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당황하셨어요?"… 알리 사기 판매자에 당해보니

황정원 기자 2024. 3. 1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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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확인 즉시 고객센터에 문의할 것… 2022년 11월부터 한국어 서비스 실시
주문 전 판매자 스토어 개설 이력, 제품 후기 등 꼼꼼히 따져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소비자를 위해 모국어 고객센터 운영, 소비자보호 강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알리 광고 화면. /사진=알리코리아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의 공세로 국내 이커머스 판도가 바뀌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리포트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한국인 알리 앱(애플리케이션) 이용자는 818만명으로 736만명인 11번가를 앞질러 종합몰 앱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짝퉁 논란, 배송 지연, 반품과 환불의 어려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기자는 실제로 최근 알리에서 물건을 주문했다가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레트로 디자인의 여행 가방을 검색하던 중 다른 판매자들보다 무려 80%나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을 발견했다. 원래 물건을 살 때 이것저것 꼼꼼히 따졌으나 그날따라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품을 주문해버렸다.

알리에서 제시한 배송 예상 일정은 10일 정도였다. 곧장 직구 쇼핑의 패시브 스킬인 '주문 후 신경 끄기'를 발동했다. 그러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배송 현황이 업데이트됐다. 중국에서 물건을 부쳤고 한국으로 오는 중이라고 했다. 며칠 뒤 세관을 통과했고 집으로 곧 배송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아무리 기다려도 제품이 도착하지 않았다. 배송업체에 문의해 국제 운송장 번호로 조회했더니 "배송이 완료됐고 주문자가 직접 물건을 받았다고 확인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황당하고 분통이 터졌다. 거듭 문의하고 확인한 결과 내가 가지고 있는 운송장 번호는 아예 주문자, 판매자, 제품 이름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판매자가 거짓으로 다른 사람의 운송장 번호를 입력하고 마치 물건을 배송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2022년 말부터 한국어 서비스 고객센터 운영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어로 상담이 가능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지는 앱 내 고객센터 메뉴와 환불 처리 페이지. /사진=알리 앱 화면 캡처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재빨리 알리 앱에 접속해 주문 내역을 살펴보니 스토어가 개설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당연히 팔로워도 몇 되지 않았고 후기도 없었다.

바로 판매자에게 1:1 메시지를 보냈다. '당신은 물건을 보냈다고 하는데 나는 못 받았다. 어찌된 일이냐?'고 항의했다. 며칠이 지나도 판매자는 응답이 없었다.

알리 앱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처음부터 고객센터에 연락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판매자의 응답을 기다리며 한참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생각보다 찾기 쉬운 곳에 고객센터 아이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즉시 아이콘을 누르자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는데도 곧장 상담사와 1:1 채팅이 연결됐다. "안녕하세요. 알리익스프레스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담원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담사의 첫 메시지는 놀랍게도 한국어였다. 당시 상담원은 외국인이었고 번역기를 돌려 답하는 듯했지만 영어나 중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배려했다는 게 느껴졌다(현재는 한국인 상담사로 연결된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니 상담사는 우선 알리에서는 주문 후 최대 90일까 소비자 보호 프로그램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이어 알리 측에서 해당 거래에 관해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니 여유를 갖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예상 소요 시간은 대략 2주라고 했다.

'사기를 당했는데 2주나 기다리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노여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상담 요청 후 72시간 안에 전액 환불 처리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불 확인 문자가 온 날은 일요일이었다.

알리 측의 친절하고 빠른 처리에 안도감과 고마움이 밀려왔다. 판매자에 대한 경고와 환불 과정에 대해 다른 소비자에게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해당 물품의 후기 메뉴를 찾아 들어갔다. 하지만 판매자는 이미 스토어를 닫고 잠적한 뒤였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반품 없이도 환불… 2~5일 내 처리


지난해 12월 레이 장 알리코리아 대표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알리는 직매입 업체가 아닌 플랫폼사다. 알리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을 깔아주고 판매는 입점 상인이 하는 방식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판매자가 나타날지 모른다. 대륙의 스케일만큼 판매하는 물건의 종류도 별처럼 많다.

알리는 나날이 사용자 수를 늘리며 폭풍 성장 중이지만 짝퉁, 불법 제품, 사기 판매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알리 측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사전에 가려내면 더 좋겠지만 일단 후처리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레이 장 알리코리아(알리익스프레스 한국법인) 대표가 직접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앞으로 3년간 한국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해 100억원을 투자하고 구매 상품이 짝퉁으로 의심될 경우엔 증빙 서류가 없어도 90일 내 100% 환불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플랫폼사의 적극적인 조치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피해를 원천차단하는 것이다. 판매자를 입점시킬 때 짝퉁이나 불법 제품 판매, 사기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계약 과정을 좀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역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사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주문 전에 ▲스토어 개설 이력 확인 ▲스토어 팔로워 수 체크 ▲구입 예정 제품 판매 건수·후기·별점 확인 ▲판매자와 1:1 문의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특히 동일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판매자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저렴하다면 구입하기 전에 한번쯤 의심을 해봐야 한다.

만약 짝퉁, 파손, 사기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즉시 알리 고객센터에 연락하자. 판매자를 믿을 수 없거나 간편하게 환불받고 싶다면 굳이 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알리 고객센터에 바로 상담을 신청해도 된다.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할 경우 '반품 없이 환불' 메뉴도 이용할 수 있다. 힘들게 물건을 반품하지 않아도 판매자의 상황이나 제품 불량 상태에 따라 일부 혹은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알리에서는 특정 제품에 한해 무료 반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제 배송이 번거로운 이용자들은 '반품 없이 환불' 메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종 환불이 결정되면 영업일과 상관없이 2~5일 안에 환불 처리된다.

고객센터 아이콘은 주문 내역에 들어가면 우측 상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알리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2022년 11월부터 전용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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