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회장’이 뭐기에…직제 부활에 일부 직원들 트럭 시위
조욱제 대표 연임 “다른 목적·사심 없어”
고 유일한 박사 손녀 “할아버지 정신 중요”
유한양행이 1996년 이후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를 신설한다.
유한양행은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의안 통과 전에 “제약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신설에 다른 사심이나 목적이 있지 않음을 명예를 걸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한양행은 회장직과 부회장직 신설에 이어, ‘이사 중에서’ 사장, 부사장 등을 선임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이사 중에서’를 삭제하고, ‘대표이사 사장’으로 표기된 것은 표준 정관에 맞게 ‘대표이사’로 변경하는 주주총회 안건을 상정한 바 있다.
고 유일한 박사가 1926년 창립한 유한양행은 지금까지 유 박사와 그의 측근인 연만희 고문 두 사람만이 회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1996년 연 고문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회장, 부회장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해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특정인이 회장직에 오르기 위해 회장직을 신설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이날 본사 앞에서는 회장직 신설에 반대하는 트럭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유 박사의 유일한 직계 후손이자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직제 신설에 우려를 표하며 거주 중인 미국에서 귀국해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할아버지의 정신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것이 유한양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그저 회사와 할아버지의 정신을 관찰하고 지지하기 위해 여기 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선 조욱제 대표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김열홍 R&D 총괄 사장도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회장직에 오를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던 이정희 이사회 의장은 기타비상무 이사로 재선임됐다.
이 의장은 주총장을 빠져나가며 “저는 (회장) 안 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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