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 민간단체 추진 논란

정민승 2024. 3.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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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협회)가 해산 후 민간모금단체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협회는 재해구호법에 따라 자연재난과 관련된 성금의 모금과 관리, 배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정 구호단체다.

지난달 이사회에 참석했던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산 추진 이유로 개정된 법 아래에서 협회 운영과 관련해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이사들도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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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필호 회장 이사회서 "구호협회 해산추진"
"정부감독 강화 재해구호법에선 업무 불가"
협회, 의연금사업 중단...지정기부금사업만
해산 시 협회 보유금 '1000억 원'은 어디로
협회 "다양한 방안 검토 중...정해진 것 없어"
지난해 10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장에서 이해식(오른쪽)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송필호 전국재해구호협회장에게 질의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고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집행부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협회)가 해산 후 민간모금단체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협회는 재해구호법에 따라 자연재난과 관련된 성금의 모금과 관리, 배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정 구호단체다.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성금관리를 투명화하라는 국민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송필호 협회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참석자들에게 “협회를 해산해 의연금을 포기하는 대신 별도의 민간 모금기관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A씨는 “회의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고, 내용도 협회를 해산하겠다는 것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사전에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협회가 민간모금단체가 되면 자연재난과 관련된 의연금의 배분 권한을 상실한다. 대신 산불이나 코로나19 같은 사회재난 발생 시에는 모금, 배분할 수 있다. 이 경우 모금은 행안부에 신고만 하면 되고, 조직 운영과 회계 등에 대해정부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협회의 갑작스러운 민간 모금기관화 추진은 집행부의 비리 의혹 수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김정희 협회 사무총장의 측근 채용 비리, 법인카드 불법 사용, 문서 위조 의혹 등이 제기됐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송 회장은 김 사무총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는 협회의 부정 채용, 20여 억 원의 구호품 부정 계약 의혹, 3억 원 상당의 임원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내용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협회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협회의 민간 모금기관 추진은 지난해 말 개정된 재해구호법 시행(7월)과 무관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협회는 이르면 5, 6월 총회를 열고 해산 결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재해구호법은 협회에 회계감사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결산보고서 미제출 시 행안부 장관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등 감독권 강화를 골자로 한다. 지난달 이사회에 참석했던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산 추진 이유로 개정된 법 아래에서 협회 운영과 관련해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이사들도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협회 해산 추진 사실은 지난 6일 일반 직원들에게 알려졌고, 11일부터 조직 개편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협회는 재적회원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행안부 장관에게 해산을 신고할 수 있다. 현재 회원은 언론 유관단체, 봉사단체 및 여성·시민단체 대표 등 47명이다.

협회 해산 시 의연금과 기부 성금 등 1,000억 원에 달하는 보유금을 누가 관리할지도 가장 큰 관심사다. 협회 청산 후 잔여재산은 행안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협회와 유사한 목적을 지닌 다른 비영리법인에 기부하거나 국가 또는 지자체에 귀속하도록 돼 있다. 협회가 유사한 민간단체 설립을 예고한 만큼 보유금을 이 단체가 관리하게 될 경우, 수사를 받고 있는 임원들이 단체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불가피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연재난 의연금과 관련해선 독점적 지위를 갖는 조직인 만큼 협회 내부에서 진행 중인 일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호협회 관계자는 “개정된 재해구호법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총회에서 검토 중이며, (협회 해산이)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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