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고려거란전쟁'이 남긴 것들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3. 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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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KBS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고려거란전쟁'(이하 '고거전')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시청자를 비롯해 원작자, PD, KBS의 작품에 대한 상반된 생각과 입장이 담긴 뉴스는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던 작품이라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다. 그렇다면 '고거전'이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고거전'이 남긴 가장 큰 의미는 대하사극의 명맥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던 대하사극은 2021년 '태종 이방원'으로 부활, 2023년 '고거전'으로 이어졌다. 높은 제작비와 소재의 한계를 가진 대하 사극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퓨전 사극에 밀려 외면받기 일쑤였다. 그래서 대하 사극은 편성 단계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금 나오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도 본질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하사극이라는 장르로 인해 말미암은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고거전'은 단순히 대하사극의 명맥을 이었을 뿐 아니라, 시청자층을 확장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고거전'은 KBS 대하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는데 방송 첫 주 만에 넷플릭스 한국 1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주로보는 OTT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건 '고려거란전쟁', 나아가 대하사극이 기존의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고거전'은 넷플릭스를 통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도 공개되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를 공략했다.

/사진=KBS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공이 가장 크다. 특히 극을 이끌어간 세 주인공 강감찬, 양규, 현종을 맡은 최수종, 지승현, 김동준의 활약이 눈부셨다. 최수종은 극 초반부터 강감찬이라는 인물의 캐릭터성을 차근차근 빌드업하며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사극의 왕'이라는 수식어가 단순히 많은 작품 수로 인해 붙여진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양규를 연기한 지승현은 극 초중반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승현의 열연 덕분에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못했던 양규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지승현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현종을 맡은 김동준은 군 전역 후 복귀작인 '고거전'에서 훌륭한 성장 스토리를 그려냈다. 방송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결국 꾸준히 성장하며 논란을 이겨냈다. 아무것도 없던 위치에서 명군이 된 현종처럼 김동준의 성장사는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극을 대표하는 세 사람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력을 뽐내며 '고거전'을 완성했다. 백성현(목종), 김재민(이현운), 이종원(강조) 등은 극 초반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김혁(야율융서), 김준배(소배압) 등 거란군의 배우들은 작품 내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재용(박진), 이시아(원정황후)는 연기한 캐릭터의 호오와 관계없이 연기력 부분에서는 흠을 잡기가 어려웠다.

/사진=KBS

반대로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2차 여요 전쟁을 다룬 16부까지의 이야기와 이후의 전개가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박진이나 원정황후의 모략과 암투가 '고거전'의 방향성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거란전쟁'이라는 제목과 달리 '거란'도 없고 '전쟁'도 없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은 '고려 궐 안 전쟁'이냐며 비판을 하기도 했다. 

스케일도 아쉬웠다. '고거전'은 많은 제작비와 CG를 투자했다고 홍보했지만, '돈 쓴 티'가 난 건 시작과 끝을 담당한 귀주대첩 정도였다. 그 귀주대첩조차도 몇몇 장면에서 아쉬운 CG가 보이기도 했다. 흥화진 전투는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묘사로 좋은 반응을 이끌었지만, 그 외의 전투는 대부분 스케일이나 디테일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원작자와 제작진 간의 갈등 역시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고거전'의 원작자 길승수 작가는 17부 이후 달라진 작품의 내용에 대해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반대로 제작진은 원작과 드라마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며 반박했다. 극이 끝날 때 까지 이러한 갈등 상황은 지속됐다. 작품이 끝난 이후에는 제작진 내부의 갈등이 공개되기도 했다. 작품 자체의 논란이 작품 외부로 확장되며 드라마보다는 외부적인 이슈가 더 화제를 모은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러한 성과와 아쉬움을 남긴 채 대하사극의 명맥은 차기작으로 이어진다. 김상휘 KBS 드라마센터 CP는 지난 3일 KBS 1TV 'TV비평 시청자데스크'를 통해 후속 대하드라마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김 CP는 "'고거전'을 통해 정통 대하드라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향후, 보다 철저히 준비해 완성도 높은 정통 대하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송하겠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인물, 소재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이미 본격적인 후속작 기획에 돌입했다. 2025년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대하사극은 '고거전'의 피드백을 반영해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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