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실버 영어소설반’ 이끌어… 영혼 살찌워주신 아름다운 열정[고맙습니다]

2024. 3.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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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열정 가득한 김숙자 선생님을 소개한다.

이분과 나의 인연은 7년이지만 어떤 회원들과의 인연은 무려 22년째 진행 중이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래서인지 선생님의 해석은 완성도가 높고 매끄럽다.

선생님의 노고에 다시 고마움을 표하며 더욱 건강하셔서 김숙자 영어교실이 영원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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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김숙자 선생님
김숙자(오른쪽) 선생님과 내가 지난 2월 27일 영어소설반 22주년을 자축하며 함께 포즈를 취했다.

여기 열정 가득한 김숙자 선생님을 소개한다. 이분과 나의 인연은 7년이지만 어떤 회원들과의 인연은 무려 22년째 진행 중이다.

2017년 어느 여름날. 신사동 주민센터 5층 ‘작은 도서관’에 처음 책을 대출해 돌아가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리며 한 무리의 여성들이 우르르 들어섰다. “여기서 뭘 배우세요?” 용기 있게 물어보았다. “네. 이 교실에서 팝송이 끝나면 11시부터 영어소설을 공부합니다.”

나는 행운아였다. 이날이 바로 몇 년 전 40년 직장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와 배회하고 있던 나를 영문학의 길로 이끈 날이었다. 소설을 좋아해 늘 독서를 했지만 영어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도 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인생 후반부에 새로운 도전과 감동, 길어도 길어도 마르지 않는 영혼을 살찌우는 샘을 발견한 것이었다.

2002년에 출발한 이 학급의 지도자 김숙자 선생님은 모교 이화여고에서 국어 교사로 10년여 재직하셨다. 배우자의 LA 근무로 테즐라프 중학교에서 이중언어교사로 5년여 재직하셨고 돌아와 번역가로 일하다, 신사문화센터에서 팝송과 영어 소설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은 25명의 수강생이 있으며, 그동안 공부한 책이 25권이다. 노인과 바다, 죽은 시인의 사회, 오만과 편견, 바다의 선물, 키다리 아저씨,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해 지면상 다 못 꼽겠다. 선생님은 회상하신다.

“‘작은 아씨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책은 500쪽이 넘는데 일 년이 걸려도 이탈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어요.”

수강생 중에는 강원도 고성과 충남 보령에서 생활하는 분이 있다. 전날 상경하여 공부를 하고 내려간다. 40대부터 6080 회원 중에는 좋은 학위와 헌신적인 직업을 마치고 돌아온 역전의 용사도 있고, 대부분 영문학을 사랑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분들이라 한 분 한 분 소중하다고 하신다.

김숙자 선생님의 강의는 경이롭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책갈피마다 주석을 달며, 정성을 다하는 것은 일반 번역가나 영어 교수와 다를 바 없다. 선생님은 두 시간 강의를 위해 며칠 동안 공부를 한다. 더구나 일 년에 한 번 여행을 한다. 그 여정은 소설을 쓰는 사부님껜 영감의 새 원천을 찾는 길일 테고 선생님껜 우리 회원들의 안목과 지평을 넓혀주기 위한 리포터 역할일 터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현장을 다녀온 뒤,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우리를 그곳으로 안내하는 길잡이 말이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래서인지 선생님의 해석은 완성도가 높고 매끄럽다. 감히 최고의 영문학자라고 드러내 자랑하고 싶다.

수업 막간에 문리대 학창 시절과 대학 신문 기자 생활을 듣는 것은 또 하나의 덤이다. 전설의 60년대, 마로니에가 있는 풍경을 수묵담채화로 그려본다. 시기와 장소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 지나온 삶을 아름답게 회상하는 근사한 시간은 아닐는지.

지난 2024년 2월 27일 김숙자 영어소설 22주년을 맞아 자축연 때 읽은 시를 떠올린다. 선생님의 노고에 다시 고마움을 표하며 더욱 건강하셔서 김숙자 영어교실이 영원하기를 빈다.

-- 중략 --

그가 이끄는 빛과 향기 좇아

찾아온 영문학 교실

깊은 속 잠자던 갈망

우려내며 보낸 날들

스물두 해 강을 건넜다

아름답고 진솔한

김숙자 선생님의 삶의 조각보

이분이 아니었으면

어찌 스물두 번의 봄을

스물두 번의 목련을 맞이했으랴.

함께 영문학의 숲을 오래오래 걷고 싶다.

제자 윤정옥(전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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