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고 책임 안 져요"…`불법` 무인 헬스장의 적반하장

이유림 2024. 3. 1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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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24시간 운영 'ㄱ' 무인 헬스장을 이용하기 위해 온라인 예약을 하자 받은 문자 메시지다.

현행법상 체육 지도자가 없는 무인 헬스장은 모두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무인 헬스장은 사고의 책임을 이용객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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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이용료 내세운 무인 헬스장 우후죽순
불법인데도 이용객 사고 시 '책임 없다' 통지
부산에서 운동 중 쓰러진 여성 결국 사망사고
지자체는 단속 한계…"신고조차 안하고 운영"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헬스장 내에서 본인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 및 부상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 항상 안전하게 운동해 주세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24시간 운영 ‘ㄱ’ 무인 헬스장을 이용하기 위해 온라인 예약을 하자 받은 문자 메시지다. 현행법상 체육 지도자가 없는 무인 헬스장은 모두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무인 헬스장은 사고의 책임을 이용객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단속이 되더라도 업주는 과태료 납부가 전부라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24시간 운영 ‘ㄱ’ 무인 헬스장 내부. 온라인 사전 예약 후 카카오톡을 통해 받은 링크를 통해서만 입실이 가능하다. (사진=이유림 기자)
사전 온라인 예약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이곳 ‘ㄱ’ 무인 헬스장의 이용권은 시간당 8500원, 심야 시간에는 6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인근 일반 헬스장이 하루 2만원 안팎의 이용료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50% 이상 저렴한 셈이다. 전문가로부터 기구 사용법이나 자세 교정을 교육받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선택 사항이다 보니 생략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업주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이용객은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8일 취재진이 직접 가본 ‘ㄱ’ 무인 헬스장의 내부는 좁은 공간이었지만 덤벨과 러닝머신 등 운동기구 7~8개가 놓여 있었고, 블루투스 스피커도 설치돼 있었다. 이날 만난 30대 남성은 “프라이빗한 공간을 혼자 쓸 수 있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틀면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이용 후기에도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다”, “새벽에도 운동할 수 있다”, “운동기구를 독점해도 된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기사와 직접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헬스장에 꼭 있어야 할 지도자는 찾을 수 없었다. 이처럼 운동 기구를 설치해두고 장소만 빌려주는 무인 헬스장은 모두 ‘불법’이다. 현행법상 체력 단련업(헬스장)의 운동 전용면적이 300㎡(약 90평) 이하일 경우 체육 지도자 자격증을 가진 트레이너를 1명 이상, 300㎡를 초과할 경우 2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체육 지도자가 상주하지 않으면 운동 과정에서 부상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부산의 무인 헬스장에서 50대 여성 A씨가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졌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A씨가 이용하던 공강에는 체육 지도자나 다른 헬스장 이용객이 없었고 즉각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은 가족들이 직접 헬스장을 찾았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던 A씨를 발견했다.

이와 관련해 단속 주체인 지자체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되고 일반 주택가에서 영업하는 경우도 많아 쉽사리 알아채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필라테스, 스피닝 등 구청에 신고 없이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으로 등록한 뒤 헬스장까지 사업을 확장해 운영하는 업체도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무인 헬스장의 형태는 두 가지”라며 “하나는 (업소)신고를 하고 체육 지도자를 배치하지 않는 경우, 또 하나는 신고조차 하지 않고 헬스장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서울시에서 무인 헬스장을 점검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24시간 운영되는 헬스장 12개 시설을 점검했다”며 “이 중 체육 지도자를 배치하지 않은 곳은 과태료를 부과하고 일부는 고발까지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유림 (contact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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