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성공한 빈곤 청소년, 주변에는 '좋은 어른' 있었다"[한판승부]

홍혁의 2024. 3. 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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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빈곤, 단순한 돈의 문제 아니라 기회의 박탈
일하는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차별적
임금 불평등 같은 사회적 문제 근본적으로 해소돼야
저출산 문제, 이제 중고생 아이들도 걱정하는 수준 돼
이제 학교에도 사회 복지 전문 인력 배치해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대담 : 강지나 교사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2부 문을 열었습니다. 작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보고서를 통해 청소년 빈곤이 학업 성취, 정신 건강 등 전 생애에 걸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청소년기가 빈곤에 취약한 시기다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현직 교사로 계시면서 빈곤 가정에서 자란 8명 아이들을 10년간 만나면서 인터뷰하고 기록한 분이십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라는 책의 저자이시기도 한데요. 강지나 선생님 모셔봤습니다.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 강지나> 안녕하세요. 

◇ 박재홍> 현직 선생님이시기도 하신 거죠? 

◆ 강지나> 네. 

◇ 박재홍> 지난 2000년에 발령받아서 교사로 근무를 하셨던 건데. 이 책은 어떻게 쓰시게 된 겁니까? 

◆ 강지나> 2000년에 처음 발령받아서 갔던 곳이 제가 경기도에 근무하는데 경기도의 아주 작은 도시였는데 그곳에서 이제 빈곤층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런데 이제 머릿속에 흔히 생각했던 빈곤층은 그냥 학용품이 좀 없거나 좀 공부할 기회가 적거나 이 정도인 줄 알았는데 부모가 돈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고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낸다든지 그다음에 정신적으로나 어떤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되거나 뭔가 다른 성장을 아예 방해하는 그런 환경에 있다든지 이런 제가 피상적으로 알던 빈곤과 너무 다른 모습을 현장에서 봤고 그래서 그 아이들을 돕고 싶었는데 교사로서는 한계가 굉장히 많아서 사회복지 공부를 했고 사회복지 공부를 해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는데 되지는 못하고요. 그 아이들을 인터뷰해서 논문을 썼고 논문을 발제를 시켜서 책으로 내게 됐습니다. 

◇ 박재홍> 책 제목을 들으시고 책 제목이 너무 공감이 돼서 슬프다라는 청취자 댓글도 있는데 책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주실까요? 책 내용 자체가 이미 가슴에 확 와닿기는 합니다마는.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강지나> 논문에 포함된 아이들은 한 20명 정도, 15명에서 20명 정도 아이들을 인터뷰를 쭉 했고. 그중에 제가 책을 낼 건데 좀 더 나랑 추가로 인터뷰를 더 할 수 있는 사람을 제가 희망을 받아서 6명의 청소년들이 더 하겠다고 이제 말씀을 하셨고.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김용균 청년의 산재 사고가 발생해서 제가 일하는 청소년을 좀 넣고 싶다고 생각해서 두 분의 청소년을 더 모셔서 8명의 청소년과 얘기하게 되었고요. 10년은 논문 쓰면서 처음 만난 게 2012년 정도에 만났고 책을 제가 빨리 못 쓰고 늦게 늦게 쓰면서 어떻게 어떻게 세월이 10년이 간 거예요. 그래서 그동안 추가로 또 인터뷰를 3~4차례 해서 책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 박재홍> 10년을 통해 더 책 내용이 숙성되고 깊어졌던 거네요. 

◆ 강지나>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까지 볼 수 있었으니까 성장 과정을 더 조금 자세하게 볼 수 있었던 거죠. 

◆ 진중권>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져요. 

◆ 강지나>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열심히 잘 살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 가난이라고 하면 듣는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는 가난의 수준은 어느 정도 수준의 아이들을 만났던 것인가, 이 부분도 궁금하실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수준의 가난한 아이들이었습니까? 

