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폭죽 보고 경찰이 총격, 13세 아동 사망…라마단 ‘예루살렘의 비극’
지난 11일(현지시간) 시작된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기간에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기근, 총살 등으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당초 휴전 중재국들은 라마단 시작일을 협상 마감 시한 목표로 잡았지만 협상은 수 주째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라마단 동안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과 난민캠프 등 갈등 지역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2일 13세 팔레스타인 소년 라미 함단 알-할훌리가 동예루살렘에 있는 슈아파트 난민캠프에서 이스라엘 국경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알-할훌리는 난민캠프 주민들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총상을 입었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스라엘 경찰청은 “경찰은 폭죽이 발포된 곳을 향해 총 한 발을 발포했다”며 “(폭죽을 쏜) 용의자는 체포된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상처를 입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가르는 장벽 인근에 있는 슈아파트 난민캠프에서 이틀 동안 밤새 폭력 행위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사망한 어린이가 경찰에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공개한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알-할훌리는 하늘을 향해 놀이용 폭죽을 쐈다. 무슬림들은 전통적으로 라마단을 기념하기 위해 폭죽놀이를 한다.
슈아파트 난민캠프는 1948년 이스라엘-아랍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 팔레스타인인이 강제이주 된 난민캠프 중 한 곳이다.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은 어린이에게 총격을 가한 경찰의 행동을 옹호해 비난을 받았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테러리스트를 죽인 군인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육로가 막혀 구호품 전달이 제한된 상황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미 CNN방송은 라마단 첫날인 지난 11일 가자지구에서 두 명의 신생아가 각각 탈수와 영양실조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지난 4개월간 가자지구에서 숨진 어린이 수가 4년간 전 세계 분쟁으로 사망한 어린이 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이 인용한 유엔과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팔레스타인 어린이 1만2300명이 사망했다. 이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에서 사망한 어린이 수(1만2193명)보다 더 많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이 전쟁은 아이들에 대한 전쟁이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전쟁이기도 하다”며 종전을 촉구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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