(1980)와 『드래곤볼』(1984) 연재를 시작, 두 작품 모두 히트를 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와, 그의 대표작 『드래곤볼』은 일본에서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소유하고 있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10년이 넘는 장기연재 동안 단 한 번도 연재 펑크를 낸 적이 없었고, 『드래곤볼』은 40여 개국에서 애니메이션 방영, 전 세계적으로 2억6,000만 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지금도 그 기록을 넘고 있다). 1995년 연재 종료 이후에도 『드래곤볼』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TV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문화 산업 콘텐츠 제작이 이어지며 신드롬을 몰고 왔다. 2013년엔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 재개, 2022년 영화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의 경우 개봉 첫 주말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드래곤볼』 연재 종료 후 장기연재는 하지 않았지만, 각종 단편작 출시 및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캐릭터 디자인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드래곤볼』 완전판(사진 서울미디어코믹스)
그리고 2024년 3월1일, 올해 68세 토리야먀 아키라가 급성 경막하 출혈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8일 그가 소속된 ‘주식회사 버드 스튜디오’와 ‘드래곤볼 공식 계정’(주식회사 캡슐 코퍼레이션 도쿄)을 통해 이 사실이 발표됐다. 드래곤볼 공식 계정의 발표문과, 「주간 소년 점프」의 발표문에는 “고인은 만화가로서 세계인들의 지지를 통해, 45년 이상 창작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가 그린 만화는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에서 읽혔고 사랑받고 있다”고 말하며 “그가 창조한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압도적 디자인 감각은 많은 만화가와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그의 유일한 작품 세계가 오래도록 여러분에게 사랑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작가에 대한 인사를 남겼다. 이후『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치로, 『I’s(아이즈)』 작가 카츠라 마사카즈, 『나루토』 작가 키시모토 마사시를 비롯 수많은 일본 문화 산업계의 거장들과, 국내외 인사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
소년 만화의 교과서가 되다
2024년 개봉 예정인 드래곤볼 애니메이션 시리즈 <드래곤볼 다이마> 스틸컷(사진 ©버드 스튜디오, 슈에이샤,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공)
오는 2024년 가을은 『드래곤볼』 연재 40주년을 맞이하는 시기다. 반세기에 가깝도록 한 작품이 이토록 사랑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작품 초반엔 ‘서유기’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손오공’이 드래곤볼을 찾기 위한 여정부터, 천하제일무술대회, 작중 악당 캐릭터인 레드리본, 피콜로 대마왕을 저지하기 위한 어드벤처 시리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하지만 『드래곤볼』의 인기가 급증하며 장기연재가 되었고, ‘손오공이 다른 행성에서 왔다’라는 메인 스토리를 통해 세계관을 넓혀갔다.
『닥터 슬럼프』의 주인공 슬럼프 박사와 아리(아라레)부터, 『드래곤볼』 시리즈의 주·조연 캐릭터 손오공, 부르마, 무천도사, 크리링, 야무치, 천진반, 챠오즈, 피콜로, 치치, 손오반과 오천, 베지터, 트랭크스 등 작가는 다양화된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라인을 선보여왔다. 무엇보다도 『드래곤볼』속 레드리본군, 프리저, 셀, 마인 부우 등 에피소드별 악역 캐릭터 등장을 통해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성장하는 서사는 지금도 대표적인 소년 만화의 정석으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도 연재 기간 동안 『드래곤볼』은 일본 내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정도였고, 현재 일본 내 소년 만화 계보를 잇는 『원피스』, 『나루토』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40년의 세월, 아이는 아버지가 되어
‘드래곤볼 SD 3’, ‘닥터 슬럼프 완전판 박스세트 1’(사진 예스24 제공)
토리야마 아키라와 그의 작품과 함께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 다시금 그를 통해 옛 시절을 추억해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작가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그의 팬이자 독자들이 최근 그의 유작을 다시금 찾고 있는 것.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 집계 결과, 부고가 전해진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대표작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시리즈 판매량이 이전 일주일 대비 289.3%가 급증했다. 이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닥터 슬럼프』와 『드래곤볼』의 구매자 중 3040세대 남성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해당 도서 시리즈 구매자 성연령비를 살펴보면 40대 남성이 43.7%로 1위, 30대 남성이 38.0%로 2위를 차지했다. 어린 시절 작가의 작품과 함께 자라난 연령대 독자들의 관심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예스24는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를 기릴 수 있는 추모전도 열었다. 해당 페이지에는 작가를 향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어린 시절 『닥터 슬럼프』와 『드래곤볼』와 함께한 독자들의 추모 메시지들이 모였다. 추모 메시지에는 ‘어린 시절을 풍요롭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돈*), ‘작가님의 작품 덕분에 많이 웃었고, 아버지와 함께 즐겁게 보던 추억도 만들 수 있었다’(Q****), ‘작가님의 작품이 있어 저의 10대가 즐거웠다’(O*****) 등 작가를 향한 애도와 감사를 표하거나, 『드래곤볼』 열풍을 직접 경험했던 과거를 추억하기도 했다.
(사진 픽사베이 Anthony Gallon)
에디터 역시 어린 시절 작가의 만화책과, 비디오 가게에서 애니메이션을 빌려본 기억이 있다. 갑작스런 작가의 부고 소식에 추억과 슬픔, 안타까움 뒤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손오공이 (악당 캐릭터인) 셀과의 전투를 치르던 중, 죽어서 계왕성(저승에 간 이후 등장하는 가공의 행성)으로 떠날 때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환히 웃던 표정이었다. 토리야마 아키라 역시 그의 캐릭터처럼 팬들을 향해 지금도 밝은 웃음을 짓고 있지 않을까, 상상 속에서라도 그의 편안을 바라게 된다.
마지막으로 토리야마 아키라가 『드래곤볼Z』 마지막 편에 남긴 문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아주 먼 옛날, 작은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는 마침내 현대로 되돌아왔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독자 여러분들 스스로의 눈으로 살짝 그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제 이 이야기를 여기서 끝마친다.”(-『드래곤볼Z』 42권 마지막 장면 中 발췌)
[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버드 스튜디오, 슈에이샤, 토에이 애니메이션,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학산문화사,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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