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김 “촌애기가 여그와서 진짜 어른 돼브렀으요”

최보윤 기자 2024. 3.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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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3′ 톱7 인터뷰] 4위 미스김
TV조선 ‘미스트롯3′에서 최종 4위에 오른 미스김./이태경 기자

“촌애기가 서울 와 성공해브렀으요. 우물 안 개구리가 여그(미스트롯3) 와서 비로소 어른 된 것 같아요.”

걸쭉한 사투리에 우렁찬(?) 목소리가 대기실에 울리면서 ‘해남 처녀 농부’의 등장을 알렸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TV조선 ‘미스트롯3′에서 최종 4위에 오른 미스김(23·본명 김채린)은 “TV와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제 영상을 제가 보고 있으니 굉장히 얼떨떨하다”면서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이 예뻐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요즘 구름 위에서 사는 것 같다”고 웃었다.

땅끝마을 전남 해남군 황산면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노래를 끼고 살았다. 전국을 돌며 양봉일을 하던 부모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어린아이를 달래기 위해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줬다. 울다가도 노래만 나오면 방긋거리던 아이. “네 살 때인가 주현미의 ‘쌍쌍파티’를 따라 부르는 걸 보면서 동네 어르신들이 ‘해남에 인물 났다’고 하셨대요.” 해남의 ‘은방울 자매’로 불렸던 고모 김연옥씨가 노래 봉사를 다닐 때면 어린 미스김도 따라가 재롱을 부렸다.

어릴 적 장래 희망은 오로지 가수.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면서 “서울 애기들 사이에선 힘들다”는 가족의 만류가 이어졌다. 부모의 뜻에 따라 충남 연암대학교 스마트 원예 계열에 진학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수에 대한 꿈이 더 커졌다. 포기가 안 됐다. 화장실에서, 밭에서, 언덕에서 혼자다 싶으면 목청 높여 노래했다. 손을 먼저 든 건 부모님이었다. “시집보내려 모아둔 돈”이라며 딸을 위해 노래 연습실도 만들어줬다. 지난해 6월 전국노래자랑 해남군편 우수상을 받으며 한 발 내디뎠다.

“‘미스트롯3′ 공고가 난 것을 보고 ‘운명’이라 생각했어요. 1라운드만 통과해도 소원이 없겠다 싶었지요.” 미스김이라는 예명도 지었다. “바로 떨어지더라도, 이름만이라도 쉽게 기억되고 싶었어요. 요즘엔 본명인 채린이보다 ‘스김’(미스김에서 ‘미’를 뺀 애칭)이라 불리는 게 더 익숙해져버렸네요(웃음).” 해남 지역신문은 미스김의 승승장구에 “주민들이 ‘TV조선’만 본다” “건배사도 ‘미스김’으로 바꿨다” 등의 소식을 전했다.

“그동안 ‘안 된다’ 싶으면 안 했거든요. 미스트롯3에 와보니 춤이든, 노래든, 그간 안 해본 것에 매 라운드 도전해야 되는 거예요. ‘안 된다 생각했던 것도 진짜 죽어라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그냥 내가 하기 싫어서 피한 거지 되게 만들면 할 수 있었구나’ 깨달았어요. 진짜 큰 공부가 됐지요. 요즘 좀 어른 된 것 같아요(웃음).”

탁 트인 황금 들녘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매일 노래해서인지, 미스김은 동료들도 인정하는 강철 성대. “부모님이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보내셨어요. 목이 좀 칼칼하다 싶을 때 오히려 ‘오늘 나 좀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면 아픈 줄 모르겠는 거예요. 정신이 몸을 이겨버리더라고요. 마음 약해질까 봐 경연 중에는 부모님이랑 통화도 잘 안 했어요.”

결승전 인생곡으로 가창력을 살릴 만한 묵직한 노래를 골랐다가,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부모님 어깨춤 좀 추시라고 ‘고장난 벽시계’(원곡자 나훈아)를 골랐어요. 눈물 날까봐 일부러 객석을 안보려 했는데 ‘뜬 구름 쫓아가다 돌아봤더니 어느 새 흘러 간 청춘’을 부르는 데 문득 부모님 생각이 너무 큰 거에요.” 애써 눈을 돌려봐도, 그에겐 객석에서 눈물을 감추는 부모의 얼굴이 마치 확대경을 댄 듯 커다랗게 보였다고 했다.

“제 롤모델이 바로 우리 부모님이거든요. 24시간 허리도 제대로 못 펴고 일하시면서, 가진 거 없이도 노력으로 일가를 이루셨어요. 그런 부모님이 요즘 저보면서 힘든 줄 모르겠다셔요. 미스트롯3 덕분에, 제가 평생 못 해본 이리 큰 효도를 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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