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 적자’ 티빙, 야구중계 풀스윙…홈런 없이 빠던 먼저?

남지은 기자 2024. 3. 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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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타자 노시환을 등 번호인 8번 타자로 표기한 티빙의 프로야구 시범경기 하이라이트 자막. 티빙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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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소셜미디어(SNS)에 ‘야구 상식 퀴즈’ 영상이 등장했다. 타자가 친 공이 야구장 내 벽에 맞으면 담장 안일까요, 담장 밖일까요? 등 번호 8번 한화 노시환이 네번째로 타석에 서면 몇번 타자일까요? ‘담장 안’이고 ‘4번 타자’라는 ‘오답’이 속출했다. 정답은 ‘담장 밖’이고 ‘8번 타자’다. “이 쉬운 문제를 아무도 못 맞히다니!”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지난 9일부터 2024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중계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황당 실수를 패러디한 영상이다. 티빙은 올해부터 3년간 한국프로야구를 온라인 독점 중계하면서 주목받았는데, 첫날부터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에 가까운 실수가 속출한 것이다. 경기 중계에서 버퍼링, 문자 중계 오류 등 기술적인 부분은 둘째치고, 본 경기가 끝나고 한참 뒤에 올라온 하이라이트 영상은 오류투성이였다. 팀 공격시 1~9번 순으로 이뤄지는 타선을 무시하고 ‘32번 타자 이재원’이라며 등 번호를 소개하고, ‘홈런’과 ‘홈인’을 구분하지 못했다. 3루에 있던 주자가 홈을 밟자 ‘3루수 득점’이라는 자막도 등장했다. 야구팬들은 “3루수는 3루를 지켜야지 왜 홈으로 쇄도하냐” 등의 비아냥 섞인 댓글을 쏟아냈다.

경기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편집도 문제였다. 무사만루 상황에서 홈을 밟은 선수가 세이프와 아웃을 오가는 아슬아슬한 비디오 판독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결과만 알려주는 식이다. 타자가 타석에 선 채 끝나는 장면도 있다. 40대 여성 야구팬은 “경기를 보고 나서도 스포츠 뉴스나 하이라이트 영상을 반복해서 보는 게 야구팬인데, 하이라이트에서 뭘 보여줘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티빙 관계자는 “ 9일 경기 오류는 10일에 모두 수정했다. 첫날에는 하이라이트 영상이 늦었지만 10일에는 두시간 안에 올라가는 등 야구팬의 반응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12일 야구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케이(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보이는 실수는 생중계 상황에서 수많은 파트너사와 실시간으로 검수하고 합을 맞추는 게 미진해서 일어난 것 같다. 개막전 때는 문제 없이 나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홈인을 홈런으로 표기한 티빙의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자막. 티빙 갈무리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 시스템 개발 및 보강에 착수한 것은 2024~2026 시즌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로 확정된 지난 2월부터다. 야구 중계를 위해 티빙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티에프팀을 꾸려 현재 개발자만 50~60명에 이른다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었다는 게 티빙 쪽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중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스템 개발 등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3년간 총 1350억원(연평균 450억원)을 투자할 거액의 사업인데다, 프로야구 유료화 시대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준비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구팬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평일 대낮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도 2~3만명이 몰리는데 시범경기를 친선전 수준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썼다.

실제로 티빙은 “본 경기에 맞춰서 모든 것을 준비해왔다”고 했지만, 이날 소개한 서비스 상당수가 23일 개막이 지나서 이뤄지는 게 많다. 중계를 라디오처럼 듣는 ‘오디오 모드’는 4월8일 선보이고, 전 경기를 한번에 보는 ‘실시간 멀티뷰’는 시즌 중반인 6월 중 제공이 목표다. 국내 최초라고 밝힌 ‘투구∙타율 예측 서비스’는 시즌 중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기 장면을 돌려보는 ‘타임머신 기능’이나 주요 순간을 표시한 ‘스팟마크’ 등 개막에 맞춰 제공하는 서비스는 새로울 게 없다. 전택수 최고제품책임자는 “실제 서비스가 시작되면 다른 걸 알 것”이라고 했다.

티빙의 프로야구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에 ’화’라는 명칭을 써서 야구팬들의 비난을 샀다. 티빙 갈무리

지난해 1천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한 티빙이 프로야구에 연간 450억원을 투자한 것은 신규 이용자를 확보해 적자를 만회해보겠다는 승부수다. 그동안 오리지널 드라마에 투자했지만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만들수록 적자인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드라마 한편 투자비로 고정 팬이 탄탄한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면 신규 가입과 록인(묶어두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쿠팡플레이가 유럽 축구 등 스포츠 중계로 단숨에 토종 오티티 1위에 올라섰고, 네이버가 지난 5년간 프로야구 3600경기를 생중계하며 누적 시청자 8억명을 끌어모았다. ​​티빙도 시범경기 중계 사흘 만에 효과를 봤다. 1시간 접속수가 100만 정도 늘었고 동시접속자 수도 40만명 가량 늘었다고 한다. 지난 1일 월 5500원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제공하면서 광고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최주희 대표는 “올 한해 가입자 증가만으로 30~40% 성장은 보장됐다고 생각한다. 접속수를 기반으로 광고 사업 또한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더 많은 고객이 유입되는 만큼 더 많은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티빙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 티빙 갈무리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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