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졌던 ‘단기임대’ 6년으로 부활한다
최근 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정부가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본지가 최근 발의된 정부·여당의 ‘민간 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과 부동산 대책을 종합 분석해 보니, 젊은 직장인과 신혼부부를 위해선 6년짜리 등록 임대주택, 장기 전세를 찾는 서민층에겐 20년짜리 기업형 임대주택, 대학생·청년을 겨냥해선 기숙사형 ‘코리빙 하우스(공유형 기숙사)’가 도입될 전망이다. 수요자들의 생애 주기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6년 임대주택’ 도입
13일 국회에 따르면,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단기 등록 임대주택 도입과 기업형 장기 민간 임대주택 신규 도입을 골자로 한 ‘민간 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1·10 공급 대책’에 담겼던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를 대상으로 6년짜리 단기 ‘등록 임대주택’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다. 등록 임대주택은 주택 소유주(임대인)가 자발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의무 임대 기간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통상 2년에 5%) 등을 지키면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은퇴자들이 임대 소득을 얻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면 부동산 시장에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고, 세입자는 일정 기간 전·월세 인상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이 제도는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는 아파트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현재도 10년짜리 등록 임대주택 제도가 있지만, 의무 보유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10년 임대주택보다 세제 혜택은 소폭 줄이는 대신, 의무 보유 기간을 단축한 6년 임대주택을 새로 도입하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4년짜리 등록 임대주택 제도가 있었지만, 지난 정부에서 ‘주택 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폐지했었다”며 “이후 임대주택 공급이 줄면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임대주택 신규 등록 물량은 2018년 35만 가구에서 2022년 13만 가구로 크게 줄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세금 걱정 없이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단기 임대를 되살리는 것”이라며 “늘어난 의무 임대 기간에 맞춰 세제 혜택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짜리 기업형 임대주택도
정부와 여당은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주택을 짓거나 매입한 후, 20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대상에는 아파트도 포함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자금 부족으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서민들에게 유용한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년 기업형 임대주택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됐다가 지금은 사실상 폐지된 ‘뉴스테이’와 유사한 방식이다. ‘뉴스테이’는 민간 사업자가 주택도시기금에서 공사비를 1%대 금리로 지원받은 후 8년간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하다가 분양 전환하는 구조였다. 분양가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임대료를 적게 받아도 분양 대금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었다. 정부는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과 관련한 구체적 지원 내용은 다음 달쯤 공개할 예정이다. 세제 지원, 사업비 저리 지원, 건축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혜택 수준에 맞춰 공적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는 또 대학생, 직장 초년생 등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위한 코리빙 하우스 활성화 방안도 준비 중이다. 방·화장실은 각자 쓰고 부엌, 세탁실 등은 공유함으로써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임대료는 낮추는 주거 상품이다. 기업형 임대주택과 마찬가지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사업자에게 건설비를 저리로 대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같은 ‘임대주택 주거 복지 3종 세트’가 실행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법 개정 사항이어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나 기업형 임대주택은 민간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서민 주거 복지에도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내년부터 신규 주택 공급이 끊기면서 전·월세난이 우려되는 만큼,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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