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회장할 생각 추호도 없다"

박미주 기자 2024. 3. 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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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회장이 생긴다고 해도 이 자리에 오를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공식, 비공식적으로 수없이 이야기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회장을 할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사진)은 유한양행이 회장직을 신설하는 것과 관련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계승해 회사를 발전시키려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며 "회장직을 만드는 것은 그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한양행이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한다. 회장·부회장 직급을 만드는 건 30여년 만이다. 일각에선 회장직 신설을 두고 특정인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그 특정인으로 이정희 의장이 끊임없이 거론된다. 이 의장이 회장에 오르기 위해 직을 만들려고 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사유화 대신 사회 환원 책임을 강조한 유일한 박사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 의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장에 오를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제가 73세입니다. 평균수명으로 보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날이 10여년 정도 남은 셈입니다. 돈과 명예를 탐해서 회장에 오르는 노욕을 부릴 상황이 아니란 말입니다. (회장을) 하라고 해도 싫은데 제 말을 믿어주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황당하기도하고 심지어는 모멸감까지도 느낍니다."

세간의 의심의 눈초리에도 회장직을 만드는 것은 유일한 정신을 계승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결정이었다는 게 이 의장의 설명이다.

그는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회사가 나아갈 것이고 이를 위해선 더 좋은 인재들이 필요하다"며 "회장 자리를 만들어 놓는 것은 나중에 훌륭한 사람을 영입하거나 했을 때를 대비해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업이 매출 2조원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하면서 부문별 사장 자리를 통해 핵심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적절한 직제 개편을 통한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회장직 신설이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란 대해선 유일한 정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음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유한양행의 계열사는 18개이고 최근 10년간 유한양행은 54개사에 6024억원을 투자했다. 사장이 2명, 부사장이 6명이며 계열회사는 18개, 투자사는 54개사에 이른다.

이 의장은 "1926년 유한양행을 만들 당시 유일한 박사는 좋은 약을 만들어서 국가와 동포에 도움을 주자고 하셨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며 "지금 유 박사님이 살아 계셨다면 혁신신약을 만들어서 국가와 동포가 아니라 전세계인을 질병에서 구하자고 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일한 박사가 계속 살아계셨다면 '이 바보들아 그땐 그것밖에 없었잖아'라고 하셨을 것"이라며 "유일한 박사의 뜻을 똑바로 새겨야 한다"고 했다.

이 의장은 "유한양행은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쪽으로 체질개선을 해왔고 앞으로 10년은 더 노력해야 신약개발에서 성과가 날 것"이라며 "이렇게 해도 유일한 정신에 미흡할 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부합하는 수준의 회사가 돼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이사회 의장을 하고 있는 것도 유한양행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 설명이다. 그는 "대표로 일하면서 혁신신약으로 가는 회사를 만드는데 기여했다"며 "이런 경험들이 회사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유한양행은 특정인 회장 선임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사유화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한양행은 1969년부터 지속돼온 전문경영인 체제에 따라 주요 의사 결정 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많고 감사위원회제도 등 투명경영시스템이 정착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총에서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 안건 통과 이후 외부에서 회장, 부회장을 영입해올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른바 유일한 정신이 기업의 사유화를 막는 것이라면, 회장 직제를 신설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단 것이다.

유한양행 15일 정기주총 주요 안건/그래픽=이지혜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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