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은 참아도 면은 못 참지

엄하람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연구원 2024. 3. 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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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수, 두부면, 곤약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요한 대체면이 출시되고 있다.
대한민국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를 살펴보면 2016년부터 '저탄고지(低탄수화물 高지방)’에 대한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건강한 식품을 고르고 꼼꼼하게 식단을 꾸려나가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진 것.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일 탄수화물 섭취량은 1998년 323.5g에서 2022년 254.7g으로 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성은 17%, 여성은 무려 27% 줄었다. 2016년 이래로 탄수화물 소비량의 감소세는 한 해도 빠짐없이 지속됐다. 탄수화물의 1일 영양 성분 기준치가 324g인 것을 고려하면, 2022년 탄수화물 1인당 1일 섭취량(254.7g)은 기준치를 밑돈 수치다.

탄수화물 기피로 인해 '단백질’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었다. 높은 함량의 단백질을 포함한 닭 가슴살 등은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트렌드를 겨냥한 기업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굽네치킨’에서는 닭 가슴살 만두와 닭 가슴살 슬라이스햄을 출시했다. 또 식품에 포함된 단백질을 분리해 활용하는 시장도 형성되는 중. 운동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단백질 보충 파우더는 단백질 바, 액상 단백질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일상식’을 대체하는 '일상식’

한국인의 대표 주식인 밥은 이미 오래전부터 칼로리와 탄수화물을 낮춘 곤약밥으로 대체됐다. 곤약 소재의 칼로리가 낮은 것은 곤약 탄수화물인 '글루코만난’이 위에서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곤약은 물을 흡수하면 크게 팽윤해 포만감을 준다. 이전부터 제품화한 곤약쌀은 외관과 식감 면에서 백미와 명확하게 구분되는데, 최근 일본에서 백미와 곤약의 구분이 거의 불가능한 곤약 즉석밥을 출시하며 화제가 됐다.

탄수화물을 낮출 뿐 아니라 단백질 함량이 높은 메밀 소재를 활용한 메밀쌀밥(‘하림 The미식’ 메밀 즉석밥)도 제품화됐다. 일반 백미에는 100g당 6.8g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는데, 메밀은 100g당 단백질 함량이 13.6g으로 백미의 2배다. 이 밖에 기존 백미 대비 단백질 함량을 강화한 쌀 제품도 인기다(‘하루건강’ 고단백미).

단백질 선호 현상은 빵 카테고리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단백질을 강화한 베이글(‘비움브레드’ 비건 프로틴 베이글), 식빵(‘브레드박스’ 프로틴플러스 식빵), 도넛(‘프로넛’ 녹차 프로틴 도넛), 케이크(‘프레드’ 프로틴 케이크), 스콘(‘프레드’ 프로틴 스콘)이 출시돼 보다 가볍게 빵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소 거친 식감을 가진 호밀이나 통곡물을 활용한 빵에 대한 수요 역시 두드러진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섭취 행동과 시장 방향은 식품업계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상식을 평소처럼 즐기되, 탄수화물은 저감하고 단백질은 강화된 식품을 먹고 싶다"는 것. 쌀가루 혹은 밀가루로 만든 면을 다양한 소재로 대체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급성장하는 대체면 시장

‘면’은 소비자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즐거움을 준다. 면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후루룩 빨아들이는 것은 한국, 일본, 중국의 고유한 습관이다(Kohyama, 2010).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국물에 담긴 긴 면을 후루룩 흡입하는 소리를 미식 즐거움의 한 요소로 꼽는다(Brau & Jortner, 2015). 우리나라에서는 '면치기’로 표현되며, 수많은 먹방 프로그램과 유튜브 콘텐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면류가 선사하는 고유 감각적 즐거움에 대해 언급하는 연구도 있다. 힘차게 긴 면발을 입으로 빨아들이는 행동은 미세 근육의 움직임으로, 경쾌한 흡입 소리와 목 넘김은 면 요리 섭취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러한 고유 감각적 즐거움은 유아기 때 수유 혹은 젖병에서 얻었던 행복감과 상징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Shusterman, 2023).

소비자들의 탄수화물 저감 욕구와 면 요리에 대한 애정으로 대체면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대체 소재로 만든 면류 신제품이 국내외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 쌀과 밀을 대체하는 다양한 소재로 대체면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으며, 소재별로 차이점을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있다.

콩면과 두부면이 그 예다. 콩면은 렌틸콩, 완두콩 등 콩을 원료로 만든 면이다. 두부면은 콩이 원료인 두부로 만든 면을 뜻한다. 콩면의 대표 제품은 글로벌 파스타 기업인 '바릴라(Barilla)’와 '반자(Banza)’가 제조한 콩 파스타다. 단일 종류의 콩, 즉 100% 렌틸콩으로 제조한 파스타도 있으며 여러 콩류(렌틸콩 60%, 병아리콩 20%, 완두콩 20%)를 배합해 만든 파스타도 존재한다.

2019년 이후 국내에서도 다양한 제품의 두부면이 출시되고 있다. 1세대 두부면(‘풀무원’ 두부면)은 단면이 넓적한 형태로 마라탕과 마라샹궈로 익숙해진 두부면의 식감을 가지고 있다. 2세대 두부면(‘청정원’ 콩담백면)은 제면기를 통해 압출 성형했다. 단면이 작고 동그란 모양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면의 모습과 유사하다. 2023년에는 소면과 유사한 형태인 '샘표’ 고단백 중면, '풀무원’ 두유면이 출시됐다.

기타 곡류면은 쌀, 밀, 콩을 제외한 저항성 전분이 풍부한 통곡물을 원료로 만든 면이다. 곤약면은 돼지감자를 소재로 해 곤약으로 만들었다. 기타 곡류면의 주요 소재로는 메밀, 퀴노아, 기장, 귀리, 보리 등이 있다. 해외에서는 메밀, 퀴노아, 보리를 활용한 다양한 면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메밀 소재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제품 중 메밀을 활용한 고단백 고식이섬유 면으로 'CJ’ 프로틴 생면을 꼽을 수 있다. 이 생면은 볶은 메밀의 향이 특징으로, 면 표면을 미세 가공해 소스의 발림성이 뛰어나다. 곤약면은 고단백은 아니지만 저탄수화물 저칼로리 면 영역의 강자다. 곤약 소재 시장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7.1%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해랑’에서 출시한 건조곤약면이 화제다. 곤약면을 보존수와 함께 충전해 제품화하지 않고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로 면을 만들었기 때문. 해조류는 광합성 생물을 통칭하는 조류로 해수에서 생육하는 생물이다. 해조류면은 해조류를 파쇄하여 페이스트를 만들고 국수 가락으로 형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의 2021년 트렌드픽 면류에서는 미역국수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역국수는 쿠팡 '곰곰’의 미역국수(미역 80% 함유), '한살림’의 미역국수(미역 93% 함유)가 대표적이다. 해조류면도 곤약면과 유사하게 저탄수화물 저칼로리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편 달걀, 어육, 새우 등 동물성 소재로 제조한 면을 '동물성 소재면’이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주로 어육으로 만든 면을 찾아볼 수 있다. '고래사어묵’의 고래사 어묵면과 '새로미어묵’의 어묵누들 소면이 대표적이며 매우 부드러운 식감을 가졌다. 그 외 달걀, 새우, 닭고기 등을 이용한 동물성 소재면은 해외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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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마켓컬리

엄하람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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