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드레스는 100만원 추가”... 이런 ‘스·드·메’ 횡포 막으려 가격 공개

김지섭 기자 2024. 3. 14.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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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웨딩서비스 ‘가격 표시제’ 도입

오는 6월 결혼식을 앞둔 직장인 김모(28)씨는 결혼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 걱정이다. 스튜디오 촬영은 생략하고 야외 스냅 사진만 찍었지만, 의상과 메이크업 비용으로 200만원 넘게 썼다. 결혼식 당일에도 드레스 대여료와 메이크업 비용 등으로 300만원 넘게 들어간다. 대학 동문회관에서 결혼해 예식장 비용은 아꼈지만, 그래도 결혼 준비 비용이 총 4000만원을 넘는다. 김씨는 “초라하지 않을 정도로만 결혼식을 하려 했는데 이렇게 많은 돈이 든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불투명한 가격 정보 탓에 ‘바가지 요금’ 피해가 발생하기 쉬운 결혼 관련 업체들에 대해 ‘가격 표시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의 평균 가격도 공개해 업체별 가격 수준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1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 경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웨딩 서비스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가격 표시제는 식당에서 메뉴판 가격을 붙여 놓듯이 결혼 준비 업체들도 서비스별 비용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결혼 준비 업체들이 가격을 표시해야 하는 대상과 항목,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웨딩플래너와 드레스 임대, 사진 촬영, 예식장 대여 등 결혼 관련 품목·서비스의 평균 가격 정보는 내년부터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사이트(참가격)에 공개된다. 2026년부터는 여성가족부가 결혼 서비스 산업 현황과 비용, 소비 피해 사례 등에 대한 정기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깜깜이’ 결혼 비용에 소비자 불만 급증

정부가 결혼 비용 공개를 추진하는 것은 고질적 병폐인 ‘가격 거품’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 신랑·신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스드메나 예식장 대관료 등에서 ‘가격 정찰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서 스드메를 알아보고 예약을 잡을 경우 웨딩플래너를 통하는 것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작년 5월 결혼한 김모(36)씨는 “드레스숍에 전화해 대여료를 물어봤는데 웨딩플래너를 통한 가격보다 30~40% 이상 비쌌다”고 했다. 그렇다고 웨딩플래너로 결혼을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고 할 수도 없다. 드레스 대여료는 낮아지더라도 웨딩플래너가 추천하는 스튜디오, 메이크업 업체, 예식장 등을 패키지로 계약하면 어디서 얼마나 바가지를 쓰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총액이 수천만원인데 드레스는 싸게 해줘도 수십 개에 달하는 세부 항목 중 어디에서 폭리가 취해지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가격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결혼 정보 업체 가연이 결혼 1~5년 차 신혼부부 1000명을 지난 1월 조사한 결과, 평균 결혼 준비 비용은 6298만원에 달했다. 혼수(2615만원) 비용이 가장 많이 들었지만, 예식장(990만원)과 스드메(479만원) 비용만도 15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추가금 문제도 심각

사소한 서비스가 더해질 때마다 추가 비용이 붙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퍼·얼·레’다. 업계 용어인 퍼얼레는 ‘퍼스트 웨어(처음 입는 드레스)’와 ‘얼리 스타트(오전 9시 이전 메이크업)’ ‘레이트 아웃(오후 5시 이후 메이크업)’의 줄인 말이다. 퍼얼레에 해당하면 기본 비용 외에 추가금을 내야 한다. 퍼스트 웨어의 경우 100만원 이상 더 내기도 하고, 메이크업을 일찍 혹은 늦게 받으면 10만원 안팎을 더 낸다.

스튜디오 촬영이나 결혼식에서 추가금이 붙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작년 11월 결혼한 윤모(29)씨는 90만원을 내고 스튜디오 촬영을 한 뒤, 사진 파일 원본을 받으려면 40만원의 추가금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윤씨는 “소중한 추억인 사진·영상으로 업체들이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가격 정보, 과다 추가금 등의 문제로 결혼 준비 과정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결혼 서비스 피해 구제 접수 건수는 최근 4년(2020~2023년) 연평균 778.5건으로 직전 4년(2016~2019년) 연평균(573.5건)보다 36%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음식점처럼 지도 앱에서 예식장 찍으면 대관료 나오고, 드레스숍 찍으면 드레스 대여료 나오는 식으로 결혼 시장에서의 ‘가격 표시제’가 하루 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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