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잃어버린 10년” 〈사이클에 갇혔다〉

서영민 2024. 3. 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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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위기의 사이클에 갇혔다. 지난 10년, 성장은 심각한 정체를 겪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삼성의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단언한다.

■ 삼성전자는 원래 사이클을 탄다?

지난 10년 삼성의 매출 그래프다. 사이클을 탄다. 지난해 실적은 최악이다. 반도체 부문은 15조원의 적자를 냈다.


얼핏 당연해보인다. 삼성이 특화된 메모리 사업, 특히 D램은 사이클을 타니까 삼성전자 전체 매출도 악화된다.

■ 2013년 이전의 삼성은 사이클을 타는 기업이 아니다

그러나 삼성이 원래 사이클을 타던 기업은 아니다. 아래는 2013년 이전, 1998년부터 15년간 삼성의 매출 추이다.


우상향이다. 삼성은 쉬지 않고 성장했다. IMF 외환위기 때도, 닷컴 버블이 터지던 2000년 이후에도,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삼성 전체 매출은 사이클을 그린 적이 없다. 꾸준히 올라가기만 했다.

그 결과 15년 동안 매년 17% 이상 성장했다. 회사 규모는 15년 동안 10배가 넘게 성장했다.

■ 삼성은 D램에 의존하던 회사가 아니다

통념과 달리 삼성은 D램에 의존하던 회사가 아니다.

D램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건 맞다. 그러나 D램에 안주하던 회사는 아니다.

플래시메모리 혁신을 선도했다. 2005년 애플이 혁명적으로 가벼운 아이팟 나노를 내놓고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 덕분이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플래시를 삼성이 공급했다. 당시 애플은 삼성과의 협력을 위해 황창규 사장과의 만남을 애원했다. 그렇게 삼성은 하드디스크라는 저장장치를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었다.


LCD 디스플레이로 세계 TV 시장을 장악했다. 스마트폰 시대도 처음에는 주도했다.

즉, 삼성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했다. 그래서 D램 사이클이 있건말건, 계속 성장한 것이다. 긴 세월 쉬지 않고 혁신하고 새로운 부문에 도전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삼성은 '고집'과 '리더십' 이 있는 회사였다.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회사라는 세간의 평가는 큰 오해다. 기술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과감하게 베팅했다. 먼저 움직였다. 오죽하면 플래시 메모리 성능 향상에 대한 법칙은 삼성전자 황창규 전 사장의 이름을 따 '황의 법칙'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반도체 오디세이> 저자
"샤프도 LCD를 했습니다. 그런데 좀 작은 사이즈로 생각했죠. 일본 노트북은 11인치 안팎이었어요. 삼성은 그보다 사이즈가 큰 14, 15인치에 투자했죠. 원 패널의 사이즈에서 차이가 났는데, 5~6세대로 넘어가면서 우리가 일본을 압도하게 됩니다. 노트북에만 그치지 않고 모니터, 티비까지 점점 커지는 상황에 일본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됩니다."

권기태/ 전 삼성전자 직원, 현 구글 연구원
“LCD 디스플레이 기술은 일본이 발명했지만 사실은 삼성이 계속 개량하고 발전시켜가면서 그쪽에 투자를 어마어마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뒤쳐졌습니다. 삼성이 베팅한 게 맞았던 겁니다. TV 업계를 거의 평정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플래시 메모리 같은 경우도 인텔은 노어 방식이라고 그런 메모리를 밀었는데, 삼성은 낸드 방식이라고 해가지고 (결국은) 낸드가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텔을 꺾고 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삼성은 비전을 갖고, 그것에 투자하고, 다른 빅 플레이어들이 다른 길을 가더라도 ‘이거야.’ 그러고서는 고집스럽게 해가지고 시장이 열리는 순간 거의 독점적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회사였었죠.

그런 삼성의 고집은 애플의 고집마저 꺾을 만큼 강력했다. 스티브 잡스 시절 애플은 손에 들어오는 작은 화면 아이폰을 고집했다. 그 때 삼성은 대화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대화면은 대세가 되었다. 애플은 삼성을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다만, 2013년 까지의 삼성이 그랬다
-10년 만에 -8.5% 역성장했다
-10년간, 2013년을 단 세 번 밖에 넘지 못했다 (달러기준)

2013년과 2023년을 비교해보니 삼성전자의 매출은 13% 상승에 그친다. 10년 동안 13%, 연 평균 성장률(CAGR)은 1.25%에 불과하다. 2023년이 너무 가혹한 기준이라면 매출이 정점에 있었던 2022년을 기준으로 하면 어떨까? CAGR은 약 3.15%다. 가장 좋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해도 연평균 성장률은 3%에 불과하다.


