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듄 2’ 관객수를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

신정선 기자 2024. 3. 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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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51번째 레터영화 ‘듄: 파트2′입니다. 요즘 저를 매우 맘 아프게 하는 작품이죠. 왜냐고요. 전 아침에 눈떠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영진위 전산망 들어가서 개봉작 관객수 확인하기인데요, 도대체 왜! ‘듄2′ 같은 놀랍고 멋진 작품의 관객이 이렇게 적은 것인지. 아침마다 한숨이 절로 납니다. 오늘 레터는 저의 안타까운 심정을 마구 담아서 보냅니다.

너도 슬프냐. 나도 슬프다. 티모시 샬라메가 심각한 표정이네요. 한국 관객수를 좀전에 확인했나봅니다.

위에 말씀드린 대로, 아침마다 ‘듄2′ 관객을 확인하며 한숨 짓던 저는 이틀 전에 그걸로 기사도 썼습니다(한숨 쉰 얘기는 빼고요 ㅎㅎ 그런 건 레터에서만). 기사 링크 아래 붙일게요.

아이맥스로만 관객 몰린다, 영화 ‘듄 2′ 국내서 고전하는 이유

영화가 잘 안 될 때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듄2′의 부진은 제가 기사에 쓴 저런 부분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듄2′는 어마무시하게 잘 만든 영화에요. 2024년을 사는 어느 관객이 “요즘 지구의 영화는 어느 수준까지 보여줄 수 있오?”라고 묻는다면 “눈을 들어 듄을 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시사회 때 보고(용아맥 중블 가운데! 시사회 선착순 티켓 창구가 열리자마자 뛰어들었...) 반해버렸습니다. 어머, 이건 또 봐야 해! 그래서 울트라4DX로 또 보고, 스크린X로 또 보고, 2D로 또 봤습니다. (용아맥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는 건 안 비밀. 벗님들이여, 평일 오전 6시30분과 새벽 2시30분까지 매진시키는 건 너무 하신 거 아니오)

볼 때마다 감탄. 직전 관람 땐 못 봤던 포인트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듄1′을 개별 구매로 사서 다시 봤습니다. ‘듄2′를 보고나서 ‘듄1′을 보니, ‘듄1′이 얼마나 저평가된 작품인지를 알겠더군요. 드니 빌뇌브 감독님, 죄송합니다. 1편 때부터 이렇게 다 계획이 있으셨는데 소생이 미처 알아뵙지 못하고...

보다보니 1984년에 데이빗 린치 감독이 만든 버전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그것도 봤습니다(유튜브에 3시간짜리 풀버전 있어요). 아, 다른 감독도 아니고 린치가, 관객들이 스토리 못 따라갈까봐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영화 시작하고 약 10분간 그림판 넘겨가며 장황하게 설명을 하더라고요. 시대는 무슨 시대고, 스파이스가 뭐고, 베네 게세리트가 뭐고 어쩌구저쩌구. 네, 그 심정 이해합니다. 덕분에 저도 더 자세하게 알게 됐어요. 린치 버전은 40년 전 영화라 기술 수준 차이가 크다보니 빌뇌브 버전과 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에 그 정도를 보여줄 수 있는 건 린치가 독자적인 비전과 시각을 가진 감독이라 가능했지 않나 싶습니다.

‘듄'을 볼수록 빠져든 저는 어느새 ‘듄’ 머그컵을 손에 들고, ‘듄’ 관련 서적을 사고, (눈 먼 주머니를 털려고 내놓은) 각종 (쓸데없는) 굿즈를 장바구니에 쓸어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정신차려!)

‘듄2′ 성적이 안타까워진 저는 며칠 전 친구를 마루타로 기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궁금증은 하나. ‘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관객이 기초 설명만 듣고 일반관에서 관람했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티모시 샬라메 얼굴만 아는 베프한테 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주고 일반관 영화를 보여줬습니다. 결과는?

“이거 엄청 재밌는데?” 아, 친구의 답변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렇습니다, 여러분, 일반관도 괜찮아요. 아이맥스 아니어도 재밌어요. 기초적인 몇 가지만 알고 가시면 돼요. 이 영화는 집구석 모니터로 보시기엔 넘나 아까워요. 꼭 극장에서 보셔야 해요. 걸려있을 때 보세요. 꼭.

근데 그럼 그 기초적인 몇 가지가 뭔지 알려줘야 될 거 아니냐고요. 넵넵, 제가 친구에게 설명했던 버전을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아래에 적어보겠습니다. 글자로 적으면 길어보이는데, 저걸 랩처럼 흥에 겨워 입으로 읊으면 바로 끝난답니다.

'듄: 파트2'의 웅장한 모래벌레 습격 장면이죠. 물론 아이맥스로 보시면 더 웅장웅장합니다만, 2D 상영관에서 보셔도 좋아요. 일반관 괜찮아요. 자리 많아요.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이하 친구한테 설명한 버전이니 반말로 적어보겠습니다.)

“있잖아, 지금으로부터 8000년쯤 지나. AI가 다 점령하지. 근데 기계의 지배가 과하니까 사람들이 기계에 반기를 들어. 그래서 인간의 두뇌 능력을 극대화해. 미래도 보고 과거도 보고 그래. 이걸 도와주는 물질이 너가 영화 보면 자꾸 나오는 스파이스야. 스파이스 먹으면 머리도 좋아지고 오래 살아. 그 스파이스가 나는 행성이 우주에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듄. 영화에 나오는 모래 행성이야.

모래 행성은 원래는 정상적인 푸른 행성이었는데 어느날 모래벌레가 나타나면서 그렇게 변했어. 영화에 보면 불어터진 거대 지렁이 같은 생긴 녀석들. 걔네들이 그 벌레야. 걔네들을 고속 콜택시처럼 타고 다니는 원주민들이 있는데, 그 원주민 전사가 젠데이야. 샬랄라 여친. 원주민 중에는 메시아의 재림을 믿는 사람들이 있어. 모래 행성을 다시 푸른 낙원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는 거지. 영화에 리산 알 가입, 퀴사츠 헤더락, 마디 어쩌구 나오는 거 다 같은 말이야. 메시아, 구세주. 더 원.

구세주로 떠오르는 게 샬랄라. 공작 아들인데 공작은 1편에서 살해됐어. 황제가 말 안 듣는다고 거기 그 엄청 뚱뚱하고 시커먼 사람 있잖아, 그 사람하고 짜고 죽였어. 샬랄라가 엄마랑 도망쳐서 젠데이야 만나면서 1편이 끝나. 샬랄라를 구세주로 믿는 얼큰이 전사가 한 명 있어. 그 사람이 샬랄라가 말만 하면 ‘리산 알 가입!’을 외치는데 그게 개그 포인트야. 말을 하면 했다고 리산 알 가입, 안 하면 안 했다고 리산 알 가입 그러거든.

소설 원작자는 샬랄라 같은 민중을 우매하게 만드는 절대자의 등장은 위험한 거라고 주장해. 그런 맹목적인 믿음을 개그로 구현하는 게 얼큰이 전사야. 젠데이야는 경고하고. 깨어있는 목소리지. 이제 영화 시작하면 샬랄라가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깨닫고 헤쳐나가는지를 보게 돼. 이거 3편도 있어서 2편에선 안 끝나. 그래도 2편 엔딩도 좋아. 3편으로 가는 완벽한 엔딩이라고 난 생각.”

대충 이렇게 설명했던 걸로 기억하네요. 다시 한 번~ 멋진 영화 ‘듄: 파트2′를 극장에서 놓치지 말고 보시길 강추드리며~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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