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소음·사고 줄이는 친환경 건축… '프리패브 주택 강자' GS건설 [ESG클린리더스]

이유지 2024. 3. 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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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 작업 최소화
자재 낭비, 환경 훼손↓ 에너지 효율은↑
친환경 공법 주목… 자체 기술 개발 특허
해수담수화·폐기물처리 등 친환경 사업도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GS건설의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가 프리패브 공법으로 건축한 단독주택 샘플하우스 전경. GS건설

반듯한 직육면체 상자가 차량에 실려 집터로 들어온다.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모듈(조립식 주택을 구성하는 한 단위)'이다. 주로 목재 등 친환경 자재로 만들어졌다. 모듈 몇 개를 결합하니 안방이 뚝딱 완성된다. 아파트 부럽지 않은 30평 단독주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듈은 6~8개 정도. 전체 공정은 빠르면 두 달, 현장 작업은 일주일 정도면 충분하다. 미래 건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프리패브(Pre-fab)' 공법이다.

이 공법은 공장에서 주택의 80% 이상 만들어 운반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건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짧은 공사기간과 균일한 품질이 강점이다. 실내에서 제조하니 날씨 등 외부 영향에서 자유로워 변동성이 거의 없고, 고소작업이 적어 추락사고 발생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 자동화 설비를 통한 정확한 재단과 정밀 시공은 자재 낭비를 줄여 건축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현장 작업 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만큼 주변 훼손·오염, 소음·혼잡도 덜 발생해 ESG 친환경 공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GS건설 신사업 핵심축으로 성장한 '프리패브 주택'

GS건설의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가 프리패브 공법으로 단독주택을 시공하는 과정이 담긴 시뮬레이션 영상. 자이가이스트 공식 유튜브 캡처

국내 프리패브 공법의 선두주자는 자이(Xi) 브랜드로 유명한 주택 명가 GS건설이 꼽힌다. 2020년 폴란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 단우드와 영국의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를 인수해 프리패브 시장에 뛰어들었다. GS건설은 인수 3년 만에 두 회사 매출을 연 6,10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독일 모듈러 주택 턴키(건설사가 공사를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열쇠를 넘겨주는 방식) 시장 1위인 단우드는 유럽 전역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엘리먼츠는 지난해 6월 26층 550세대에 달하는 영국 최대 규모 모듈러 주택사업을 1억3,000만 파운드(약 2,100억 원)에 수주하는 등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GS건설은 두 회사를 인수한 2020년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설립해 프리패브 연구를 시작, 지난해 4월 국내 단독주택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모듈러 일환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자동화 생산공장도 만들어 사전 제작을 뒷받침했다. 자이가이스트는 GS건설이 그간 쌓아온 기술력과 인테리어 콘셉트, 해외 선진 모듈러 업체 노하우를 기반으로 프리패브 주택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프리패브 주택은 모듈 결합의 안정성과 집의 틈새를 막는 기밀작업의 수준에 따라 품질이 갈린다. 연구 끝에 GS건설은 정밀 접합 기술 '퀵 커넥터(Quick connecter)' 특허를 받아내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모듈 간 기밀을 잡을 수 있는 자체 노하우도 개발, 습도와 단열에 강한 주택을 완성했다. 열이 새지 않도록 차단해 에너지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국내 제로에너지 건물 기밀 성능 기준 1.5ACH(평균 환기율) 이하를 충족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운송과정에서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업무용 차량도 2030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프리패브 주택은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위주로 많이 보급돼 있다. 독일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 공급 확산을 위해 관련 국가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프리패브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국내외 각 사업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프리패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 담수화, 배터리 재활용… '친환경' 초점 신사업

GS건설이 2019년 준공한 제주자원환경순환센터. GS건설

GS건설의 다른 신사업도 친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수 담수화, 폐기물 처리 분야가 대표적이다. 2012년 세계적인 수처리 업체 스페인의 이니마를 인수해 저변을 넓혔다. GS이니마는 2020년 오만 수전력조달청의 민자 담수발전 프로젝트를 수주, 20년간 운영을 맡았다. 예상 매출만 2조3,310억 원에 달한다. 하남시 환경기초시설 현대화사업,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등 준공을 마무리했고, 현재 국내 최초 해수 담수화 사업인 대산임해산업지역(충남 서산시) 공업용수도 건설공사를 진행 중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폐배터리의 급격한 증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 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1년 9월 경북 포항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 착공, 올해 초 시설 준공을 마치는 대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사용한 배터리를 수거해 리튬·코발트·니켈·망간 등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연 1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있다.

GS건설은 2021년 기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개편해 ESG 경영을 본격화했다. 환경·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이다. 한국ESG기준원(KCGS) '상장기업 ESG 평가등급'에선 지난해까지 5년간 통합등급 'A(우수)'를 받았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기반사업에서 확장 가능한 신사업 기회를 만들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신사업을 발굴해 추진, ESG 선도기업으로 환경·사회를 생각하는 지속가능경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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