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싹 지운 캐릭터로…“소녀시대가 연기하네” 선입견도 지웠다

이원 기자 2024. 3. 15.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돌핀’ 권유리

- 독립영화서 영화 첫 주연 맡아
- 충남 작은마을의 평범한 나영
- ‘소녀시대 유리’와 상반된 인물
- 캐릭터 이해 어려움도 겪었지만
- 상처와 성장통 알며 접점 찾아

소녀시대로 정상의 아이돌 자리에 섰던 유리가 배우 권유리로 변신하고 있다.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10여 년 됐지만 이전까지는 ‘소녀시대 유리가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자신의 첫 단독 주연 영화 ‘돌핀’(개봉 13일)을 통해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 ‘돌핀’에서 상처를 숨긴 채 새 가족과 마을 사람을 살뜰히 보살피는 낙으로 사는 나영 역을 맡은 권유리.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영화아카데미 15기인 배두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돌핀’은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여성이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 덕분에 용기를 얻어 세상으로 튀어 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권유리는 불의의 사고로 친부모를 잃은 상처를 숨긴 채 충남 서천 작은 마을에서 새 가족과 마을 사람을 살뜰히 보살피는 낙으로 사는 평범한 30대 지역신문 기자 나영 역을 맡았다. 그녀는 감정을 보이기보다는 속으로 삭이는 담담한 연기로 공감을 사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권유리는 “평소 소재 선정의 자유로움과 다양성을 지닌 독립영화를 흥미롭고 신선하게 느끼고 있었다”며 “‘돌핀’ 대본을 보니 극성이 강한 영화라기보다 정말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 이야기가 소소하게 느껴지고 정감이 가더라. 그래서 나영이를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독립영화 ‘돌핀’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드라마나 시트콤에 출연하며 주연을 맡긴 했지만 영화에서, 그것도 단독 주연을 처음 맡았기에 부담이 됐을 것이다. 권유리는 “하루하루 어떻게 촬영할지 집중하다 보니까 주연의 부담감이나 무게감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개봉을 앞두고 홍보 활동을 하면서 배우들 중 대표로 나와 이야기해야 할 때가 있다 보니 이게 바로 주연의 무게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실은 포스터에 제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와 ‘왜 이렇게 혼자 크게 나와 있지?’ 하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며 웃었다.

권유리가 연기한 나영은 작은 마을에 사는 30대 평범한 여성이다. 삶의 변화를 싫어하고, 극 중 어머니의 결혼으로 살던 집을 팔아야 하고, 동생이 서울로 간다고 하자 큰 갈등을 겪는다. 나영은 10대에 소녀시대로 데뷔해 지금까지 화려한 삶을 살아온 권유리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 공감대 찾기가 중요했을 터다.

그녀는 “(소녀시대의) ‘유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은 늘 표현하는 데 집중돼 있었다. 예를 들면 3분의 노래를 무대 위에서 극적으로 표현해야 하고, 예능 프로그램이나 인터뷰에서도 저를 많이 표현해야 했다. 그런데 나영은 저와 정반대에 있는 캐릭터였다. 늘 생각을 응축해 표현하는 나영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연기 초반에 느낀 어려움을 드러냈다.

그런 어려움을 배두리 감독에게 솔직히 이야기하면서 연기에 대한 숙제를 풀어간 권유리는 해답을 얻었다. 그녀는 “나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카메라 앞에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항상 뭔가 표현하려 했던 제게는 그게 가장 어려웠다”며 ‘평범한 나영이’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서천에 오래 머물면서 그 작은 마을에 대한 강한 애착과 그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촬영 기간 내내 촬영이 없을 때도 웬만하면 서울에 오지 않고 그 마을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외형 면에서는 화려함에 익숙한 자기 모습을 최대한 덜어내려고 했다. 메이크업도 다 덜어낸 맨얼굴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고, 의상도 줄곧 같은 의상을 돌려가면서 입었다. 권유리는 촬영이 없는 날에도 영화 의상을 입고 지내며 최대한 나영의 느낌을 유지하려고 했다.

배두리 감독의 영화 ‘돌핀’ 한 장면.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나영으로 살면서 권유리는 시나브로 둘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자신이 가진 것에 집착한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나영은 고향으로 표현되는 작은 마을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자기가 애착하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하고, 집착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저도 소녀시대로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유지하고 있다. 안정된 것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감이 나영과 비슷한 것 같다. 겉으로는 달라도 속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영이가 30대 초반인데, 저도 그 시기에 소녀시대에서 홀로서기를 했다. 그때 나영이처럼 성장통을 겪었고 지금도 겪는다. 연기하면서 나영에게 점점 애착이 갔다”고 설명했다.

권유리는 이 영화를 위해 새롭게 볼링을 배웠다. 영화 제목 ‘돌핀’은 레인을 벗어나 도랑에 빠진 볼링공이 마지막에 돌고래처럼 툭 튀어 올라 남은 볼링 핀을 쓰러뜨리는 것을 뜻하는 비공식 용어다. 영화에서는 삶에 변화를 겪게 되는 나영이 볼링을 배우며 용기를 얻는 순간으로 표현된다. 권유리는 “돌핀은 골프의 홀인원보다도 어렵고 드물긴 하지만 실제 볼링에서 일어난다고 하더라”며 “볼링을 할 땐 일부러 도랑에 빠지게 하는 게 더 힘들었다”며 웃었다.

권유리는 “신구 선생님을 비롯해 주변 선생님들이 크고 작은 배역, 독립영화, 상업영화가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해 주신다. 즐겁고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다양한 쓰임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면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