◆ 강지나> 대부분은 우리가 보통 기초수급이라고 하는 친구들이고 제가 논문 주제가 빈곤 되물림이었어요. 그래서 보통 부모 때나 조부모 때에도 빈곤한 친구들을 만났던 상황이어서 수급 단계가 아마 조부모 때부터 이렇게 진행되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 진중권> 보통 그런데 감추려고 하잖아요, 많은 경우에. 그래서 또 마음의 문을 안 열려고 하고. 대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 강지나> 네, 청소년이 제일 인터뷰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길게 질문해도 네 이렇게 한마디 하고 끝나서 어려운 대상인데. 저희가 이 친구들을 직접 만난 게 아니고 사회복지사님, 그리고 아시는 학교사회복지사님 이런 분들을 통해서 만났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이미 그 사회복지사와 그 학교사회복지사와 라포가 충분히 형성되고 신뢰했기 때문에 저를 소개해 줬을 때 충분히 잘 얘기할 수 있었고. 또 저하고도 세 네 번을 10년에 걸쳐서 쭉 만났으니까 뒤로 갈수록 자기 얘기를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 박성태> 앞서 가난 등에 대해서 기초수급자라고 하셨는데. 물론 인터뷰하는 친구들이 사회복지사랑 같이 얘기도 많이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구체적으로는 어느 정도입니까? 사실은 빈곤이라는 게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들이어서 어느 정도 아이들이 거기에 대해서 어떤 제한을 받았는지. 

◆ 강지나> 제한을 받았다는 게. 

◆ 박성태> 하고 싶은 걸 못 하기도 하고요. 물론 다른 집도 가난 때문에 평온을 끼치는 것도 많이 있을 것이고. 부모님들이 같이 다 일하기도 하고 돌볼 시간도 부족하기도 하고 그래서. 

◇ 박재홍> 삶에 있어서 가난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고 어떻게 삶으로 이어졌는지 그 부분에 대한 말씀. 

◆ 강지나> 보통 기초수급이라고 하면 노동이 어려우신 분들을 말씀하거든요. 대부분 뭔가 질병이 있으시거나 알콜릭이 있거나 장애가 있거나 이런 정도여서. 혹은 대부분이 한부모거나 그런 친구들이었고. 교육 제도로 보면 사실 가난하다고 이제 예전처럼 학자금을 못 내서 학교를 못 다니고 이렇지는 않아요. 이제는 전혀 그렇지는 않고. 대신 그런 가정 환경이 오랫동안 일을 잘 못 하고 부모가 또 대부분 문제행동… 알콜릭 같은 문제 행동이 있고 하니까 그런 것에서 오는 어떤 심리적인 불안이나 우울이나 이런 것을 많이 겪어서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들거나 혹은 우울 이런… 그다음에 부모처럼 본인도 알콜릭이거나 이런 친구여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 박재홍> 책 내용을 보면 가난은 더 이상 재화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역량의 박탈이 문제다라는 그 부분이 굉장히 통찰이 됐었는데 역량의 박탈이라 함은 그러니까 또 옛날에는 교육이나 이런 자체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있는 집 아이들이 더 공부 더 열심히 잘할 수 있고 오히려 그 기회마저도 이제는 가난하면 오히려 더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거나 혹은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는 것이죠. 

◆ 강지나>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흔히 빈곤이라고 하면 예를 들면 소득이 그러면 400만 원이면 빈곤하지 않고 390만 원이면 빈곤하고 그런 거냐. 그렇게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어디까지를 빈곤이라고 정해야 되는 주류의 질서가 생기는 거고 그다음에 같은 300만 원이어도 누구는 그걸로 식료품을 살 수도 있지만 누구는 자기계발을 위해 고가의 뭔가 음악 장비 같은 걸 살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그것을 금액이나 물건으로 규정하면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해서 이제는 금전의 문제로 빈곤을 보지 말고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데 그것이 박탈되는 과정 그리고 그게 일순간이 아니라 이를 테면 세대를 거쳐서 오랫동안 박탈되는 과정을 빈곤이라고 재규정해야 현대 사회에 맞지 않을까라고 저는 생각해서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 박재홍> 정서적으로 결핍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은데 그런 결핍이 실제 생활에 학교 생활에 어떻게 구현이 되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 강지나> 그래서 많은 사회복지사님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그런 아이들한테 지원을 해서 뭔가 학원을 더 다니던지 수업을 더 보충수업을 받든지 해서 지원을 해도 우리가 보기에는 끈기가 없고 의욕이 좀 없고 그다음에 성취감을 빨리 못 느끼고. 그래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내는 상황이 많이 이런 아이들이 겪게 되는데 그게 이제 심리적인 취약성이나 별로 성공해 본 경험이 없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아존중감 이런 게 낮고 이런 현상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친구들은 그냥 한 번에 어떤 지원비, 한 번의 보충수업 이런 게 아니라 꾸준히 그 아이를 믿고 지원해 주고 보살펴줄 누군가가 저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제 일반 가정에서는 부모라면 학교가 그걸 대신하거나 사회복지체계가 그걸 대신하는 그런 어떤 안전망 시스템이 있어야 된다라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을 좀 강조해서 책에 썼습니다. 

