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사과'도 금값… 상인들 "이러다 다 죽겠어요"

권이선 2024. 3.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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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가 좋은 물건(사과)을 구할 수 없으니 값은 계속 오르겠죠. 이러다 정말 다 죽겠어요." 13일 오전 전국 각지의 과일이 모이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청과 코너에서 만난 한 상인은 사과 판매 상황을 묻는 말에 연신 고개를 내젓다가 이렇게 답했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사과와 배를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수입 검역 문제로 신속하게 들여오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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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 천정부지… 송파구 가락시장 가보니
개당 6600원·한 박스 8만원 달해
“시장 가격도 동네 마트처럼 비싸”
소비자들 가격만 묻고 발길 돌려
10㎏당 도매가 1년간 123% 폭등
배·귤 등 대체 과일 가격도 올라
10월 수확철까지 강세 지속 전망
“상태가 좋은 물건(사과)을 구할 수 없으니 값은 계속 오르겠죠. 이러다 정말 다 죽겠어요.” 13일 오전 전국 각지의 과일이 모이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청과 코너에서 만난 한 상인은 사과 판매 상황을 묻는 말에 연신 고개를 내젓다가 이렇게 답했다. 이상기후 등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어 상품성 있는 사과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이 상인의 설명이다.
 
도매가 9만원 돌파 ‘金사과’ 1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에서 고객들이 상처가 나고 상품성이 떨어져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못난이 사과’를 앞다투어 담고 있다. 최근 기상재해 등의 여파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사과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후지(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9만1500원으로 1년 전보다 123.4%나 올랐다. 남정탁 기자
이날 가락시장에선 사과를 찾는 소비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끔 과일값을 물어오는 손님이 있었지만,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상인들은 가게 앞까지 나와 발길을 돌리려는 손님을 붙잡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에 산다는 주부 김정선(65)씨는 “동네 마트는 과일 가격이 너무 비싸 일부러 시장에 나왔다”며 “여기도 마찬가지여서 구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송 사과 12개들이 한 박스 가격은 6만∼8만원. 개당 5000∼6600원에 달했다. 사과 10㎏ 소매가는 17만원에 육박했다. 상처가 난 이른바 ‘못난이 사과’도 10㎏에 7만∼1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청과 도·소매업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출하량이 적다 보니 품질이 안 좋아 매대에 올리기 어려운 상품이라도 우선 가져오고 있다”며 “B급 사과도 작년보다 두 배가량 더 비싸게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이 없으니 가격은 올라가고, 값이 이렇게 오르니 과일이 많이 팔리지도 않고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이마저 값이 비싸다며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가는 손님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치솟는 과일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오렌지와 바나나, 자몽, 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곳 상인 대부분 사과나 배 등 국산 과일을 취급하다 보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사과 도매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당 9만원을 넘어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사과(후지·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9만1500원으로 1년 전(4만964원)보다 123.4%나 올랐다. 지난 1월17일(9만740원)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돌파한 뒤 9만4520원(1월29일)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9만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배 도매가격도 15㎏에 10만3600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지난 7일 10만120원으로 2021년 8월19일(10만1000원) 이후 2년7개월 만에 10만원을 넘어섰고, 이후 1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사과 외 과일을 고르는 시민. 연합뉴스
사과·배 값이 오르면서 대체 과일의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과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0.6% 올랐다. 귤이 78.1%, 사과 71.0%, 복숭아 63.2%, 배 61.1%, 감 55.9%, 수박 51.4%, 참외가 37.4% 각각 치솟았다.

‘프루트플레이션(과일값 폭등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마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뾰족한 대책을 내놓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정부의 할인 지원으로 소매 과일값의 상승폭은 진정되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사과와 배를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수입 검역 문제로 신속하게 들여오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수확철인 오는 10월까지 ‘금사과’를 견뎌야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과일의 특성상 높은 가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과일 작황이 좋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권이선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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