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유화 시도” vs “직급 유연화 조치”…유한양행, 회장 직제 신설 놓고 내홍

김건호 2024. 3. 1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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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 단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

이 말대로 유한양행의 창업주 고(故)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통한 사회환원을 제1의 가치로 삼았다.

유한양행 현 경영진의 회장과 부회장 직제 신설 등을 두고 기업 사유화 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2022년 1월 유 이사가 임기만료를 이유로 유한재단 이사에서 제외되고 유한양행의 최대주주인 유한재단 이사회마저 유한양행 전·현직 직원들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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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경영진, 주총서 정관변경 추진
일부직원 반발… 본사 앞 트럭시위
주주들에 전자투표로 반대 독려
故 유일한 박사 손녀 유일링 이사
“기업은 사회의 것… 조부 신념 위배”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 단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

이 말대로 유한양행의 창업주 고(故)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통한 사회환원을 제1의 가치로 삼았다. 또 이러한 창업자의 신념에 따라 시작한 전문 경영인 체제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유한양행의 전통이다.

하지만 오늘날 국내 1위 제약업체로 성장한 유한양행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유한양행 현 경영진의 회장과 부회장 직제 신설 등을 두고 기업 사유화 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유한양행 제공
14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유 박사의 53주기였던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 앞에서 일부 유한양행 직원들의 ‘트럭시위’가 벌어졌다. 현 경영진 등이 유한양행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게 임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트럭시위를 주도한 이유다.

시위의 시작은 15일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 경영진이 회장과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며 촉발됐다. 일부 직원들은 이정희 현 이사회 의장이 회장직에 앉기 위해 직제를 신설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주주들에게 전자투표를 통한 반대를 독려하고 있다.

1926년 창립한 유한양행 역사에서 회장에 올랐던 사람은 유 박사와 측근인 연만희 고문뿐이었다. 이번 주총에서 회장직제가 신설되면 유한양행에 28년 만에 회장이 재탄생한다. 업계에선 사실상 유한양행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 의장을 유력한 회장 후보로 보고 있다. 2015년 유한양행 대표이사에 취임한 그는 전 대표들이 임기가 끝나면 은퇴했던 것과 달리 이사회 의장으로 실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논란의 시작을 유 박사의 유일한 후손(손녀딸)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유한재단 이사회에서 제외되면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그간 유한양행은 유 이사 등 가족들이 관여하는 유한재단과 유한양행 경영진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유지돼 왔다. 하지만 2022년 1월 유 이사가 임기만료를 이유로 유한재단 이사에서 제외되고 유한양행의 최대주주인 유한재단 이사회마저 유한양행 전·현직 직원들로 채워졌다.

유 이사도 한 언론을 통해 “회장직 신설은 ‘기업은 사회와 직원의 것’이라던 할아버지 유지에 어긋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시위에 참석한 직원들은 유 이사의 유한재단 이사장직 재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직제 개편에 대해 “글로벌 제약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직급을 유연화하려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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