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마지막 수업의 부피와 무게

2024. 3. 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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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들이 선생님 퇴임하실 때 카퍼레이드 해드리기로 했어요."

비록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은 아니었지만 선생님도 사십 년을 분신처럼 여기고 살았던 교실에서 수업을 가졌던 날, 우리 반 프란츠들이 너무나 평소와 다르게 나라 잃은 아이들 마냥 헤어짐의 슬픔에 목 놓아 울었단다.

선생님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평소와 다르게 울 것이다란 계획은 일도 없었기 때문에 좀 많이 고무됐었다는 말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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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숙 당진 서정초등학교 교사
정순숙 당진 서정초등학교 교사. 충남교육청 제공.

"선생님, 저희들이 선생님 퇴임하실 때 카퍼레이드 해드리기로 했어요."

이 말은 1995년도 경남 시골 초등학교 6학년 교실 장재훈이가 한 말이었다. 재훈아, 어디 있니? 선생님은 지난 2024년 1월 5일 너희들이 해준다는 카퍼레이드 같은 마지막 수업으로 퇴임식을 대신했단다.

재훈아,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 알고 있지? 그날 이야기 속 주인공 프란츠가 아무 것도 모르고 교실에 들어갔는데

"여러분, 오늘은 내 마지막 수업이에요. 오늘로써 프랑스어 공부는 끝입니다."

이렇게 아멜 선생님은 사십 년을 분신처럼 함께 해 온 교실을 떠났다는 슬픈 이야기가 오늘 내 이야기가 되었어. 난 여기서 가장 공감 가는 대목이 아멜 선생님이 사십 년을 분신처럼 함께 한 교실을 떠났다는 부분이야. '사십 년 동안'과 '분신처럼'이란 말이 주는 무게를 선생님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고스란히 닮았기 때문이란다.

비록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은 아니었지만 선생님도 사십 년을 분신처럼 여기고 살았던 교실에서 수업을 가졌던 날, 우리 반 프란츠들이 너무나 평소와 다르게 나라 잃은 아이들 마냥 헤어짐의 슬픔에 목 놓아 울었단다. 선생님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평소와 다르게 울 것이다란 계획은 일도 없었기 때문에 좀 많이 고무됐었다는 말도 전한다. 그리고 이야기 속 참관자들과 달리 선생님 수업에는 교장선생님과 동료교사, 선생님의 가족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지켜보셨단다. 심지어 선생님의 지인 부부는 그 알퐁의 마지막 수업이 생각났다면서 '마지막 수업'이라고 적힌 동양란 화분을 안고 오셔서 마지막 수업을 완성해 주셨지. 그리고 재훈아, 카퍼레이드 못해준 것에 대해 조금도 미안해하지 말아라. 대신 아들딸이 이름도 비슷한 커피차 퍼레이드를 해주지 않았겠니?

이제 아멜 선생님처럼 평생 동안 분신같이 여겼던 교실과 이 교실의 언어 주체자로서 살아 온 삶을 뒤로 하고자 한다.

자, 태평양을 헤엄쳐 무사히 뭍에 도착한 결연함으로 '끝났다……. 이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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