앞서 살펴보았지만 삼성은 1998~2013년 사이 15년 동안 매년 평균 17% 이상 성장한 회사다.조금 더 충격적인 숫자가 있다. 삼성의 매출을 달러로 바꿔보는 것이다. 삼성의 매출은 90% 안팎이 해외에서 나온다. 따라서 달러로 표시된 실적을 보면 원화 환율 효과를 제외한 삼성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그래프는 더 평평해진다. 2013년 이후 매출이 2013년을 넘은 적은 단 3번 뿐이다. 2018년과 2021년, 그리고 2022년. 즉, 10년 동안 7년은 2013년을 밑돌았다.

그러니까 삼성은 달러기준으로 보면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성장이 거의 없었다. 사이클을 그릴 뿐이다.


지난해, 2023년 매출은 2013년보다 8.5% 줄었다. 역성장. 연평균으로 따지면 삼성이 지난 10년간 매년 -0.8% 역성장한 것이다.

박주근 리더스 인덱스 대표
"삼성전자의 매출의 거의 90%, 약 90%는 해외에서 발생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달러로 보는 게 더 맞죠. 특히 지난 2013년 이후의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 곡선은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0.8% 까지나옵니다, 2023년 기준으로.

그래서 이렇게 본다면 지난 10년은 분명 삼성전자에게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잃어버린 10년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삼성을 지속적 성장의 반석 위에 올려주던 새로운 산업이 없어졌다.

삼성은 신성장 동력 없이, 스마트폰 주도권도 잃고, 메모리 실적 여부에 따라 매출이 사이클을 타는 회사가 됐다.

① 신성장 동력이 없다
삼성이 지목했던 신성장 동력은 '파운드리'였다. 2019년에 100조원 이상 투자해서 2030년까지 세계 1위가 되겠다고 했다. 실제로 매년 주력 반도체인 메모리에 버금갈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했다.

정확히 보기는 했다. 세계 IT 산업은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지난 10년간 반도체 산업 혁신의 총아로 떠올랐다. 빅테크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만의 칩을 설계해서 혁신하려 하고 있고, 그 칩의 제조는 파운드리 회사에 맡겼다.

문제는 그 파운드리에서 삼성이 소외되었다는 데 있다. 주목받은 건 타이완의 TSMC였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를 하겠다는 파운드리 선언을 한 2019년 이후 격차는 더 벌어졌다. 15%가 넘던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이제 10% 초반대까지 하락하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아마존, 퀄컴, 구글... 거의 모든 빅테크 기업의 최신 초미세공정 칩은 TSMC가 제조한다. 빅테크 기업의 선단공정 칩으로 한정하면 삼성 파운드리에 맡긴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② 스마트폰에선 점점 잃고 있다
13년만에 스마트폰 세계 1위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소숫점 차이로 애플에게 1위 자리를 뺏겼다. 판매량 기준이다. 삼성이 2013년 전후로 전성기를 기록한 뒤 정체를 보인 반면 애플은 꾸준히 점유율을 늘렸다.


수익성 악화는 더 뼈아프다. 지난해 글로벌 Top10 모델을 보면 1위부터 7위까지가 아이폰이다. 아이폰 15와 프로, 맥스 모델, 그리고 14 시리즈, 심지어 13 시리즈까지 있다. 8위부터 3모델이 삼성이긴 한데 A시리즈다. 삼성의 플래그십 라인업 S시리즈는 리스트에 없고, 중저가 모델 뿐이다. 검색해보면 세 모델 가운데 하나는 해외 직구 가격이 10만원대다. 즉, 수익성보다는 점유율 방어가 목표인 모델이다.

정리하면 프리미엄 폰 시장은 애플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이제 판매량도 애플에게 넘어갔다.

☞시사기획창 "삼성, 잃어버린 10년" 유튜브 다시보기
https://youtu.be/W-rzA6GXkwk?si=ZGxCc6_ipCLrv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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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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