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가 되어 시공 대신 감리를 이야기하는 이유

2024. 3. 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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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강팀장의 목조주택 셀프 감리 가이드 1편

목조주택은 어떻게 지어야 할까. 건축주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제주에서 목구조 전문 빌더로 활동하는 강팀장이 내 집을 더 똑똑하게 마련하기 위한 목조주택 셀프 감리 노하우를 공유한다.


대부분 사람은 따뜻하고 시원하며 외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행복을 이루는 공간인 집에 산다. 인간의 행복을 이루는 기본 조건이라고 일컬어지는 “의·식·주” 세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여기에서는 ‘주(宙)’, 우리가 거주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필자는 집을 짓는 목수다. 한국식으로 칭하면 대목수, 미국식으로 하면 카펜터(Carpenter) 혹은 빌더(Builder)로 불리는 직업이다. 목조주택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앞서 필자가 목수의 길로 접어들게 된 이야기를 잠깐 소개하려 한다.


목수의 길을 걷기 전, 당시 통나무집이나 기와집 정도만을 알았던 필자에게 문득 여러 가지 의문들이 생겼다. 예를 들면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 등등 선진국이라 알려진 나라들의 사람은 어떤 집에 사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간단하게 알아보니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사는 대부분(95%) 사람들이 목조주택에 거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택이라고 하면 철근콘크리트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수치였다.


또한, 콘크리트와 나무로 만든 생활 환경 비교에 대한 각종 연구를 찾아보며, 그간 간과해왔던 콘크리트로 짓는 집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그리고 목조주택이 거주자에게 줄 수 있는 신체적, 심리적 건강상의 이점을 정리해 나갔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필자는 더 목조주택에 빠져들게 되었다.


국내에 발행된 목조주택에 대한 모든 책을 보면서 점차 목조주택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그길로 목조건축학교에 입학해 전문 과정을 마쳤다. 이후 수련과 실무를 거쳐 본격적으로 ‘집 짓는 목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많은 집을 지으면서 캐나다 목조교육 연수 및 세미나 등에 참여해 목조주택 선진국의 문화와 기술을 공부했다. 목조주택에 대한 관심이 직업으로 이어졌고, 제주도에 필자의 집도 직접 목구조로 지었다.


캐나다 연수는 강팀장의 목조주택을 바라보는 시야를 크게 넓혀줬던 계기 중 하나였다.


짧게 느껴졌던 캐나다 연수에서 필자는 여러 생각이 오갔다. 그들의 주거문화에서 ‘주택’은 곧 목조주택과의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어진지 100년이 훌쩍 넘는 목조주택을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캐나다 빌더들의 목구조를 다루는 실력과 기술에서 우아함과 우수한 주택 성능을 엿볼 수 있었고, 200세대를 동시에 수용하는 거대한 아파트나 18층 빌딩이 목구조로 지어졌다는 사실에서 목조주택 기술의 최전선을 체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느리지만 체계적인 목조건축 매뉴얼이 잘 정착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우리나라처럼 언제 어떤 돌발변수나 갈등으로 인해 ‘평생 모아 하나 짓는 내 집’이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았다. 그저 빌더를 믿고 편안하게 지어질 집을 기다리는 게 보통이었다. 다시금 우리나라 주택 건축 문화를 되짚어 보게 되는 대목이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내에 위치한 지상 18층 규모의 목구조 빌딩.


한국에 돌아와 목조주택 작업을 이어가던 중 두 가지 질문이 머리에 맴돌았다. 목조주택이 그 자체의 장점에 비해 왜 활성화가 더딘지, 그리고 우리나라 목조주택에는 왜 하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 어쩌면 이 둘은 연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 인해 목조주택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과 캐나다 건축 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되었다.


북미에는 중간 감리제도라는 게 있다. 공정별로 건축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서 점검하고 건축매뉴얼대로 시공했을 때만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매뉴얼을 여러 차례 위반한다면 해당 지자체의 부실업체로 등록해 홈페이지에 올려 다음 프로젝트를 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제재 프로세스가 있었다. 이를 국내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법을 바꾸는 절차는 목수 한 명이 이뤄내기에 너무 크고 복잡한 과정이다.


국내에도 목구조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학술적으로 표현되어 평생에 한두번 집을 지을 건축주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도 목조주택에서 가장 빈번하게 하자가 발생하는 벤트(vent)나 방수 이슈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되지 않는다. 법 없이도 잘 지어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법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고 기준이다. 그리고 이런 법의 미비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건축법의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약할 수 없는 일이기에 현재는 건축주가 스스로 살펴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강팀장이 직접 지어 살고 있는 카페 겸 주택.


북미와 같은 건축법이 생기기 전까지 ‘어떻게 하면 하자 없는 목조주택을 짓고 활성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으로 목수로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해졌다. 건축주가 스스로 본인의 집을 감리(점검)할 수 있는 ‘셀프 목조주택 시공 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건축주의 목조주택을 보는 기술적 안목을 높이면 시공자와 건축주가 함께 점검하고 논의해 더 높은 수준의 목조주택이 되리라 확신한다.


당장 다음 호부터는 목조건축 및 목조주택의 트렌드와 현명한 설계 방법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순서나 내용이 다소 바뀔 수 있지만, 앞으로 전개될 연재에서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이야기를 이어나 가려 한다. 각 연재 글에는 시공 상황을 볼 수 있는 영상도 첨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기초공사와 토대(Mud Sill) 감리 방법
2. 벽체(Wall)와 장선(Joist) 골조공사
3. 지붕(Roof)과 도머(Dormer) 골조공사
4. 목조주택 철물(스트롱타이)과 짚시스템(ZIPsystem)
5. 레인스크린(Rainscreen)과 웜루프(Warmroof)
6. 목조주택 벤트(Vent)와 전기공사
7. 설비공사와 정화조 8. 방통(바닥난방)과 창호공사

“건축주의 목조주택을 보는 기술적 안목이 시공자와 함께
더 높은 수준의 목조주택을 만든다.”

강팀장의 ‘제주 카펜터’ 내외부 모습. 지붕 트러스와 채광창이 인상적이다.


기술적인 감리 부분을 어느 정도 언급한 뒤에는 최종적으로는 건축주로서 설계 계약에 어떻게 임하고 어떤 빌더와 함께 해야할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목조주택에 대한 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 어떻게 시공해야 한다는 내용뿐이었다.

목조주택 하자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확연한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다양한 현장에서 필자는 ‘어떻게 시공해야’ 보다 ‘어떻게 점검해야’가 중요하다고 확실하게 절감했다.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필자가 현장을 오가며 실무적으로 살펴보는 감리 디테일을 바탕으로 건축주에게도 와닿는 실무 감리 이야기를 해나가려 한다. 이번 기획이 ‘셀프 목조주택 시공감리’에 대한 이해와 목조주택 활성화, 하자 예방을 위한 가이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사진_ 강팀장        
인테리어 목수 생활 중 우연히 접한 책을 읽고 목조주택 우수성을 깨달아 직업을 전환, 목조건축학교 졸업과 캐나다 ‘수퍼-E’ 연수까지 마치고 수십 년째 카펜터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 목조주택 전문 시공회사 대표이자 시공팀장으로 제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건축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므로 회사 대표보다는 “강팀장”으로 불리기를 바란다. jejucarpenter@naver.com



구성_ 신기영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3월호 / Vol.301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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