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민주당의 정치 공작”…김봉현은 왜 또 말을 바꿨나

김소영 2024. 3.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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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징역 30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13일 A4 용지 11장 분량의 옥중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 서두에서 자신이 "민주당의 정치공작으로 큰 피해를 본 장본인"이라면서 지난 2020년 자신이 작성했던 옥중 입장문이 민주당 측의 회유와 협박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2020년 9월경 민변 출신의 이 모 변호사가 자신에게 접근해 '검사 술접대 폭로' 입장문을 작성하도록 종용했고, 그 대가로 보석 석방은 물론 사면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했습니다.

또 "그 후 이 변호사가 청와대와 민주당 관계자들을 접촉해 폭로 시점을 사전 조율하고, 짜여진 각본대로 ○○신문에 제보했다"면서 "이 사건의 여파로 수세에 몰려있던 당시 여권 관계자들이 대반격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폭로 이후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던 박은정 전 검사가 구치소를 찾아와 '대한민국 검찰 개혁의 일등 공신'이라고 말했고, 감찰 내용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로 보고하는 것을 봤다"고 적었습니다.

"이 변호사는 … 내가 민주당 편에 서서 반대로 검찰을 공격한다면 지금 현재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처한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고 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구한 영웅이 되어서 … 내가 그토록 원하던 보석 석방은 물론이고 이후에 사면까지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득을 하였음"

"그동안 수세에 몰려있던 청와대, 이낙연 총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 민주당이 본인의 '입장문' 발표를 시작으로 대반격을 시작하였고 이후 윤석열 총장이 사퇴하는 계기가 되었고 거의 10명에 이르는 검사들이 좌천되거나 옷을 벗게 되었고 본인은 이후 검찰의 공공의 적이 되었음"

-2024년 3월 13일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편지 중

그러면서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을 보석으로 석방시켜주기 위한 목적으로 '분리영장 방지법'을 추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용민 의원 등 12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듬해 7월 공소가 제기돼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 덕분에 자신의 보석이 가능했다는 설명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의혹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도 거론하며 “내가 직접 목격하고 관여된 기존의 정치공작 행태와 매우 유사하다", "사건마다 등장인물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 "검사 술 접대" 폭로했던 2020년 '옥중 입장문'

김 전 회장이 정치공작의 결과물이었다고 주장한 2020년 10월 입장문은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당시 라임 사태로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던 김 전 회장은 두 차례의 옥중 입장문을 내고 검사 술접대 의혹 등을 폭로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룸살롱에서 모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접대를 했고, 이들 중 1명은 이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김 전 회장이 2020년 10월 16일 공개한 1차 옥중 입장문 일부.


폭로의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입장문이 나온 당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안이 중대하다"며 법무부에 직접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법무부는 3일간의 감찰 끝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비위 의혹을 보고받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당시 윤 총장이 이를 "턱도 없는 이야기이자 근거 없는 중상모략"이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추-윤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습니다.

■ '술 접대'는 사실로…나머지 의혹은 '증거 없음'

폭로 내용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같은 해 12월, 김 전 회장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A 부부장검사와 전관 출신 B 변호사, 김 전 회장 등 3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술자리에 있었던 다른 검사 2명의 경우 중간에 먼저 자리를 뜬 점 등을 감안할 때 1인당 접대금액이 100만 원 미만이라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A 검사 등은 법정에서 술 접대 사실을 인정했지만,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사 개인에게 접대비로 쓴 돈이 1인당 100만 원을 넘어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이 가능한데, 참석자 수 등으로 접대 비용을 나눠보니 A 검사에게 들어간 접대비는 그보다 6만 원 가량 적은 94만 원 정도였다는 이유에섭니다.

검사 술 접대 외에 나머지 폭로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 대부분 '혐의 없음'으로 결론났습니다. '검찰이 당시 여권 정치인의 로비 의혹 수사에 협조하도록 회유하고, 야권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은폐했다'는 내용 등인데 검찰은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김 전 회장은 여러 번 자신의 말을 번복해왔습니다. 2020년 6월에는 '총선에서 민주당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가, 같은 해 10월 옥중 입장문 공개 당시에는 이 주장이 검찰의 회유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지난해 1심 선고 후에는 또다시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변호사 이 씨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이 변호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습니다.

김 회장의 이번 옥중 편지가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우선 2020년 폭로의 배경이 이 변호사의 설득에 의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당사자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이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 공개 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2월 15일부터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가 두 번 있었지만 다 기각된 사안을 1년이 지나서 갑자기 주장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반박했습니다.

2020년 폭로 내용 가운데 '검사 술 접대' 의혹은 앞서 살펴본 대로 일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반면 당시 야당(현 국민의힘) 정치인의 혐의 은폐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020년 10월 16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 입장문. ‘검사 술 접대’ 내용이 포함됐다.


김 전 회장이 감형 전략의 일환으로 당시 여권(현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사실들을 폭로했던 건지, 아니면 실제로 당시 여권 인사의 설득과 회유가 있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2020년 10월의 폭로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관심은 당시 여권을 향한 수사에서 '검사 술 접대' 의혹으로 쏠렸습니다.

김 전 회장은 폭로의 여파로 "이른바 추·윤 대전이 발발했고, 윤석열 총장과 검찰을 향한 여권의 총공세가 시작됐고, 공수처가 설립되면서 '검수완박'이 이뤄졌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문제와 민주당 정치인 관련 검찰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윤 총장에게 관련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추·윤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폭로 배경이 무엇이었든, 폭로 내용이 진실이었든 거짓이었든 간에 국면의 전환이 이뤄진 건 사실입니다.

■ "괘씸죄로 징역 30년 받아…내 인생은 누가 책임지나?"

2020년 폭로 이후 3년 5개월 만에 김 전 회장은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김 전 회장이 또다시 '변심'한 이유는 입장문에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징역 30년'에 대한 억울함을 거듭 호소합니다.

“한때는 검찰개혁의 일등공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구한 영웅이라는 소리를 듣던 제가 현재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형수 같은 삶을 살고 있고, 그 이유는 바로 민주당의 정치공작에 있으며 저는 그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초 검찰 수사에서 원칙대로 적극 협조하고 공로를 인정받아서 최초 예상대로 7~8년 형을 선고 받았다면 3~4년 정도 수형생활을 한 후에는 가석방도 기대할 수 있었는데, 민주당의 정치공작으로 인해 검찰의 공공의 적이 되고 '괘씸죄'가 추가돼 최초 예상 형량의 4배가 넘는 30년 형이 선고됐다. 도대체 내 인생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2024년 3월 13일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편지 중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을 언론에 전달한 강신업 변호사도 KBS와의 통화에서 "형이 생각보다 무겁게 나와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전 회장의 입장 번복으로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재판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재 민주당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김 전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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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so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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