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반값" 고물가에 너도나도 알리·테무…충동구매로 '절약' 안돼

홍유진 기자 2024. 3.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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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싸니까 한번 직구하면 못 돌아가…배송도 빨라져"
되레 불필요한 지출 늘기도 "짝퉁·통관 불가 제품 사전 확인해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직장인 엄모 씨(27)는 국내 쇼핑몰에서 옷을 산 지 오래라고 했다. 중국 온라인 쇼핑 앱 '알리익스프레스(알리)'를 접하고 나서부터다. 엄 씨는 "쇼핑몰 사진을 캡처해 알리에서 검색해 봤더니 같은 옷도 1만~2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기다릴 시간만 있다면 알리에서 구입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자 중국 이커머스 등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다양한 상품군을 선보이는 '해외 직구(직접 구매)에 뛰어드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 시대 '가성비 쇼핑'을 원하는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외 쇼핑 플랫폼인 만큼 소비자 구제가 어려워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상품 싼값에…"한번 직구하면 못 돌아가"

최근 자취를 시작한 직장인 백 모 씨(28)는 자취방 인테리어를 대부분 알리에서 해결했다. 조명부터 선반, 접시, 러그 등 작은 소품까지 모두 직구했다고 한다. 백 씨는 "집 꾸미기 앱에서도 많이 찾아봤지만 비슷한 제품들이 훨씬 쌌다"며 "한번 이 가격에 사고 나니 다른 쇼핑몰에서는 절대 다시 못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리에서 백 씨가 구매했다는 무드등 제품을 검색해 보니 13일 기준 2만1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같은 디자인의 상품이 국내 쇼핑몰에서는 3만3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백 씨는 "어차피 국내에서 사도 중국산일 텐데 며칠 기다리더라도 알리로 사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이처럼 중국 쇼핑 플랫폼들은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3조 2873억에 달했다. 전년 대비 121% 급증한 규모다.

특히 중국 직구 거래액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의류·패션 상품이다. 카테고리별 해외 직구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의류와 패션 관련 상품은 전년 대비 4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국내 옷값은 점점 오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의류·신발의 물가 지수는 113.63(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7%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엄 씨도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처음 알리에서 옷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엄 씨는 "여자 옷은 유행이 빨리 바뀌어서 비싸게 주고 사는 게 못마땅했는데 알리로 바꾸고 나니 당장 1만~2만 원이 바로 절약되는 기분"이라며 "다른 사람들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임 모 씨(26)도 "요즘 보세에서 사도 옷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며 "결혼식장에 가려고 어쩔 수 없이 8만 원 정도 하는 원피스를 구매했는데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직구 사이트에서 5만 원에 파는 걸 봤다"고 하소연했다.

직구의 최대 장벽으로 꼽히는 배송비와 복잡한 절차가 없는 것도 한몫했다. 이들 쇼핑몰에서는 몇천 원만 구매하더라도 무료로 배송 가능한 상품이 대부분이다. 50대 직장인 홍 모 씨는 "주로 취미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데 가격이 거의 반값"이라며 "배송비도 공짜인 데다 요즘은 배송도 며칠 이내로 빨라졌다"고 말했다.

◇ 되레 불필요한 지출 늘기도…"소비자 주의 요구"

일각에서는 염가 판매에 혹해 절약은커녕 불필요한 지출이 늘었다는 반응도 있다. 직장인 김 모 씨(58)는 "주로 낚시용품이나 생활용품을 구매하는데 5개 중 1개꼴로는 버릴 물건을 사게 된다"며 "비슷한 물건이 추천에 뜨니 안 사도 될 걸 사게 돼 결국 절약에 별 도움은 안 된다"고 했다.

대학생 최 모 씨(24)는 "푼돈이라도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직구를 시작했다가 결국 쓸데없는 물건까지 사게 돼 씀씀이가 오히려 커졌다"며 "이제는 집에 왔을 때 알리 택배 소포가 하루라도 안 와 있는 날이면 괜히 서운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해외 플랫폼인 만큼 부작용도 만만찮다. 배송 지연, 오배송, 짝퉁(가품) 판매, 배송 중 분실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제도가 자리 잡기 전인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먼저 요구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교환, 환불이 원활하지 않은데도 워낙 싸기 때문에 버리는 셈 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구매하기 전에 통관이 불가능한 물품은 아닌지, 품질은 어떤지 미리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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