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금체불 확정판결에도 공무직 당직임금 기준 안 바꾼 서울시
판결 뒤에도 서울시 변화 없자 노동청에 진정
서울시 “2차소송 결과 보고 보상액 정할 것”
서울시가 공무직 노동자의 당직근무 절반은 통상근로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 후에도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고 정액 5만원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하고 나섰다.
고모씨 등 서울시 공무직 노동자 43명은 지난달 8일 서울시가 다시 수억원대의 임금체불을 하고 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씨 등은 서울시청 본관, 서소문 청사에서 기계·전기설비의 관리·점검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직 노동자다. 이들은 평일 주 5일(오전 9시~오후 6시)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서울시 지시에 따라 교대로 당직근무를 하고 있다. 당직근무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하는 숙직근무와 주말·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는 일직 근무로 나뉜다. 숙직은 월 평균 2~4회, 일직은 0~2회 돌아온다. 이들은 당직근무 시 정상근무와 마찬가지로 각종 설비 점검, 청사 순찰 등의 업무를 했다.
서울시는 당직근무는 업무강도가 낮고 감시·단속적 노동이기 때문에 이를 법정수당 지급 대상인 통상근로의 연장으로 볼 수 없다며 당직근무 1회당 정액으로 5만원을 지급했다. 고씨 등은 2018년 “당직근무도 통상근무와 다르지 않으므로 근로기준법상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당직근무는 전반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시간”이라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직근무 8시간 전체를 통상근로로 보고, 서울시가 2016~2018년 3년간 체불임금 약 5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직근무 시 업무는 고씨 등이 통상근로 때도 했던 업무지만 휴식시간이 빈번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당직근무 8시간 중 4시간을 통상근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체불임금 약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정액 5만원’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씨 등은 2021년 항소심 진행 중 임금채권 소멸시효(3년)를 고려해 2019~2021년 3년간 체불임금에 대해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대법원 판결 뒤 소송 중인 2019~2021년 체불임금, 2022~2023년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추가 소송 결과를 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1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2020년 자료여서 1차 소송 때 채택되지 않은 증거를 2차 소송에선 활용할 수 있어 2차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2차 소송까지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협의를 해 보상액을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 측 대리인인 심규환 노무법인 신아 노무사는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이 공무원 당직제도처럼 공무직 노동자에게 공짜노동을 강요하는 관행이 있다”며 “서울시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기준을 정하고 체불임금을 조속히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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