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주산지 충남 부여, 일조량 부족 피해 심각

서륜 기자 2024. 3. 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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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기인데도 수박 무게 2~3㎏ 불과, 당도도 떨어져
농작물재해보험 보상도 쉽지 않아 농가들 발만 ‘동동’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오른쪽 두번째부터), 소진담 부여농협 조합장, 수박농가 김관식씨, 백남성 충남세종농협본부장이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수박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 수박 좀 보세요. 도통 크지를 못해 3㎏도 안 나갈 겁니다. 수박이 거의 멜론 크기에요. 당도도 10브릭스(Brix)도 안나와 맹탕인데 이걸 어떻게 팔아먹겠습니까.”

14일 찾은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저석리의 김관식씨(64) 수박 비닐하우스. 19동에 달하는 비닐하우스 가운데 촉성재배를 위해 지난해 11월말~12월에 정식한 7동에서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성장 불량, 당도 저하 같은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11월28일에 정식한 수박은 날씨가 정상이었다면 최근 수확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수확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이 시기에 수확하는 수박은 무게가 4㎏ 이상, 당도는 11브릭스 넘어야 상품성이 있지만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반으로 갈라 맛보여준 수박은 단맛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수박 껍질도 부드럽지 못하고 단단하고 억샜다.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시설재배 농작물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수박 주산지 가운데 한 곳인 부여에서도 수박을 중심으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부여군의 경우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 2월29일까지 3달간 일조 시간이 373.6시간에 불과했다. 2023년 같은 기간(527시간)에 비해 29%, 평년(486.9시간)과 견줘서는 23%나 적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린 비로 인해 강수량은 317.8㎜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5.1㎜였다.

날씨가 이렇다보니 착과 및 비대 불량, 당도 저하와 같은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소진담 부여농협 조합장은 “부여읍 전체 수박 비닐하우스 2500여동 가운데 40~5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상태라면 수박을 비품으로 판매해야 하는데, 정상 가격의 절반도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동한 부여군 수박 연합회장은 “30년 넘게 농사를 지었는데 겨울에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해가 안뜨는 날씨는 처음”이라며 “착과 자체가 안돼 농사를 아예 포기한 농가도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회장은 “해가 안뜨고 비가 자꾸 오니 비닐하우스 내 습도를 낮추기 위해 농가들이 전기 온풍기를 엄청 가동해 전기요금도 크게 증가했다”며 “비용은 비용대로 늘었는데 수박을 제값 받고 팔 수 없게 생겼으니 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상황을 전했다.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수박이 다 크지 못해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여 지역 4개 농협이 연합한 수박공선출하회는 4월에 수확하는 수박의 공동선별 최저 기준을 무게 4㎏, 당도 11브릭스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대로라면 출하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농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이번 피해를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농작물재해보험(원예시설) 약관에 따르면 일조량 부족은 ‘기타 자연재해(태풍·호우·가뭄 등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피해)’에 해당하는데, 이 경우 농작물은 피해율이 70% 이상이면서 전체 작물의 재배를 포기하는 경우에만 보험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박의 무게가 적게 나가거나 당도가 떨어지는 등의 ‘품질 저하’ 피해는 보상 대상이 아니다. 참외에서 발생하는 발효과나 수박의 과가 물러지는 피해 등만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게 NH농협손해보험의 설명이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착과 불량도 원인이 다양한 만큼 인과 관계 증명이 쉽지 않아 보상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 농가들은 “일조량 부족에 의한 피해가 명백하기 때문에 피해율 기준을 대폭 하향하고 보상 대상 피해 유형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재해복구비(농약대·대파대 등)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윤원습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관과 남궁관철 NH농협손해보험 부사장, 백남성 충남세종농협본부장 등은 김씨 농가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농가의 요구사항을 들었다.

윤원습 농업정책관은 “재해복구비 지원 여부에 대해 신속하게 검토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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