◆ 박성태> 꼭 빈곤 문제가 아니겠지만 요즘 청소년들 얘기도 들어보면 사실 주위가 잘 안 보여서.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부동산이 있을 것이고요. 그 전 단계가 좋은 일자리가 있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이 있을 것이고. 예전에도 개천에서 용나서 내가 엄청나게 노력하면 뭔가 이루어지겠다는 전망들이 보였지만. 지금은 사실 대학을 졸업한 이후까지 어느 정도 주변의 지원이 필요해야 잠깐 딛고 설 수가 있어서. 그런데 특히 빈곤을 더 느끼는 친구들은 그런 데서 훨씬 더 먼저 절망을 하고 그래서 굳이 내가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 강지나> 그러니까 공교육 제도로만 말하면 예전처럼 학비를 내고 이런 게 없거든요. 지금은 거의 무상교육에 가까워요. 그러니까 학생이 의지만 낸다면 사실 가능한데. 말씀하신 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가 문제라는 거죠. 우선 대학부터가 대학 입학제도가 굉장히 복잡한 거 아시죠? 교사인 저도 매년 새로 공부해야 할 정도로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전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정보가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정보에 맞춰서 아이들을 미리 준비시킬 수 있는 사람. 

예를 들면 우리가 특성화고라고 얘기하는 게 그런 것에 다 맞추어서 학교 제도가 짜여졌거든요. 훨씬 대학 가는 데 유리하죠. 그렇게 대학이나 그다음에 노동시장에 나가서도 100대 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크고 말씀하신 대로 자산 불평등이 크고 이런 세상이기 때문에 공교육 제도의 문제를 넘어서 계층 자체가 세습되는 그런 교육 제도를 지금 만들고 있기 때문에 빈곤층 친구들은 그런 거에서 오는 박탈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진중권> 일하는 청소년들도 있지 않습니까? 다른 학생들은 학원을 가거나 그러는데 그 시간에 일을 해야 되는. 

◇ 박재홍> 특성화고 학생들. 

◆ 진중권> 보통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학생들을. 

◆ 강지나> 그러니까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라는 뜻이 우리가 지나가는 10대를 보면 학생, 이렇게 부르지 청소년 이렇게 부르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길거리에서 보는 대부분의 10대를 그냥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야 되는 것을 어떤 하나의 정형으로 스테레오 타입으로 너무 머릿속에 각인을 하다 보니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어떤 학생이. 현장실습을 갔다, 그러면 아마 빈곤할 거다, 이미 이런 걸 규정하고 있고. 그리고 이런 것의 기본이 아마도 가정 배경이 조금 불우해서 아이들을 잘 못해 주기 때문에 대학 가려는 뒷받침을 못해 주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일하는 사람. 그다음에 기술직, 아르바이트 이런 것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이 매우 차별적이고 낮기 때문에 그런 학생들에 대해서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저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교육 현장의 학업 인식을 좀 바꾸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선생님. 이게 어떤 4년제 대학을 바로 간다고 한들 혹은 특성화고에서 직업현장을 간다 한들 이제 독일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직업 현장에 가든 혹은 바로 대학을 가든 그거에 대해서 뭐가 더 좋고 뭐가 더 나쁜 기준에 대한 생각은 안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인식 전환의 노력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더 필요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 강지나> 저는 인식 전환이 물질적인 토대 없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 박재홍> 물질적인 토대? 

◆ 강지나> 예를 들면 독일 말씀을 잘하셨는데요. 독일은 의대를 지원하면 그냥 갈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하지만 의대에 가려고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가봐도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공부는 엄청 힘들고 많은 걸 해야 되죠. 그러니까 사회에 나갔을 때 기본적으로 잘 살 수 있는 의식주에 해당하는 것이. 

