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BA ‘농구 대통령’, 진짜 대통령에 도전하나

류재민 기자 2024. 3. 14.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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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픈 커리, 대통령 출마 질문에
“은퇴 후 어쩌면 도전할 수도…”

미국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 분위기로 들어서는 가운데, NBA(미 프로농구)의 수퍼스타 스테픈 커리(36·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인터뷰 도중 “은퇴 후 아마 대통령 직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발언해 화제가 되고 있다. 커리는 지난 10여 년간 NBA를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해 왔다.

커리는 12일 미 CBS에 출연, 자신이 출간한 동화책 ‘나는 특별하다(I Am Extraordinary)’에 관한 인터뷰를 하던 도중 ‘선수 생활이 끝난 후 정치 분야 진출, 특히 대통령 출마를 고려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커리는 “아마도 (그럴 수 있다), 내가 가진 영향력의 모든 부분을 선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데 관심이 있다”라며 “대통령 출마를 단정 짓는 것은 아니고, 정치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혹은 정치 이외에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특별하다’는 청각 장애가 있는 흑인 소녀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장애를 극복하고 학교 축구 팀에서 뛰게 된다는 내용으로, 커리가 줄거리를 직접 쓴 두 번째 동화책이다. 커리는 이 외에도 아동 급식 지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정치권 진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다.

스테픈 커리가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 DC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열린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에서 슛 동작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의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 중 유독 커리의 출마 여부가 큰 화제가 되는 이유는, 그가 실제로 정치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조건을 여럿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커리는 평소 이타적인 리더십과 착실한 언행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모범 선수’로 손꼽힌다. 스타들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인 구설수조차 하나 없는 데다가, ‘동안의 암살자(아이 같은 해맑은 얼굴로 상대 팀을 뭉개버린다는 의미)’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외모도 준수하다. 미 프로야구(메이저리그)의 대표 선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비견되는 이미지다. 경기 후 갖는 인터뷰에서도 항상 군더더기 없는 화술과 공손한 태도를 보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일 넷째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화목한 가정 생활로도 유명하다.

커리는 선수 생활 내내 민주당 지지자임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과의 불화로 유명하다. NBA에는 우승 팀이 백악관을 방문해 대통령과 축하하는 자리를 갖는 관례가 있는데, 2017년 트럼프는 2016-2017 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초청을 거부했다. 평소 욕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커리가 백악관 방문 직전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멍청이(ass)’라고 비난했다는 이유였다. 반면 민주당 소속 대통령들과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각별한 사이로 함께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기도 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영상으로 출연, 당시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2023년 1월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2022시즌 NBA 우승을 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 선수 스테픈 커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 /로이터 뉴스1

커리는 15년 동안 워리어스 한 팀에서만 뛰었다. 이 팀의 연고지가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라는 점도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저 그런 NBA팀 중 하나였던 워리어스는 ‘커리 신드롬’을 타고 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거듭났다. 스포츠 산업 매체 스포티코가 추산한 올해 워리어스의 구단 가치는 82억8000만달러(약 10조9000억원)로 NBA 팀 1위, 미국 전체 프로 스포츠 팀 중 미식축구팀인 댈러스 카우보이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커리가 데뷔했던 2009년 워리어스의 구단 가치는 3억1500만달러로 30개 구단 중 18위 정도였는데, 15년 동안 구단 가치가 26배가량 뛰며 정상까지 올라간 것이다. 미국의 번영과 혁신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의 소재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커리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느덧 ‘노장(老將)’ 딱지가 붙었지만, 이번 시즌도 여전히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m 넘는 괴물 같은 선수들이 넘쳐나는 NBA에서 커리는 188cm의 비교적 작은 키와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2009년 데뷔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팀을 4번의 우승으로 이끌며 NBA를 대표하는 스타가 된 커리는 특히 3점슛 분야에서 NBA 역사를 뒤바꾼 선수로 꼽힌다. 3점슛 라인 한참 뒤에서도 무차별적으로 3점슛을 꽂아넣는 스타일로 유명한데, 이미 2021년에 3점슛 성공 개수 역대 1위를 기록해 누구도 넘보기 힘든 압도적인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과거 NBA 팀들은 안전한 2점슛 위주로 점수를 차곡차곡 쌓는 스타일을 선호했다면, ‘혁신가’ 커리의 등장 이후로 성공률이 떨어지더라도 과감하게 3점슛을 많이 던지는 방식이 리그의 대세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번 시즌 NBA에서 가장 많은 5190만달러(약 680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프로 스포츠 선수 출신이 정계에 입문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커리처럼 영웅 대접을 받는 수퍼스타가 그런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미국 외에는 매니 파퀴아오(복싱·필리핀), 조지 웨아(축구·라이베리아) 등이 대통령에 출마한 사례가 있고, 웨아는 2017년 실제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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