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매워 못 먹어” 급식 사진 공개했다가 되레 역풍, 왜?
한 이모가 초등학교 1학년의 조카의 급식 사진을 공개하며 매운 음식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가 되레 네티즌들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학년 전체가 함께 먹는 식사이기에 개별적인 입맛에 모두 맞출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는데, 급식 구성이 알차 ‘배부른 투정’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초등학교 1학년 조카를 둔 이모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조카가 다니는 학교의 급식 메뉴를 나열하며 “원래 저학년 반찬에 고춧가루 빨간 음식이 많아 나오나요”라고 물었다.
A씨가 공개한 급식 메뉴는 △김치볶음밥, 계란국, 돈가스, 시금치, 포도 △우거짓국, 깻잎장아찌, 닭갈비, 멸치볶음 △부대찌개, 파김치, 부추계란찜, 마늘쫑 △만둣국, 깍두기, 시금치, 버섯볶음 등으로 보이는 음식이었다.
A씨는 급식을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매 끼니 반찬 한 가지나 국이 매운 종류의 음식으로 제공되긴 했지만, 사진 속 음식들은 한 눈에 봐도 푸짐해 보였다.
A씨는 “매워서 밥을 못 먹겠다고 징징댄다는데 제가 봐도 아이가 먹을만한 메뉴들은 아닌 것 같다. 덜 맵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진상으로는 고춧가루가 많이 보이긴 했다”며 “학부모 입장에서는 좀 그렇긴 한데 뭐라 하면 갑질 부모 소리를 들을까 봐 말을 못 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학교도 대부분 저렇게 나오나. 주변에 초등학생을 둔 집이 없어서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 사연을 접한 네티즌의 반응은 냉랭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학생과 교직원까지 모두 먹어야 할 식사를 매운 것을 못 먹는 아이의 입맛에 맞춰서 만들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네티즌들은 “모두 같이 먹는 식단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집에서 해 먹이는 음식보다는 영양섭취 비율도 좋고 이 정도면 잘 나오는 식단이다” “마음에 안 들면 도시락 싸서 보내면 되지 않나” “영양사님도 극한직업이다. 하다 하다 이모까지 불만이다”라고 했다.
현직 영양사라 밝힌 네티즌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병설 유치원 학부모님께서 빨간 급식에 대한 걱정이 많으신 거 알고 있다”며 “일부 초등학생 급식에는 일반 가정에서 먹는 고추장과는 달리 덜 매운 고추장을 쓴다”는 의견도 냈다.
단체 생활을 위해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입학 전에 미리 매운 반찬을 먹여 급식 때 거부감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 “애가 투정을 부리면 잘 설명해주고 반찬 투정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 “정 먹기에 매우면 씻어 먹으라고 가르쳐라” 등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2년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이 원생에게 매운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시민단체 진정에 대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병설 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유치원생(5~7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13세)까지 같은 식단이 제공되는데,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급식이 매워 먹지 못하거나 배앓이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것은 반찬 투정이 심한 학생이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며, 매운 급식을 강요하는 행위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매운맛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며 “조리 과정에서 하나의 음식에서 여러 맛이 복합적으로 나기 때문에 그 매움의 정도에 대한 객관적인 수준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의 매움이 아동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준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봤다”며 진정을 기각했다. 이어 “각급 학교도 매운 음식 등에 간장 등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덜 매운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이 사건은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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