◇ 박재홍> 기대소득. 

◆ 강지나> 깔려 있다면 그런 내가 100대 기업, 대기업에 다니지 않고 중소기업에 다녀도 내가 집을 마련하고 아이를 키우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겠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교육제도를 바꿔서 뭔가 하려고 의도를 많이 얘기하지만 저는 세상 자체가 평등해지지 않으면 혹은 노동시장 구조가 평등해지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근본적으로 바꿔야 될 것 같기는 한데. 선생님이 인터뷰했던 얘기를 또 들어보면 학생들이 빈곤 청소년들이 돈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사실 빈곤 청소년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 돈 얘기 정말 많이 하던데. 이것을 교육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저희가 또 방송 중에 청소년 도박 문제도 다룬 바가 있었는데 실제 교육 현장에서 느끼시기에 돈 문제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 어떻게 접근시켜야 될까요? 교육적으로도 뭔가 좀 세분화된 교육도 필요해 보이는데. 

◆ 강지나> 제가 인터뷰한 것에서 봤던 것은 빈곤층 청소년들이 당장에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굉장히 선호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돈을 좀 못 받더라도. 예를 들면 1년 후에 산업연수를 열심히 하면 높은 직위에 올라갈 수 있고 이런 미래가 보장되는 것보다는 당장 현금을 받는 걸 중요하게 여겨요.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는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별로 튼튼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어떤 보호막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계속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야간 배달 알바 같은 걸 놓지를 못해요. 당장 들어오는 현금이 엄청 크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면 그런 거 하지 말고 다른 거 공부해서 조금 더 자격증을 받아서 나중에 조금 더 안정적인 걸 하라고 하는 그것을 참기가 힘든 상황인 거예요, 환경이 너무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 도박이나 이런 문제도 저는 당장에 받을 수 있는 현금에 대한 그런 것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 진중권> 장래 또는 미래 어떤 계획을 세울 만한 여유도 없다는 거지 않습니까? 

◆ 강지나> 네. 그게 무슨 제가 어디서 에너지론 같은 걸 봤는데 생명체가 에너지가 내면적으로 불안하면 밖으로 에너지를 못 쓰고 내면을 계속 안정시키는 거에 에너지를 쓴대요. 그러니까 빈곤층 친구들이 어릴 때부터 이렇게 살뜰한 보살핌을 못 받았기 때문에 아마 내면이 조금 약하다고 보면 계속 자기가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어떤 자원을 내면을 안정시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쉽게 자기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에 쓰고 그걸 참고 외부로 다른 좋은 정보를 찾아서 교육을 받거나 이런 데로 잘 못 쓰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이제 좀 안 좋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 박재홍> 선생님께서 책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통찰한 내용 자체가 빈곤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빈곤층이 되는 구조에 대해서 말씀을 하신 건데 좀 더 사례나 혹은 구체적으로 좀 들어가보면 어떤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재생산되고 있다 볼 수 있을까요? 

◆ 강지나> 제 책에 있는 5번째 나오는 수정이 사례가 그런 건데요. 예를 들면 대학에 다니면서 실습을 함께해야지 조금 더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그다음에 이 친구가 3년제를 나왔는데 조금 더 다녀서 4년제만큼의 그런 걸 받으면 조금 더 좋은 직업을 갈 수 있고. 또 플러스해서 다른 교육도 더 받으면 되는데. 그런 걸 더 하려면 가정에서 3년뿐만 아니라 몇 년을 더 지원을 해 줘야 되잖아요. 

그런데 빈곤층은 지금 그럴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거죠. 아이들이 20살이 넘으면 당장 집에 돈을 벌어오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많고 대부분 아이한테 20살이 넘으면 수급이 교육 급여가 바로 깎이기 때문에 굉장히 아이들한테 의존해서 살았던 빈곤층 부모들은 힘듦을 겪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걸 만약에 이 아이가 더 학위를 더 받거나 어디 가서 실습을 더 하거나 이럴 만큼 유예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진입을 주변부 노동 시장. 그러니까 안정적이지 않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그곳에 들어가서도 바로 뭐 우리 집이 가난했는데 바로 월급을 받는다고 빈곤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좋은 노동시장에 못 들어가고 저임금 노동을 결국에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빈곤은 해결이 안 되고 계속 이렇게 쳇바퀴 돌듯이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도가 있기는 있어요. 일을 하고 학업을 병행할 수 있거나 빈곤층 친구들이 일하면서도 지원받을 수 있는 이런 체계가 있기는 하지만 좀 한시적이고 어떤 구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좀 단편적인 정책만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좀 많이 지원을 해 주면 좀 빈곤 대물림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빈곤 대물림은 해결이 어렵습니다. 

