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적 선율에 담은 민담… 獨 오페라의 진정한 첫 발[이 남자의 클래식]

2024. 3.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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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베버, 오페라 ‘마탄의 사수’
이탈리아풍 양식 완전 탈피
경쾌함과 박력 환상적 조화
묵직한 남성들의 합창 압권

독일은 전통적으로 교향악이나 실내악 등의 기악 음악이 강세였지 오페라는 별 인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에서 오페라가 탄생했던 17세기 초, 독일은 구교와 신교가 벌인 30년 전쟁(1618∼1648년)으로 인한 피해로 오페라를 제작하고 소비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18세기에 들어서도 독일은 이탈리아어 대본과 이탈리아풍 오페라 양식을 모방한 작품들만 성행했다.

이후 오페라에서 독일어 대사를 말로 하는 ‘징슈필(Singspiel·노래의 연극)’이란 장르가 탄생했지만, 18세기 내내 괄목할 만한 독일 오페라를 찾아보긴 어렵다. 물론 1791년 모차르트가 독일어로 작곡한 걸작 오페라 ‘마술피리(Die Zauberflote)’가 있긴 하지만,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사람이기에 엄격히 따지자면 독일 오페라는 아니다.

1821년, 낭만주의 시대에 들어서야 마침내 독일 오페라의 선구자격인 작품이 탄생했다. 바로 카를 마리아 폰 베버(1786∼1826)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Der Freischutz)’이다. 1786년 독일 오이틴에서 태어난 베버는 일찍이 음악적 재능을 드러내 겨우 14살이 되던 해인 1800년 그의 첫 번째 오페라 ‘숲의 소녀(Das Waldmadchen)’를 작곡했다. 18살이 되던 해에는 브레슬라우 시립 오페라극장의 악장으로 위촉됐고, 29살엔 드레스덴 궁정악단의 가장 높은 자리인 궁정악장직에 오르게 된다.

그로부터 6년 뒤인 1821년 작곡된 작품이 오페라 ‘마탄의 사수’다. ‘마법의 탄환’을 쏘는 사냥꾼이라는 의미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魔彈의 射手)’는 독일의 민담집인 유령 이야기(Das Gespensterbuch)에 수록된 이야기를 토대로 했다. 음악적 양식은 이탈리아풍을 완전히 탈피해 전형적인 독일 징슈필 양식으로 작곡됐다. 마침내 자기들의 이야기가 자신들의 언어인 독일어로 펼쳐지자 독일 관객들은 “이제야 진정한 독일 오페라가 탄생했다”며 열광했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이렇다. 배경은 30년 전쟁이 막 끝난 직후인 17세기 중반 보헤미아의 시골마을이다. 주인공인 사냥꾼 막스는 삼림관의 아리따운 딸 아가테를 사랑하고 있다. 만약 내일 펼쳐질 사냥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쥔다면 결혼 허락은 따 놓은 당상이다. 하지만 막스는 걱정이 태산이다. 컨디션 난조로 연습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 풀이 죽어있는 막스에게 친구 카스파가 다가와 은밀한 제안을 한다. 내일 사냥대회에서 무조건 우승할 수 있는 ‘마법의 탄환’을 오늘 밤 ‘늑대 골짜기’에서 만나 건네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카스파는 악마 자미엘에게 영혼을 판 신세. 오늘 밤 자미엘이 자신의 영혼을 거둬가기 전에 자기를 대신할 희생양으로 막스를 유인한 것이었다. 늑대 골짜기에 먼저 도착한 카스파는 악마 자미엘과 거래를 한다. “내일까지 나를 대신해 막스의 영혼을 넘겨 줄 테니 7개의 ‘마법의 탄환’을 주시오.”

거래를 수락한 악마 자미엘은 대신 조건을 하나 내건다. “일곱 발의 마탄 중 여섯 발은 막스가 원하는 대로 모두 명중하겠지만 마지막 한 발은 막스의 연인인 아가테를 향할 것이며, 만약 아가테가 마탄에 의해 죽지 않는다면 대신 카스파 네가 죽을 것이다.” 이윽고 사냥대회가 열리고 막스의 마탄은 백발백중이다. 마지막 한 발만을 남겼을 때 영주는 막스에게 나무 위의 비둘기를 쏠 것을 명령한다. 막스가 방아쇠를 당기자 마탄은 아가테를 향해 날아가지만 그녀를 빗겨나갔고 결국 카스파가 죽게 된다.

막스가 마탄에 관한 비밀을 영주에게 이실직고하자, 영주는 “죄가 무거우나 1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할 테니 앞으로 더 이상 나쁜 유혹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아가테와 혼인해도 좋다”며 행복하게 막을 내린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마탄의 사수 중 ‘사냥꾼의 합창’

3막에 등장하는 합창곡으로 사냥터를 연상시키는 악기인 호른 연주와 묵직한 남성들의 합창이 압권인 곡이다. 사냥의 즐거움과 사냥꾼들의 경쾌한 기분을 독일 특유의 민족적 선율로 박력 있게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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