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V보다 3천만원이나 싸게” 끝모를 중국 초저가 공세…삼성·LG ‘고민’ [비즈360]

2024. 3.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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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디아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 개최
1999달러 초저가 초대형 LCD TV 확대
한국 주도 프리미엄 OLED 시장엔 악영향
中디스플레이 LGD·샤프 공장 매물 노려
TCL이 올 초 ‘CES 2024’에서 전시했던 115인치 QD-미니LED TV. 김민지 기자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LG가 주력하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 맞서 중국 TV 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의 초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제품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중국과 차별화된 제품 라인업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승부하는 가운데, 계속되는 중국 TV의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경선 옴디아코리아 이사는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옴디아 주최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서 “중국 업체들이 주도한 초대형 TV 시장의 급부상은 OLED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LCD 공급망의 헤게모니를 거머쥔 중국 업체들이 LCD의 가장 큰 장점인 ‘초대형’과 ‘낮은 가격’이라는 무기를 들고 OLED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중국 TV 업체들의 가격 경쟁에 주목했다.

TCL은 지난해 11월 초 기존 5999달러 하던 98인치 LCD TV 가격을 3499달러로 인하했다. 북미 시장에서 TCL과 경쟁 구도에 있는 하이센스 역시 이에 대항해 100인치의 미니LED TV를 동일한 가격으로 내놨다. 중국 업체들이 쏘아올린 가격 경쟁 레이스에 삼성전자도 같은 해 7월에 7999달러에 내놨던 98인치 모델 가격을 4990달러로 내렸다.

박경선 옴디아코리아 이사는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옴디아 주최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가전업계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끝난 후 가격 경쟁은 오히려 심화됐다.

박 이사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끝나고 나서 TCL은 98인치 TV 가격을 1999달러로 세팅하며 다시 한 번 가격 레이스를 벌였다”며 “‘98인치 이상 TV는 프리미엄’이라는 기존의 공식을 무시하고 98인치라는 사이즈와 스마트 기능만 남겨 프리미엄에 대한 가격 거품을 다 들어내 1999달러라는 가격의 제품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98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을 같이 판매하고 있는 경쟁사들에게 큰 압박”이라며 “더 큰 문제는 OLED와의 가격 격차가 더욱 극대화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97인치 OLED TV의 경우 가격이 2만4999달러다. 중국 TCL의 98인치 LCD TV보다 1인치 작은데 가격 차이는 무려 2만3000달러, 약 3000만원 비싼 셈이다.

박 이사는 “소비자들이 TV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큰 크기’와 ‘스마트 플랫폼’으로 조사된다”며 “때문에 OLED 진영에서는 이 2만3000달러라는 차이만큼의 가치를 OLED에서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크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저가형 라인업을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박 이사는 “OLED 프리미엄 전략과 배치되기 때문에 LG전자는 그동안 98인치 LCD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시장 상황이 빠르게 98인치 이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98인치 LCD 제품의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LG전자는 이날 새로운 98인치 QNED TV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는 86인치가 최대 크기였지만, 올해는 98인치 라인업을 더해 중소형부터 초대형에 이르는 QNED TV 풀 라인업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북미 시장 기준 출하가는 6999달러로 책정됐다.

[LG전자 홈페이지 캡처]

중국 업체들은 LCD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는 매물로 나온 공장 인수를 통한 점유율 확대도 꾀하고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8.5세대 LCD 공장과, 샤프의 SIO 10.5세대 LCD 공장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데, 다수의 중국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이 추진되는 가운데 해외 기업 공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 업체들이 공장을 인수할 경우 시장 구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데이비드 시에 전무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중국 BOE가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을 인수하면 2026년 LCD 시장 점유율이 29.8%로, 차이나스타(CSOT)가 일본 샤프의 중국 LCD 공장을 사들이면 점유율이 25.5%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중국 업체 두곳이 시장의 55% 이상을 점유하는 셈이다. 이는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시장 점유율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커진다고 시에 전무는 분석했다.

다만, 매각 협상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시에 전무는 중국 업체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도 관심을 보이는 점 등 일부 변수가 있다며 “협상이 작년 말부터 지속되고 있고 올해에도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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