◇ 박재홍> 사회적 불평등이라면 어떤 거. 

◆ 강지나>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산 불평등 있고요. 계층을 세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런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 박재홍> 선생님 말씀 들어보면 가장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될 것은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겠네요. 

◆ 강지나> 그리고 저는 곧 인구 절벽이잖아요. 학교에서는 그걸 굉장히 체감하거든요. 초등부터 학교가 많이 없어지고 교실이 없어지고 아이들 숫자가 매우 줄고요.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 숫자가 적고 대학도 줄어들 거기 때문에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재화를 나눠서 분배할 건가를 고민하지 않고 예전 형식대로 자꾸 무슨 교육제도를 바꿔서 어떻게 하고 어떻게 하고 이렇게 기존의 틀을 고집하면 좀 어려울 거라고 보여집니다. 

◇ 박재홍> 선생님께서 10년간 추적하지 않으셨습니까? 추적한 10년간 그러면 같은 조건에 빈곤한 환경에 있었던 A와 B라는 학생이 있는데 A라는 학생은 그것을 벗어나서 또 자립의 기반을 잘 마련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B라는 학생은 계속 대물림되는 악순환 속에 안타깝게 가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 두 학생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했다, 임상적으로 보셨던 게 있을 것 같습니다. 

◆ 강지나> 어떻게 보면 그 학생이 가지고 있는 그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힘도 있고요.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가라는 것도 있고요. 예를 들면 그중에도 부모님이 튼튼하게 지켜줬던 친구도 있고 부모님이 아니라면 다른 사회복지사나 다른 학교 선생님이나 이런 롤모델이 있었던 친구들도 있고요. 또 그렇게 좋게 보였지만 제 책에도 나오지만 우여곡절이 있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계속해서. 그럴 때 저는 그걸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제가 오랫동안 관찰해 보니 그게 금전적인 것은 아니었다. 

◇ 박재홍> 꼭 돈의 지원이 아니다? 

◆ 강지나> 오히려 어떤 관계망, 네트워크, 인적 자원, 이런 게 훨씬 더 중요하더라라는 것이 좀 발견되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소위 좋은 어른이 옆에 있으면. 

◆ 강지나> 맞아요. 믿을 만한 어른, 어려울 때 가장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어른. 그런 어른이 제일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박성태> 제가 한번 들어보니까 가까운 사람이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대학 갈 때 나름 서울의 유수의 대학을 나왔는데 제일 어려웠던 게 주변 통틀어서 대학 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거기서 자기가 맨 처음 대학 입시에 도전한다는 게 사촌형들, 형들 다 해서 없었기 때문에 너무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말씀하신 내용 듣고 보면 혹시 제도적이나 그런 식으로 괜찮은 어른들이 보다 접촉할 수 있는 접점을 넓히는 방안.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 강지나> 그래서 복지계에서는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요. 학교와 지역사회와 복지를 함께 아우르는 복지생태계를 안전망을 잘 만들어서 아이들이 후견인 제도도 있고 그리고 또 이 친구들이 사회복지사를 자주 만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꿈인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 식으로 자주 접촉하는 어른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걸 지역사회와 학교와 복지관이 같이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박재홍> 최근 한때 제일 유행했던 멘토링 프로그램 하지 말아야 된다, 이런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이런 것들이 정말 필요한 아이들도 많이 있겠네요, 실질적으로. 

◆ 강지나>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 박재홍> 운영의 문제지. 

◆ 강지나> 네.

