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만 혜택, ‘신규가입·기기변경’은 찬밥... 소비자 불만 커지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

윤진우 기자 2024. 3. 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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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통신 정책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최대 50만원의 혜택이 집중되면서 신규로 가입하거나 장기 가입자가 기기를 변경할 경우에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부가 부추기는 지원금 경쟁은 통신 시장만 혼탁하게 만들어 혜택이 일부 가입자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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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경쟁 촉진 위해 ‘번호이동’에 전환지원금 최대 50만원
신규가입·기기변경은 제외… 역차별 논란
”정부가 가입 유형별 지원금 차별 유도”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등 다양한 방안 검토 중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뉴스1

이동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통신 정책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최대 50만원의 혜택이 집중되면서 신규로 가입하거나 장기 가입자가 기기를 변경할 경우에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1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통신 시장 경쟁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판단,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령 개정 관련 고시 제정안을 이날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다. 단통법 개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개정안을 통해 가입유형별 지원금 차등 지급을 선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정부는 민간 사업자인 통신사를 대상으로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가입자를 뺏고 빼앗는 통신사 간 경쟁만이 통신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후 크게 줄었던 이통 3사 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라며 “소비자들이 번호이동 보조금을 많이 주는 통신사로 몰리면, 경쟁사가 추가로 보조금을 올리는 식으로 경쟁이 붙어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 번호이동만 50만원 혜택, 신규가입·기기변경은 제외

정부는 단통법 시행령에 예외 조항을 두고 이를 구체화한 고시를 만든 만큼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통법이 제한한 가입유형별 지원금을 예외 조항이 차등 지급할 수 있도록 해 번호이동에 최대 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번호이동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 가입자에는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단골이나 장기 고객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에서 넘어온 가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615만명으로 인구 수(5171만명)를 넘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가입유형별 차별을 유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서울YMCA는 성명을 통해 “단통법이 생긴 가장 큰 이유인 이용차 차별 문제를 번호이동에만 집중된 정부의 전환지원금 정책이 심화시키고 있다”라며 “단통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가입유형별 지원금 차별 행위가 아무런 기준 없이 모두 적법해지는 상황을 납득하기가 힘들다”라고 했다.

번호이동 지원금을 받기 위해 불필요한 휴대폰 구매를 유도해 가계통신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부가 부추기는 지원금 경쟁은 통신 시장만 혼탁하게 만들어 혜택이 일부 가입자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라고 했다.

◇ 정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조정 등 별도 지원 검토

정부는 역차별 지적이 계속되자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과 함께 신규가입·기기변경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가입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기기 보상판매 활성화, 장기 고객 혜택 늘리기 등이 그 예다. 가령 신규로 가입하는 가입자에게는 25%보다 높은 선택약정 할인율을 제공하고, 구형폰을 반납하고 새 기기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구형폰에 대한 보상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는 식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상대적으로 비싼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와 설비투자가 끝나 충분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낮추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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