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호위무사’ 이용 vs ‘反尹 여전사’ 추미애… 하남갑 표심은 어디로 [심층기획-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유지혜 2024. 3. 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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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이용 vs 민주 추미애’ 하남갑
대표적 부동층 지역… 표심 예측불가
“위에서 꽂아 버린 사람들 비슷비슷
호불호 없어 공약 보고 투표할 생각”
추, 14일 출마 선언… ‘인물론’ 띄울듯
이, 스킨십 늘리며 ‘지역일꾼’ 차별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윤석열 호위무사’ 국민의힘 이용 의원과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결정한 ‘윤석열 저격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대결. 경기 하남갑은 친윤(친윤석열)과 반윤(반윤석열) 대표 주자가 맞붙게 되면서 4·10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하남은 16·19·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17·18·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계열 정당을 선택한 대표적인 ‘스윙보터’(부동층) 지역이다. 하남 인구가 늘면서 선거구 획정에 따라 갑·을로 분구됐고, 원도심에 속하는 하남갑은 도농복합지역으로 하남을보다 비교적 보수세가 강하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최종윤 후보(46.25%)가 미래통합당 이창근 후보(37.31%)를 이겼지만, 2022년 3월 대선에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50.65%)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45.90%)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대선 3개월 후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가 53.17%로 민주당 김동연 후보(44.33%)를, 국민의힘 이현재 하남시장 후보가 57.16%로 민주당 김상호 후보(41.87%)보다 크게 앞섰다.

전날 경기 하남갑 후보로 확정된 국민의힘 이용 의원이 13일 지역구 재래시장 등을 돌며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이 의원의 경선 승리로 여야 대진표가 결정된 다음 날인 13일 만난 지역 주민들의 표심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남에서 40년 이상 거주했다는 여운택(63)씨는 “위에서 그냥 꽂아 버린 사람들 안 찍겠단 사람이 많더라”라며 “지역 사람이 아니면 해 봤자 뭐 얼마나 도와주겠냐. 국회의원 되기만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년 가까이 살았다는 권상범(65)씨도 “이창근(전 당협위원장)이가 오래 있기도 했고 똑똑했는데 하남을로 가게 돼서 아쉽다”면서 “그래도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쓸 것 같은 사람에 투표하겠다”고 했다. 위례동에 사는 직장인 최모(38)씨는 “여야 후보들에 대해 크게 호불호는 없어 공약을 보고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 선거가 ‘정권 심판’ 대 ‘야당 심판’ 구도로 흘러가는 데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덕풍동에서 만난 김학수(74)씨는 “(두 후보 모두) 그 사람이나 그 사람이나 비슷비슷하다”면서 “이왕 된 대통령한테 나쁘다고만 하는 것도 듣기 좋지 않고, 대통령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버리는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신장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손님들끼리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이 정부는 진짜 아니라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정권 심판을 외치는) 추 전 장관이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 하남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가 최근 지역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추미애 후보 측 제공
추 전 장관은 14일 하남 캠프 사무실에서 출마 선언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출마 선언에선 지역 공약과 함께 정권심판론을 부각하는 메시지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최근 라디오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출국 문제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5선 의원에 당대표까지 했던 추 전 장관은 상대인 이 의원에 견줘 ‘인물론’을 강점으로 부각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인 이모(33)씨는 “민주당도 별로지만 국민의힘은 더 싫다”면서 “이 의원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추 전 장관도 과격한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거물급 정치인이기도 한 만큼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전날 후보로 확정된 이 의원은 이날 하남시청 사거리에서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각종 지역구 행사를 돌며 주민들과 스킨십을 늘렸다. 석바대시장과 신장시장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 의원에게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경선 승리를 축하했다. 한 상인은 이 의원에게 “추미애한테 지면 안 된다. 열심히 하면 될 거다”라며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신장시장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하남 원도심이 원하고 있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의원처럼 젊고 추진력 있는 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역 일꾼’의 모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세계일보에 “10년 전 신혼 때 하남에 처음 터를 잡고 여기서 두 딸을 키웠다. 하남에서도 발전이 더딘 원도심, 하남갑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선거 한 달 남짓 남기고 전략공천을 받아 온 추 전 장관과 달리 저는 공정하게 경선을 통해 뽑힌 후보”라고 강조했다.

하남=유지혜 기자, 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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