 
◇ 박재홍> 그렇군요. 현직 교사이시면서 이런 말씀하신 문장이 좀 가슴에 남았어요. 교육이 불평등을 유지하는 통로가 되었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럼 교육이 어떻게 하면 이 불평등을 해소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을까. 현장에서 느끼신 바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 강지나> 우선 저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교육이 경쟁하고 선별하고 이렇게 생산을 막 끌어내는 이런 교육 제도인데요. 그렇지 않고 비교하거나 경쟁하기보다는 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고 다양한 기회를 좀 볼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런 체계로 좀 바뀌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실 그런데 우리가 공교육을 욕을 많이 하는데 사실 많이 변했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학교의 진로상담 교사도 있고 심리상담교사도 있고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도 많고 많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저는 그런 딱딱한 제도를 바꾸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이제 우리가 어떻게 채우고 그걸 질적으로 좋게 하는가의 문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 진중권> 옛날에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제가 어렸을 때 들은 말은 이병철 씨 삼성. 이병철도 자식은 서울대 못 보냈어. 그러니까 그럴 때는 이제 교육을 통해서 우리가 사회적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다, 이런 거였는데 최근에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비싼 게 돼버리면서 오히려 불평등으로 구조화돼버리는 이런 측면들이 있는 것 같아요. 

◇ 박재홍> 저희가 저출산 얘기를 하면서 오히려 요즘은 아이들 빈곤율이 줄어들었다. 왜 그런가 봤더니 아예 환경이 안 좋으면 아이를 갖지 않는 상황이 돼버렸다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시거든요. 그럼 이런 빈곤의 문제. 결국 저출산 문제와도 더 직결이 되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으로 더 직결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강지나> 그리고 저출산은 저희가 가르치는 청소년들이 더 민감하게 매일 와서 선생님, 이제 0.76이에요. 이제 0.6으로 이런 걸 와서 말해요. 

◇ 박재홍> 아이들이 더 걱정해요? 

◆ 강지나> 네, 와서 말해요. 나라가 망할 것 같아요, 이런 얘기를 해요, 아이들이. 그러니까 저는 아이들이 굉장히 이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고. 

◇ 박재홍> 아이들조차도. 

◆ 강지나> 그래서 아이들 숫자가 줄기 때문에 그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어떻게 자기 잠재력을 키울 건가로 다시 교육제도를 리셋팅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육뿐만 아니고 사회 전반적으로. 

◆ 진중권> 리셋을 해야 되는데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그 반대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다 모든 게? 

◇ 박재홍> 지금 총선에 임박해서 그런 얘기를 좀 해야 될 것 같은데 이분들이 전혀 이런 얘기 안 하시는 것 같은데. 선생님, 방송을 정치인들이 많이 듣거든요, 저희 방송을. 선생님께서 제도적으로 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가장 내걸었으면 하는 게 어떤 게 있으실까요, 선생님 말씀해 주세요. 

◆ 강지나> 우선은 저는 학교에 복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복지 시스템? 학교 내에? 

◆ 강지나> 지금 사서 선생님도 계시고요. 상담 선생님도 계시고 진로 상담 선생님도 계시거든요. 복지 전문가만 안 계세요. 교육청에 한 분씩 계시기는 합니다. 교육청에 한 분씩 계시긴 하는데 제가 있는 경기도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지역이 크고 굉장히 다양하고 어려움이 다 달라요, 지역마다. 그래서 필요한 복지 인력들이 많거든요. 교사들은 이런 일을 잘 못합니다. 전문직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하나만 얘기하라면 저는 복지 인력을 조금 더 충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는 거 하나 하고요. 

◇ 박재홍> 또 하나 더 말씀해 주셔도 돼요. 

◆ 강지나> 또 하나 제가 공약을 보긴 봤는데 너무 이제 시혜적인. 돈이 없으면 금방 깎을 수 있는 이런 수많은 금전적인 지원책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 박재홍> 100만 원, 50만 원 주겠다. 

◆ 강지나> 그런 것도 있고 대출도 많고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그런 건 언제든지 없어져도 크게 책임을 안 지시거든요. 그런 것 말고 좀 구조를 만드는 것. 청년의 임대주택을 확대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좀 구조를 만드는 제도를 좀 더 장기적으로 고민해 보시면 어떻게 싶습니다. 

◇ 박재홍> 학교 안에 사회복지 선생님. 

◆ 강지나> 학교와 연결해서. 

◇ 박재홍> 연결해서 좋은 어른을 제도화시켜달라라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오늘 만나본 분은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라는 책을 쓰신 강지나 선생님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 강지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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